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부인이 라듐을 발견한이후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원자물리학은 빠르게 발전하였고 이에 결정타를 박은것이 1945년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발명이었다. 

이후 50년대에 본격적인 상업운영용 원자력기술이 등장하자 미국을 필두로 이를 받아들인 세계 각국 선진국들은 핵 만능주의에 빠져듦과 동시에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마저 각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왔던게 원자력추진 대중교통수단의 개발이었다.


하지만 지금 기술력으로도 원자로와 핵물질은 다루기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가장먼저 도입된것은 항공기로서 이당시엔 아직 ICBM 기술이 나오기 전이거나 개발되었어도 연료충전부터 발사까지 1시간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아직도 대륙간폭격이 가능한 전술폭격이 핵투발 수단의 주력이었던 시절이었으므로 이론상 한번 연료를 충전하면 무한하게 날아다닐수 있는 핵추진 폭격기는 매우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 항공의 원자력 추진은 군용기 마저도 애로사항이 꽃폈기 때문에 결국 미소모두 몇대의 실험기만 제작되고 끝나고 말았다. 이후 미국이나 러시아같이 대륙국가라 철도강국들이 시도해본게 원자력 추진 기관차였으나 전기철도를 이용한 고속열차를 일본이 개발하면서 이것이 원자력추진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다루기도 쉬웠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패배하며 이마저도 몇대의 시제품으로 끝났다.


그래서 그나마 차폐시설을 설치하는데에도 공간적 여유가 넘쳤으므로 난이도가 낮은게 대형 선박이었으므로 육상과 항공교통수단은 포기하고 너도나도 원자력 선박을 만들게 되었지만 대부분 쇄빙선으로 건조했고 이마저도 냉전이 끝나자 국력을 과시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지자 대부분 여러가지 문제때문에 퇴역하게 되었다. 그나마 원자력 쇄빙선은 소련-러시아가 북극권에서 운용하는게 오늘날엔 전부이다.


사바나호는 서독과 함께 드물게도 쇄빙선이 아니라 화객선으로 건조된 선박이다. (화물선과 여객선 겸용, 사실상 오늘날 모든 페리선, 여객선은 화객선임), 사실 서독의 원자력 상선 오토한호는 석탄운반선으로 화물전용이고 그마저도 9년만 사용되고 퇴역했다.


사바나호는 원자력선 답게 폐연료만 없다면 이론상 청정에너지에 한번 연료를 보급받으면 1년이상을 무보급으로 운행해도 될정도였고 대서양 횡단노선 투입시에는 우라늄 15kg 정도만이 필요했다고 한다. 말그대로 당시로선 미래의 초첨단 꿈의 여객선이자 미국의 조선술과 핵과학기술력을 과시하며 대서양 여객운송 시장의 여왕이 될것으로 기대되었다. 무엇보다 앞서서 소련이 원자력 쇄빙선 레닌호를 57년에 건조하여 진수시킨것이 이배의 건조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렇기에 미국의 아이젠하워 시대에 자국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선박이지만, 방사능문제에 대한 불신감때문에 승객들이 기피할게 뻔하자, 엄청나게 여객선실을 화려하게 만들어서 그나마 얼마없는 여객용 탑승자 구역은 초천담 초호화여객선의 그것만큼 꾸며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배의 안전한 운용을 위해선 모든선원은 원자력 관련 기술과 지식을 숙지해야 하는 고급인력만을 체용해야 했고 이는 인건비상승 즉 운영비용증가를 야기했다. 또 당연히 원자로 운용때문에 유지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사용후 폐연료봉 처리문제까지 있었다. 거기에다가 이윽고 원자력 시대가 짧게 끝나면서 핵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더더욱 이 배는 인기도 없어져갔고 아예 일부항구에선 입항도 거부당해버린다. 즉 돈먹는 하마가 된것이다.


거디가가 화물선겸 여객선 겸용이라 화물은 화물대로 많이 못채우고 여객은 여객대로 많이 못채우는 민간수송 업계에서 반반치킨은 못살아남는다는걸 또다시 입증한다. 사실 경제성보다는 국력과시용이자 기술시연 용도가 더 컸고 실재로 건조주체와 운용주체는 미국정부 원자력위원회였기 때문에, 손실은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매꾸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광동체 제트 여객기가 보잉 707을 필두로 등장하며 대히트를 치고 보잉 747같은 대형 여객기들까지 판매되기 시작하자 이를 항공사들이 너도나도 중장거리 대륙간 노선에 투입한다. 이때문에 일지감치 오일쇼크가 터지기 전부터 미국대륙에서 여객 기차는 멸망했으며 선박들도 이를 피해갈수 없어 일반 기름먹는 배들도 대양간 항해에서 항공기에 밀려 개같이 패망하며 대서양 횡단 여객시장을 항공기에게 다 내주는 판국이되었다. 

결국 대서양 정기 여객선사들은 정시성은 항공사에 결코 따라잡을수 없기때문에 안락함과 고급화를 추구하였으나 원자력상선은 방사능 불안때문에 안락함에선 이미 탈락이었으므로 더더욱 설자리를 잃게되었다.

결국 원자력 이라는 딱지덕에 여객시장에서는 기피대상이 되었고 유지비까지 일반상선의 배가 드니 당연히 일찌감치 퇴역처리 되어 오늘날까지도 몰티모어 항구에 수십년간 개류되어있다. 그래도 국가 사적으로 인정받아 방치까진 아니고 보존되고 있으며 박물관으로 전환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여담으로 1967년 한국의 부산항에도 입항한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펄프와 군수화물을 수송하였으며 뉴욕-부산항까지 당시 일반선박이 40일이 넘게 걸리는데 이배는 22일만에 주파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