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리영 전투에 관한 글 (https://arca.live/b/histor25385328036y/61177899)이 올라왔길래

그거에 관해서 역사언어학적인 이야기를 또 해보면

(마침 내가 만들고 있던 슬라이드에 딱 그 내용이 나와서 위에 첨부함)


기리영의 이름인 '기리(崎離)'라는 글자는 남북조 시대에는 대충 [케레] 같은 발음이었는데

3세기 전반 위나라 시점에서는 이게 [카라]라는 발음을 표기한 것일 수 있음


이게 이 시기의 중국어 발음 변화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원래 '한(韓)'이라는 글자는 고대 중국어 발음이 *gˤar [갈]이라서

중국인들이 고대 한국어 *kara [가라]에 해당하는 발음을 표기하는 데 썼는데

문제는 고대 중국어 *-r이 발음 -n으로 변하고 *gˤ도 h- [ㅎ]으로 변해서 han [한]이 되어버림


그래서 선택한 새로운 표기가 아마도 '고(沽)'

얘는 희한한 글자인데 굳이 이걸 선택한게 아마 古 옆에 삼수변을 붙여서

당시 중국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r을 표시한것같음 (이 용법은 삼국시대에도 존재함)


말하자면 훗날 한자 아래에 '을(乙)'을 붙여서 ㄹ 받침의 '돌(乭)' 같은 글자를 만들었듯이

이시대에는 삼수변을 붙였다는건데 왜 삼수변인지는 모름

아마 "물"이라는 한국어에 ㄹ이 들어가서 그런 거 아닐까?


근데 위나라가 238년에 공손씨 연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방군을 접수했을때

새로 파견된 중국인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표기가 전혀 이해가 안갔을거임

그래서 대방군 남쪽 한(韓)인과의 경계 지역 군영의 이름은 '기리영(崎離營)'이 됨


대방군 내에 있는 군영의 이름이니까 자기들 (중국인들) 편하게

3세기 전반 당시의 최신 중국어 발음을 반영해서 표기한거지


아무튼 나중에 6세기 초 고대 일본어 표기를 보면 희한하게 '기(奇)' 같은 글자를 ka [가] 발음으로 쓰는데

당시의 중국어 발음으로는 ㅔ 모음에 해당하는 글자를 왜 ㅏ로 쓰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설명 못하고있음

이게 위나라 → 대방군 (3세기) → 백제 (4세기) → 일본 (5세기)으로 건너간거일 수 있다


'한(韓)'의 고대 중국어 발음이 *gˤar [갈]이고 고대 한국어 *kara [가라]의 표기라는 건 정설인데

나머지는 전부다 내 뇌피셜이고 근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