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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50) 봉추의 힘


그날밤, 강동 거리를 떠돌며 머물 역관을 찾던 방통에게 노숙이 홀로 찾아온다.


"기다리시오, 선생! 분명 나와는 다 끝난 이야기 아니었소? 그런데 왜 주군의 심기를 건들일만한 말을 한거요?


그럴 사람이 아니지 않소!"


이젠 끝까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을 그대로 무시하기도 뭣했다.


"하..."


묵을 역관을 찾고, 늦은밤에 보리차라도 노숙에게 한잔 건네며 방통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말 그대도 몰랐던건진 모르겠는데, 손장군의 말씀엔 뼈가 새겨져 있었소. '봉추'와 '방통'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는 확신이 담겨져 있었지."


"...주공이 겉모습으로만 그댈 판단해서, 말도 안되는 소릴 한거였소?


"심술이 난것은 아니지만, 주 도독과 손장군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서 그랬소. 내가 적벽때 그대들을 도운것은, 오로지 주도독의 간절한 부탁이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요."


노숙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였지만, 이대로 그가 떠나는걸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다 납득하겠소, 하지만 이젠 전처럼 방랑자가 될 순 없을꺼요. 사람을 풀어 알아보기론 조조가 선생에 대한 현상금 수배를 내린 모양이요."


방통은 처음 들어본 소식에 깜짝 놀랐다.


"현상금이라니...! 조조 이놈, 결국 나와 사생결단을 내겠단거군!"


노숙의 품에서 밀봉된 서신 한장이 꺼내진다.


"일단, 여기 강동엔 주공 때문에 더 있을 만한 이유가 없어졌으니...유비에게 가시오.


지금 선생이 갈만한곳은 형주를 안정화시키느라 일손이 많이 필요한 유비군뿐이요. 내가 그에게 말을 해놓을테니, 선생은 가서 이 서신만을 따로 보내주면 되는것이외다.


"흠..."


노숙의 말대로 수배령이 내려진 이상, 전처럼 천하 곳곳을 돌아다니긴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나름의 기대감을 품고, 강릉으로 가 유비를 봤는데...


"그래..노 대도독께서 보내주신 사람이라..."


문제는 아직도 제갈량은 군 감독을 이어가고 있고 그외 장완과 반준처럼 방통의 정체를 아는 자들은 하필 그 자리에 없었던것이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던 유비도 손권보단 나은 정도였지. 역시나 귀하게 대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혹시 뇌양현의 현령을 맡아주실 수 있겠소? 인재가 많이 필요한 시기인만큼 누군가가 그곳을 돌봐줘야 하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공."


천재 방통은 그렇게 첫 관직인 현령으로서 길을 걷는다.


"고작 현령이라... 역시 서신을 보여줄걸 그랬나?"


허황된 명성을 싫어하는 그의 우직한 성격이 이런 푸대접을 초래한것은 어느정도는 사실이지만, 그도 딱히 큰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통은 그것과는 별개로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현령으로서 어떤 일도 하지 않은채 한달이 다되갔다.


물론 이 일도 유비의 귀에 들어가곤, 상당히 진노했다.


"자경의 부탁이 있었기에 현령이나마 작은 벼슬을 줬지, 이 자가 지금 어느 안전으로 태만해 있는건가!


장비, 손건! 당장 너희가 그 하루종일 술만 마시는 거렁뱅이를 일벌백계로 다스려라!"


"감히 나도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걱정마시오, 이 장익덕에게 맡겨주쇼!"


그렇게 두 사람은 쏜살같이 뇌양현으로 찾아가 방통을 찾는다.


"나와라 이 게으름뱅이야! 내가 왕년엔 독우를 형님과 같이 팬 장익덕이다! 어서 나와라!"


장비가 큰 소리로 한번 사자후를 시전하자, 관아에서 춤을 추듯 온몸 을 비틀거리며 문관들의 도움을 받고 내려오던 방통이 모습을 보였다.


"흐흐...아..그 장판파의 장비 장군이구려, 히곡.. 이 뇌양현엔 무슨 일로 오셨소...?"


장비는 당장에라도 저 입에 장팔사모를 꽂아넣고 싶었지만 유비의 말에 따라 정당한 법에 따라 다스려야 했기에 지금 당장은 참았다.


이번엔 손건이 입을 열고 소리쳤다.


"네놈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몰라서 이러는것 같은데, 어서 엄중히 단죄를 받을 준비나 하여라!"


아직도 백주대낮에 술에서 깨지 못한 방통은 이에 콧방귀를 뀌기까지하며 반문했다.


"흥! 그래봤자 백리도 안되는 작은 고을이렸다...여봐라! 그 한달동안 밀렸던 업무거릴 전부 다 대령해라!"


방통은 순식간에 뒤로 향하고 다시 관아 안으로 돌아갔다.


그런 방통을 묵묵히 따라가는 장비가 답답했던 손건은 그에게 말했다.


"장장군, 굳이 이걸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까? 당장 어서 가서.."


"손선생, 선생이야말로 이리 급하게 나올 필요가 있소? 천천히, 천천 히 움직였다가...일에 치인 그에게 망신을 주고 예정대로 벌하면 그만 이오!"


하지만 방통이 다시 들어간 관아에선 믿기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데..


"틀렸다! 세가 이게 뭐냐, 감면 정책을 왜 감안하지 않은 것이냐! 잠깐! 이건 또 뭐냐, 이건 이게 아니라..!"


자그마치 한달을 묵혀두던 일거리들이 일사천리로 정리되고 사라져가 던, 말 그대로 봉황의 재림을 장비와 손건은 눈에 담았다.


"뭐...뭐요 이건..!"


재빠른 양손의 움직임으로 한번에 여러가지의 일들을 처리하던 방통은 그와중에도 술병을 한번 들어 마셨다.


"장비 장군! 내게 한 시진만 주시오, 전부 다 끝내놓으리다!"


그러나 방통 혼자였음에도 일은 한 시진이 아닌 반 시진만에 끝났다.


정확히 반 시진, 그것도 방통이 술에 잔뜩 절여져 있는데도 말이다. 모든것을 다 지켜보던 장비는 아예 기립박수를 쳐 환호했다. 


"선생! 정말 대단하오! 선생같은 인재를 내가 함부로 벌하려 하다니...


아니지, 선생이 이런곳에서 고작 현령의 일이나 하는것부터가 이상하 오!"


그 말을 듣자, 방통은 노숙에게서 받은 편지를 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그럼 이걸 어서 주공에게 가져다주시오...히곡.."


다시 강릉으로 돌아온 그들은 뇌양현에서 있었던 일과, 서신을 유비에게 전달해주었다.


"내 아주 큰 실수를 했구나..!"


"정말 대단했소, 그 많은 일을 혼자서 다 반 시진만에 하다니!"


"게다가 확실히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어서 뇌양현으로 가시죠!"


유비는 그들의 말대로 인정사정 따지지 않고 적로마를 탄채 셋이서 같 이 다시 뇌양현으로 가고 있던중 장포가 따라붙어 장비와 유비 두 사람에게 알린다.


"백부님, 손부인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선이가..."


"아들이 아프다면 의원을 불러야지, 왜 나를 찾는다는 말인가! 장포, 같은 이유로 날 찾아온다면 그땐 태형이다!"


유비 안중에 지금 다른 이는 거의 없었다. 장포도 이를 알아,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예...엡!"


아버지 장비는 웃으면서 먼저 말을 타고 달려나가던 유비를 쫓았다.


"하하하! 아들, 봤지! 네 백부님은 이런 분이시다!"


다시 오밤중에 뇌양현에 도착할때 막 관아에서 나가려던 방통을 찾았다.


짐을 이미 꾸린 모습이였기에 더 늦기전에 유비는 빠르게 방통 앞으로 달려가고 큰 절을 했다.


"방선생! 방선생!"


똑같이 유비를 본 방통은 놀란 표정으로 주춤했다.


"방선생,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고, 내 사람이 되어주십쇼!"


"아...아니 이럴 필요까진..."


다만 이 절 한번이 방통에겐 큰 힘이 되었는지, 방랑자의 입장을 고수 하던 그의 입장에 변화를 주었다.


'이것 봐라..자신의 잘못을 알자, 이렇게 몸을 낮추면서까지 날 원하지 않는가? 흐음...유황숙이라...


평소 유황숙이란 자에 대해 호의적이였던 그는 이제 완전히 입장을 새 로 다 잡았다.


똑같이 손을 모으고 마찬가지로 큰 절을 올린다.


"이 방통! 가진 능력은 보잘것 없으나, 온 힘을 다해 주공을 돕겠습니다!"


마침 방통의 소식을 한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들은 장완과 제갈량도 같이 뇌양현으로 찾아와 그를 찾았다.


"방사원 이 사람아!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두사람은 서로 방통을 끌어안으며 반가워했다.


"이, 이보게 공명...나...숨을 못 쉬겠네..." "하하하! 절대 안놔줄걸세, 아하하하!"


몹시 즐거워하는 세사람을 보면서 유비는 마침내 속으로 안정을 찾았다.


'와룡과 봉추, 둘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 들었다. 그리고 이제...두 사람 모두가 내게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