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필자가 즐긴 게임중 참고할만한게 서브컬쳐 게임밖에 없어서 자료들이 다 씹덕겜인점은 양해를 바람





현대의 비디오 게임들은 게임속 아이템과 캐릭터에 일명 레어/희귀도를 등급화 해놓고 있다. 흔히 '일반-희귀-고급-영웅-전설-유물'로 정리되는 이 아이템 등급제는 분류하여 높은 등급일수록 뛰어난 능력에 대비해 획득하기 힘들고 시스템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변형되어 차용되고 있다.


물론 이 아이템 등급제 시스템이 곧 금전적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이것이 BM(비즈니스 모델/수익성)으로 이어지며 가챠/뽑기라는 게임업계의 영원한 원죄를 만들어낸 것도 유명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수집형 RPG '소녀전선'의 희귀도 등급. 소녀전선은 아이템 등급제를 서브컬처 게임의 캐릭터 희귀도로 연결짓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작품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MMORPG 외에도 수집형 RPG, FPS, 오픈월드, 액션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아이템의 희귀도를 별의 갯수 말고도 색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바로 위의 희귀도 시스템과 연관지어 '흰색-파랑-초록-보라-주황'으로 말이다. 간혹 파랑과 초록의 위치가 바뀌거나 상위 등급인 '신화/전설'로 노랑색을 추가하는 정도의 변형은 있으나 대체적으론 대부분의 게임이 이 기조를 따르고 있다.


['명일방주'의 희귀도 등급. 명일방주는 하양-초록-파랑-보라-노랑의 기조를 따랐지만 여기에 SSR에 해당하는 6성 캐릭터는 금빛에 가까운 노랑색으로 표현하였다.]




그렇담 여기서 의문이 든다. 과연 아이템을 색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우선 대중적으로 이 기법을 처음 사용한 게임은 바로 한때 국민게임 취급받던 디아블로 2였다. 디아블로는 아이템의 색을 통해 희귀도를 표현한 첫번째 게임이였는데 당시에는 하양-회색-자주-주황-초록-노랑-황금 순으로 희귀도를 표현하였다. 이후 블리자드는 자사의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서 이 표현을 다시한번 사용하고 와우가 종전의 히트를 치면서 색으로 아이템의 등급을 표현하는 방법이 본격적으로 게임계에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렇담 색으로 아이템의 등급을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순수한 디아블로만의 오리지널일까? 그렇지는 않다.


디아블로의 프로그래머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브레빅(David Brevik)은 훗날 디아블로의 개발 당시 비화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디아블로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오리지널이 아닌 다양한 게임들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밝히며 이중 디아블로의 시스템중 많은 부분은 로그라이크 게임 'Angband'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글의 주제인 '아이템 등급 별 색상' 역시 Angband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Angband는 초창기 DOS 시절 게임이였기 때문에 현대의 게임과 같은 화려한 그래픽이 아닌 아스키아트를 그래픽으로 대신하였다. 문제는 이렇다보니 아이템이나 몬스터등의 오브젝트를 강조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것. 그래서 Angband는 폰트의 색상을 아이템등 오브젝트를 강조하고 표현하는데 활용하였다.


[Angband의 아이템창의 모습, 오늘날의 게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템 등급 분류와 달리 Angband는 아이템들의 활용이나 종류에 따라 색을 나눴는데 예를 들어 마법과 관련된 아이템이라면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Angband에 비해 훨씬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게임이였다. 색있는 글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아이템은 충분히 시각적으로 구분할수 있었기에 굳이 그 쓸모를 색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제작진은 다른 활용법을 찾아내게 되었다.



['전함소녀'의 희귀도 등급. 서브컬처 게임에 최초로 희귀도 등급을 도입한 게임으로 훗날 소녀전선, 벽람항로와 같은 중국의 캐릭터 수집형 RPG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디아블로는 최종보스인 대악마들을 쓰러트리는게 목표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아이템'을 찾아내는 파밍의 재미도 있던 게임이였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이 색깔로 특정아이템을 지정하는 기법을 역으로 적용하여 '강력한 아이템, 희귀한 아이템'에 특정한 색으로 묶음으로서 아이템의 등급과 색깔을 연결지었다. 이후 위에서 이야기하였듯 디아블로 2의 공전의 흥행과 와우에서도 이 기법이 똑같이 이어지며 현재의 '게임속 아이템/캐릭터의 등급을 색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완성되었다.



- 참고자료 및 인용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