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sSTYhJtofs?si=q5l3w3-bZO1Gm0Ep



https://youtu.be/dslO-3GgenY?si=QMzSzU7H-UZK-Zbc

: Yarnhub과 협업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음악은 2분 23초에 시작. 긴 영상이지만 끝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웨덴의 메탈 밴드, 사바톤의 2014년 앨범, Heroes에 수록된 곡 No Bullets Fly. 이 곡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찰리 브라운(1922~2008)


1943년 12월 20일, 미국의 폭격기 1대가 위태롭게 비행하고 있었다. 이 폭격기는 찰리 브라운 소위가 조종하는 'Ye Olde Pub(오랜 술친구)'이라는 애칭이 붙은 B-17로 폭격 임무를 마쳤으나 독일군의 공격으로 기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항법 장치까지 고장나서 안전지대인 영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기에 이대로 독일군 전투기가 요격하러 달려들면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고, 독일 공군의 전투기인 Bf 109 1기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우린 다 죽었다'며 절망하는 B-17 승무원들, 그러나 그 Bf 109는 총탄을 퍼붓지 않았다. 대신 Bf 109의 조종사는 무언가 수신호를 보냈는데 브라운 소위를 비롯한 공포에 질린 미국 승무원들은 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B-17 주변에 머물며 비행하던 Bf 109는 별안간 기체를 바짝 붙이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행동하며 함께 비행하기 시작했다. 브라운 소위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의아했으나 일단은 불안을 억누르며 독일 전투기와 함께 비행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브라운 소위와 동료들의 눈에 도버 해협이 들어왔다. 여전히 긴가민가하던 그들이었으나 자신들에게 경례를 하고는 기수를 돌려 사라지는 Bf 109를 보고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적군 전투기가 자신들이 기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줬다는 것을 말이다.


프란츠 슈티글러(1915~2008)


이 Bf 109의 조종사는 독일 공군의 프란츠 슈티글러 중령, 그는 브라운 소위의 B-17과 조우하기 전 이미 B-17 2기를 격추했고 재보급을 받은 뒤 날아오른 참이었다. 그는 브라운 소위의 B-17을 발견하고 마찬가지로 격추하기 위해 접근했으나 기체의 상태를 보고는 잠시 망설였다. 미군 폭격기는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옛 상관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자네가 저항불능의 상대를 쐈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린다면, 내 손으로 자네를 쏴죽여버릴 걸세."


슈티글러 중령은 눈앞의 B-17이 저항불능 상태라 판단했고 격추하는 대신 지상에 착륙시킬 작정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폭격기 승무원들은 자신의 수신호를 알아듣지 못했고 여전히 영국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아군 대공포에 의해 산산조각날 것이 자명했기에 슈티글러 중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눈앞의 적군 폭격기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공포가 폭격기를 맞추지 못하도록 자신의 전투기를 폭격기에 바짝 붙였으며 영국 방면으로 적기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군 방공망을 벗어나 도버 해협이 눈에 들어오자 슈티글러 중령은 미군 폭격기에게 짧게 경례하고는 기수를 돌렸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적군을 살려줬고 이 일을 비밀로 간직했다. 이 일이 상부에 알려진다면 험한 꼴을 볼 것이 뻔했기에 당연한 결정이었으리라.


노년의 찰리 브라운(좌)과 프란츠 슈티글러(우)


그리고 2년 후인 1945년, 전쟁이 끝났다. 신이 도우셨는지 브라운 소위와 슈티글러 중령은 모두 살아서 종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브라운 소위는 이 일을 잊지 못했고 자신을 구해준 독일군 파일럿을 찾기 위해 상당 기간 애를 썼다.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슈티글러 중령이 캐나다로 이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브라운 소위는 옛 은인을 찾아갔고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여생을 절친한 친구로 지냈으며 2008년,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


이때의 일을 묘사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