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설정상 필요하다는 느낌으로 썼고
재미는 개노잼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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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리의 바람 잘 날 없는 배달일기 - 07
미노리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자주 마주치는 든든한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다소 무뚝뚝한 모나카도, 묘하게 화가 많은 치에도, 우아하고 여유가 묻어나는 유이나도, 본부 행정 파트의 어리버리한 두 여직원 라이트 씨와 플라이어 씨도 이용해 본 굴지의 미노리 배달 서비스.
모토는 언제나 같다.
“최속, 최단거리로 정열을 배달할 것“
그리고 그 최단거리 배달을 위해 터무니없는 루트를 개발해내고 잘 써먹다가 주변의 식물이 많이 눌려 죽어버리는 결과가 나와서,
“미노리 양은 배달을 하는 것은 좋은데, 앞으론 정식으로 깔린 길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이상.”
테즈카 사령관에게 혼나고 나서는 기지 내에서 터무니없는 루트를 뚫고 달리는 일은 관뒀다.
대신 그 이상으로 정열을 담아 배달하겠다는 생각으로 투혼을 불태웠지만, 세라프를 사용할 수 없는 기지 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속도를 사실상 더 올릴 수는 없었다.
뭔가 쏟을 열정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답보 상태가 지속된다는 느낌을 받던 미노리는, 뭔가 좀 더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자매들에게 상의했다.
“음... 난 미노리가 조금 속도를 줄여서 안전하게 배달했으면 좋겠어. 언니로서 많이 걱정되거든.”
가장 의지하고 내심 기대했던 맏언니 이치코는 그 열정에 보기 좋게 찬물을 끼얹어 주었다.
.....
”미노리는 좀 더 요조숙녀답게 우아하게 배달했으면 좋겠어“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도움이 안되는 둘째 니이나.
”......Zzzzzzzz... 뒹굴뒹굴...“
역시 기대도 안한 요츠하.
”빠르게 배달하려면 역시 긴장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자, 와봐. 내가 어깨를 풀어줄게“
교통사고를 더 유발할 것 같은 행동을 권하는 이스즈.
”자신의 다리로 먼저 달려보면 그만큼 보드의 속도도 감당할 수 있을거야! 나랑 같이 극한까지 달리면서 체력을 단련하자!”
나름 일리있는 권유를 하는 무우아였지만,
“보드는 줄 수 없는 쾌감이 있어, 미노리 언니”
진짜 목적을 확인하고는 바로 패스해 버렸다.
뭐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요츠하의 의견을 아예 듣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미노리는 억지로 요츠하를 깨워서 의견을 물어봤다.
“아함... 난 좀 쉬고 싶다니까.... 그래서, 좀 더 빠르게 갈 방법? 그런 컨설팅인가는 브리티카가 좀 한다고 하더라... 걔한테 물어봐... Zzzzzz..."
기껏 깨워놨더니 다시 뒹굴대는 요츠하.
그런데, 31X의 브리티카를 추천했다.
저번에 U140 인가 뭔가 하는 임무로 요츠하가 차출돼서 임무를 마친 뒤의 요츠하에게 듣기로는, 브리티카는 한창때 나름 그런 쪽 컨설팅을 한창 때 많이 했었고 그래서 어른들에게 이용당한 적이 많아서 자신의 지혜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잘 믿지 못하겠더라- 라는 얘기를 했었다.
“오~ 요츠하! 좋았어~~ 그럼 만나러 가볼게~~!”
장기간에 걸친 배달 업무 덕에 나름 31X 멤버들과도 어느 정도 면식이 있는 미노리. 특히 브리티카는 커리를 좋아한다는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거랑 가끔 멍때린다는 것 외에 다른 특징은 몰랐지만.
미노리는 31X 기숙사 방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고, 다행히 기숙사 안에 브리티카가 있었다.
“배달을 더 신속하게 하고 싶은데 브리쨩이랑 상담하면 어떻겠냐고 요츠하가 추천해줬어. 괜찮을까?”
“물론이죠. 미노리 씨의 부탁이라면 충분히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커리가 먹고 싶을 때 가끔 도움을 주신다면.”
“아하하.... 노력할게“
미노리의 설명을 대충 듣고 난 뒤, 브리티카는 그럼 한번 같이 보자면서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지도를 하나 꺼냈다.
”미노리 씨의 배달 경로를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응, 난 사령부 보고를 마친 뒤 아카데미에서 출발해서 상점에 들르는 경우가 많고, 별도 창고가 있는 기숙사로 바로 갈때도 있는데 대체로 지름길인 만남의 거리를 통해서 가. 그리고 기숙사에서 레저 거리로 이동할 때도 역시 그 경로를 이용하고 있어.
아, 예전엔 광장을 가로질러서 더 빨리 갔는데, 지금은 그게 막혀서 일반 길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 말을 듣고선 지도를 바라보는 브리티카.
“미노리 씨의 좌표를 (a,b), 미노리씨의 시속을 x라고 했을 때, 미노리 씨가 지점 (a', b')에 도착하는 최단거리와...“
뭔가 고차원적인 계산을 하고 있나보다.
그동안 미노리는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경로를 설정해 왔었기 때문에, 막상 수학적으로 계산을 한다고 하니 신기했다. 뭔가 자신이 틀린 것이 있었나 검사받는 느낌?
그런데 혼잣말은 별로 오래 가지 않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뻔 했네요.
미노리 씨, 지금의 경로보다 효율적인 경로가 있습니다.“
”엥? 진짜??? 길 자체는 내가 다니던 길이 제일 빨랐던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브리티카.
하지만 금방 생각을 마치고 미노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카데미에서 상점에 갈 때는 미노리 씨의 방식이 맞아요. 하지만 기숙사가 종점이거나 기숙사를 출발해서 레저 거리로가는 경우엔 더 효율적인 경로가 있습니다.”
빈 종이와 펜을 집어들고, 미노리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이렇게 x와 y를 놓으면... (슥슥) x는 125m, y는 130m 예요. 그러면 카페테리아 앞을 지나가는 이 거리 z는 √(x^2+y^2) 이므로... 180.35 m 라는 값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만남의 거리에서 가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경우 255m가 나오는데 카페테리아를 지나가는 경우 180.35 = 74.65m 의 이동거리가 절약됩니다.”
“와....”
사실 직선과 직선으로 가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간다는 건 상식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그동안 지도를 보면서경로를 설정할 생각 자체를 전혀 하지 않았던 미노리에겐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아카데미에서 기숙사로 가는 경우, 현재 미노리 씨가 가는 경로로는 720m, 메인 스트리트를 통해 카페테리아를 지나는 경로로는 565m 라는 계산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레저 거리 초입인 시계탑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 미노리 씨가 가는 경로로는 1,015m, 메인 스트리트를 이용하는 경우 940m 입니다.
추가적인 변수는 각 경로별 미노리 씨의 이동속도가 일정한지 여부 정도겠네요.“
....
미노리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난하던 시절에 빠르게 돈을 벌고 싶어서 학교의 수학 공부엔 크게 관심두지 않았었고 확률통계 정도만 집중해서 봤던기억인데, 수학이란 게, 공식이란 게 이렇게 실생활에 쓰이고 있구나 하는 감탄.
....
브리티카와 함께 최적 경로에 대한 컨설팅(?)을 끝내고, 다음에 브리티카에게는 인도식 커리에 필요한 재료를 마리가 공수할 때마다 가장 빠르게 배달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브리티카와 함께 봤던 지도와 주요 길들의 길이를 메모해둔 사진을 전첩에 저장해 놓고서, 나중에 공부 잘 하는 이치코언니에게 배달에 유용하게 쓸만한 지식들은 뭐가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다짐한 미노리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