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황제는 고려국왕 왕부다시리(충혜왕)에게 유시하노라.


경은 세조 황제(쿠빌라이 칸)의 외손인 충선왕의 손자요, 일국의 동궁으로써 지존의 지위에 올라 삼한을 다스렸으나, 그 행실이 일국의 군왕으로써 올바르지 못해 경의 아비(충숙왕)로 하여금 다시 고려의 임금 자리를 맡기게 한 적이 있다. 경의 아비가 경이 반성했다는 것을 듣고는 경에게 고려국왕을 잇게 하니, 짐 역시 경이 개과천선하였다 철썩같이 밑고 경이 고려 국왕의 지위를 이음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경은 그 사이에 더러운 정욕을 한껏 표출하며 임자 있는 여인이든 아니든 간에 단지 미인이기만 하면 그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대의 침소로 불러들여 정을 통했고, 급기야는 경이 경의 아비의 처첩을 간음하는 지경까지 이르러 경에게 죄를 묻고자 하였다.


김륜이 초나라 장왕의 후궁을 희롱한 장수가 장왕을 보호하듯이 경을 보호하매, 짐은 그에 심히 감복하여 경을 용서하고 다시금 경이 개과천선하여 삼한의 군민을 잘 다스리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경은 다시금 패악질을 부리며 농사철에 백성을 징발해 궁궐을 짓고 색욕을 조절치 아니하니, 마침내 경이 삼한의 군왕 노릇을 할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달았도다.


경의 죄는 경의 피를 천하의 개들에게 먹여도 부족하다 할 것이나, 일국의 군왕이었던 것을 고려하여 유배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으니, 경은 짐을 원망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