Spoiler ALERT!



 이치고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아무리 봐도 인성질에 혐성인 캐릭터일 뿐인데 왜 담당 성우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하고 이합집산 그룹에도 껴있으며(세라픽 픽쳐스) 1.5주년 낭독회에 31A가 아닌데도 낭독극에 참여할 정도로 중용되고 있을까?



 이치고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인게임 스토리, 스토리 외적 요인(가챠 등), 게임 외적 요인 등을 최대한 파악한 뒤 나름 머릿속에서 종합을 해 봤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흥미있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치고는 "속죄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 라는 것.


 어차피 개인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끼워맞추고 한 내용들일 뿐이지만, 나름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이치고의 속죄 내러티브가 도출되었고 작용한다 라는 내용을 쓰려고 함. 근거들은 찾아보기 귀찮으니 대충 말로 때움.



1. 서두 : 마에다가 말한 키워드 “십자가”


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 마에다가 나키게를 언급하면서 얘기한 단어인 ‘십자가’ 가 있다.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라도 하면서 내가 짊어질 분량의 십자가는 짊어지겠다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는 것.


 뭐 세라프 부대 내에서 무언가를 짊어지지 않은 캐릭터가 어디 있겠냐마는, 5장이 끝난 시점에서의 이치고는 위의 서술을 기준으로 볼 때 사실 루카 이상으로 그 ‘태도’ 를 증명했다. 비단 자신의 부대 건사 뿐 아니라 세라프 부대 전체의 목표 역시 짊어지겠다는 것을 5장 15일의 루카 퇴원 후의 기지 이벤트에서 명확하게 나타냈음.




 2. 2장 - 전해져 내려오는 십자가의 굴레


 오퍼레이션 톨레미(29기)의 실패 과정에서 부대원들이 희생되면서 아오이가 졌던 십자가가 있다.

 하이퍼사이메시아(초 기억력) 현상 때문에 당시의 끔찍했던 참상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뇌내 재생되는 생지옥의 광경을 감내해야만 했던, 그것이 아오이의 십자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만두고 싶었을 그런 상황 속에서, 미쳐버리는 대신 멍해지는 정도로 어떻게든 평형은 이루어 가는듯 한 상황.


 하지만 그런 아오이의 십자가는 오퍼레이션 플레이아데스(2장)를 수행하는 막바지 과정에서 꺾여버리게 된다.

아오이의 최후는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아픔으로 작용하겠지만(히구치는 글쎄?), 자신의 본심과 다른 형태로 아오이 마음에 못을 박아왔던 이치고와 스모모는 뒤늦게 그것이 십자가에 못질을 더 한 것임을 깨닫고 통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오이가 지고 있었던 십자가는 사라지지 않고 이치고와 스모모의 십자가로 변화했다. 관계라는 것이 한 쪽이 사라진다고 모두 청산되는 것은 아니고,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할 몫이라는 것은 많이들 나오는 메시지다보니 꼭 십자가라고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서도, 이치고에 대해서는 십자가라고 표현하는 게 나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튼, 이치고는 남은 멤버들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그 비뚤어진 성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스모모는 아오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동료 대원이자 짐승인 뱌코를 전담해서 돌봐주는 일을 시작했다.



3. 세탁은 세탁물이 더러워야 의미가 있다


 스모모는 이치고에 동조하는 포지션에, 그나마 ~냥 말투 때문에라도 조금 집중포화의 타겟이 덜 되는 것 같은데, 이치고는 진짜 답이 없었다. 나도 작년 기준으로는 제일 싫어했던 세라프 부대원이 이치고였으니까.

 (가챠에서도 전혀 안 나와주고....)


 그런데, 관점을 조금 다르게 해보자.


 애초에 특정한 캐릭터가 저지른 죄와 남겨진 슬픔을 안고 속죄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의도했다면?


 이 경우, ’저지른 죄‘ 는 우리가 아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단순 이벤스에서 과거에 이러이러한 죄를 지었다 하고 서술하는 식으로는 잠깐 분노하고 마는 식이 된다는 건 많은 이벤스를 경험해본 유저들이 더 잘 알 것도 같다. 

 

 그래서 2장에서의 이치고의 서사가 ‘저지른 죄’ 라면, 이후 속죄에 대한 진정성이 더욱 생생하게 부여될 수 있다.



 그리고, 속죄라는 것은 단순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게임이 아니다. 마이너스를 만회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해야 한다. 거기다가 개심을 표현하는 데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개연성이 존재해야 하기에 굉장히 전개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세탁은 세탁물이 더러워야 의미가 있다.


 그 더러운 세탁물을 2장에서 만들었고, 과연 세탁을 한다면 언제 할지 그것이 관전 포인트일 것.



4. 미나세 자매의 성씨


 일단 미나세 자매의 성씨는 水瀬 이다.

 그런데 키빠들에게 있어서 미나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라야 하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Kanon(1999)의 주역 히로인 중 하나인 미나세 나유키.


 같은 미나세(水瀬) 성씨를 쓴다.



 키빠가 아니었던 나같은 사람은 놀랄만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이 미나세 나유키가 좋아하는 음식은 딸기임


딸기 = 이치고


 마에다가 루트를 쓴 히로인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마에다의 대표 작품의 인기 히로인의 이름과 설정이 연상되는 위치의 캐릭터를 시궁창에 처박아둘 리는 없을 터.


 그런 의미로 언젠가 세탁은 온다- 라는 걸 예상하게 됨.


 


 그리고 ‘세탁’ 이라는 의미만 보면 저 성씨가 묘하게 들어맞아서 웃긴 부분도 있다.


 미나세(水瀬) 의 각 한자를 보면


 水 (물 수) : 물

 瀬 (여울 뇌/뢰) : 물이 흐르는 곳, 혹은 흐르는 물


 흐르는 물 그 자체다 (.....)

 자매여, 어서 세탁을 준비해라!!




5. 이벤스 - 번외 부대에서 이치고의 단짝은 수녀 마리아


 왜 하필 말을 험하게 하는 이치고의 단짝으로 말이 험하면 죽여버린다고 해서 루카도 감당 못하는 마리아를 붙여줬을까?


 뭐 여러 노림수가 있겠지만, 이치고의 ‘속죄’ 키워드를 위한 가장 적절한 매치업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다.



 뭐 아무리 붉은 옷의 폭력수녀라지만 고해성사라든지도 받고 수녀는 수녀니까 속죄 속성에서는 가장 좋은 인선인 건 사실인듯.

 

 그리고 본론과는 큰 관련은 없지만 그사이 생긴 공통점


 - 이치고 : “Requiem" for the Blue

 - 마리아 : 뇌마리아 전용기 이름 - 구제의 ”레퀴엠“

 

 후자는 캔서를 향한 레퀴엠이긴 한데 여튼 그런 속성도 있었다



6. 5장 - 이치고 속죄의 골라인, 하지만 계속되는 여정


이치고는 몇몇 사람들이 보기엔 또 다른 주인공이 아닌가? 할 정도로 굉장히 많이, 중요하게 나왔음.


 - 31B 사이드 추가 : 부대장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리더

 - 나가려는 의지가 확고한 히구밍의 맘을 돌리는데 성공

 - 그동안 전혀 얘기 없던 사령부에서 부대장 공식 임명

 - 루카 구출, 퇴원 이후 이벤트에서 1빠로 등장, 무려 루카를 3D로 안아본 연출을 받음 (윳키는 휘적휘적...)



 결국 Burn My Soul 이 어울린다는 말까지 루카에게 받아내면서 세라프부대의 새로운 가슴따뜻한 열혈인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5장 시점에서 부대장 임명으로 완성된 31B를 보면 왜 31B는 ‘이치고 부대’ 인지 알 수 있다.


 이치고 (1, 5) 라는 숫자로 풀어보자.


1) 이치고가 부대장인, 세라프 부대 유일(1)한 5인 부대

2) 이치고 속죄 여정의 마침표는 5장 전편(5-1), 

 그것도 15일차이다.

3) 1명의 EX멤버를 영원히 기억하면서 나아가는 5명의 멤버



 말이 어쩌다 하나 들어맞는 걸 우기는 건 억지 주장이지만, 나름 여럿 들어맞는다는 건 어느 정도 설계가 들어간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7. 마무리 여담 - 가챠 및 오프라인행사와의 연관성


 가챠는 2022년 5월 이치고 교복이 나오고 무려 1.5년 이상 속죄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2023년 12월 29일 출시될 수 있었다.


 1.5주년때 낭독회에는 불렀지만 신스타일은 전혀 출시하지 않아서 넷 상에서 떡밥거리로 회자된 것도, 여러 채널을 통해 이치고의 속죄 컨셉을 일관되게 진행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이제 이치고도 타 캐릭들과 동일한 출발선상에 다시 합류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개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와 함께 어느 정도 기대를 가져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