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빡'이라는 단어는 의외로 17세기부터 문증된다 ('역어유해'). 그런데 어쩌면 이마를 '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고구려 시대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일지도 모르겠다. 고구려 파해평사현(波害平史縣)은 오늘날의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으로, 윤씨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본관인 파평 윤씨의 '파평'이라는 지명의 유래이기도 한데,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파해평사현의 다른 이름이 액봉(頟蓬) 즉 "이마 쑥"이라고 하고 있다.


'평사(平史)'의 한자음은 아마도 *pesi인데 이것이 ㅄ으로 시작하는 후기 중세 한국어 pswuk의 원형일 수 있다. 그렇다면 '파해(波害)'가 '액봉(頟蓬)'의 '액(頟)' 즉 "이마"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마'는 후기 중세 한국어 nimah이므로 '파해(波害)'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파평면은 임진강에 인접해 있고, 임진강의 삼국 시대 이름은 '호로하' 또는 '표하'이다. '호로'라는 발음이 뭔가 그럴듯해서 고대 한국어 음차 표기 같지만 사실 박을 뜻하는 한자어이고, '표하'의 '표(瓢)' 역시 박을 뜻한다. 이 강 이름에 대해서는 음차 표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임진강의 다른 이름으로 바로 인접한 고구려 칠중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의 이름을 딴 '칠중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호로하' 또는 '표하'라는 이름 또한 연천 호로고루 바로 건너편에 있는 파해평사현의 이름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파해(波害)'는 "박"에 해당하는 단어의 발음을 나타낸 것이고, 이 단어에 "이마"라는 뜻이 있었기에 '액(頟)'이라는 한자로 옮겼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