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흥이란 사학자가 쓴 '유일신 야훼'란 책이 있음. 국사 전공이지만 완전 뜬금포는 아니고 이분은 이전에 '역사적 예수'라는 책을 쓴걸 보면 고대 근동사에 전공까진 아니어도 지식은 갖춘 분으로 보임.


근데 이분이 이 책에서 꽤 재밌는 주장을 했는데 이게 '신의 얼굴을 그리다'(강승일 저)에서 나온 이야기와 꽤 비슷해서 소개해보려고 인용함.


이 책에 따르면 야훼의 본래 속성은 처음부터 전지전능한 창조주이자 유일신이 아니라 본래 시나이 반도의 유목집단(하비루?)이 섬기던 무신(武神) 혹은 군신(軍神)으로서 출애굽기가 어느정도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시나이 반도에서 탈출해 히브리인-이스라엘인의 기원이 되는 셈족계 공동체가 이 유목집단과 접촉하면서 자신들의 만신전 내에 포함시켰을 것으로 보인다고 함.


이를 입증할만한 단서로서 바로 사사기를 포함해 열왕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국가적 위기중 전쟁이나 외적의 침략등의 상황에서만 야훼 신앙이 회복되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걸 지적함.


다신교 사회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신을 우선해서 숭배하는 경향이 있음. 예를 들어 흉년이라면 풍양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가뭄이 심하면 하늘신이나 강의 신등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식.


이 시기 이스라엘인들도 지금같은 일신교가 아닌 느슨한 다신교적 체제를 가지고 있었음이 고고학적으로 밝혀졌기에 당시 이스라엘인들은 다신교적 가치에 따라 국가적 위기가 닥치자 일단은 강력한 힘을 가진 야훼 신앙을 중심으로 단결하며 위기를 버텨냈던 걸로 보임.


현재도 성경에도 흔적으로 남아있는 야훼의 이명인 야훼 쩨바오트[만군의 여호와/야훼]는 이런 군신으로서의 야훼를 강조하는 칭호로 볼수있음.


이렇게 본다면 흥미로운 해석도 가능한데 성경에서 "이놈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식으로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스라엘인들이 자신들의 신인 야훼를 버리고 바알, 아스타르테등 다른 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소위 타락싸움이 끝나고 무기들을 녹여 쟁기와 보습을 만들듯 전쟁이 끝났으니 다시 기존의 토착 신앙으로 회귀한걸 후대에 타락으로 윤색했을 가능성이 높음.


특히나 바빌론 유슈 이후 유대교의 엄격한 교조주의를 정립한 신명기주의자들이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여러 판본이 존재하던 경전을 하나로 엮으며 '구약/타니크'로 만들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원전을 수정한 부분이 많다는 점은 이런 해석의 지지를 높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