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대 한국어에 대한 논문을 봤으면 알겠지만 주된 내용은 차용어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대 한국어는 기록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일본어나 만주어에 있는 차용어 하나라도 매우 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보빈의 논의에 따르면 일본어 tuti가 오키나와서 ncha < *mita와 다르다고 "둔덕"의 차용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이건 사실 일단 보면 그럴수도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지는 모르겠다.


일단 우리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기록이 거의 안 남은 한국어족에 대한 논의 대신

기록이 썩어 문드러진 고대 영어 기록은 별로 없지만 연구는 될만큼 남은 프리스어를 포함한 앵글로프리스어파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일단 앵글로프리스어파로 눈을 돌려보면 영어와 프리스어라는 대표적인 언어가 있다.

근데 사실 재미있는 것은 앵글로프리스어파에서 영어와 프리스어는 음운적으로 유사하지 어휘적으로 유사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기초 어휘인 "child"는 사실 앵글로프리스어파도 아닌

앵글어파에만 있는 단어로 그나마 앵글로프리스어파에서는 proto-germanic *barna를 공유하기는 한다.

문제는 스코트어 bairn이 고대 덴마크어 외래어라는 주장이 힘이 강하다는 것이지만

고대 영어 bearn도 있으니 일단은 bairn을 고유어라고 하자.


아무튼 일단 현재 과정에서 우리는 "child"가 사실상 앵글어파에만 존재하는 지엽적인 단어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영어에는 "child"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지엽적인 단어들이 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다시 당면한 큰 문제가 있다. 이 모든 단어들은 선주민들의 substratum인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이 지엽적 단어들은 게르만어파하고도 일치하지 않으면서

켈트어파하고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old english - proto-germanic - proto-celtic

cild, bearn - barna, kinþa - boukoloys?

bird, fugol - fuglaz - fetnos

dogga?, hund - hundaz - ku


이 말고도 본래 앵글어파에는 알다만 3개가 있는데 오늘날 영어에서는 전부 사라지고

앵글어파 특유의 cnawan에서 유래한 to know만 전하지만 스코트어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알다가 3개다.


tae knaw < cnawan
tae ken < cennan

tae wit < witan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공교롭게도 영국에는 기록도 거의 없는데다 후계 언어조차 없는 언어가 있었다 바로 픽트어다.


만약 위의 정보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우리는 픽트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child, bird와 dog는 픽트어 유래다.

또한 cnawan의 존재로 픽트어에서도 gneh₃-이 알다임이 확인되므로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까지는 결정지을 수 있다.


즉 보빈과 같이 tuti 같은거 잡아다 저거 고대 한국어라고 하면 반대로 저런 논리 위에서는

영어에서 수상한 단어는 모두 픽트어라고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나마 보빈은 doublet의 지엽성에 대해 논하지만 사실 이도 별 도움은 안 된다.

이는 다음을 보자.


출처는 ESk Geisl 10 Vii/3이다.


Ǫld samir Óláfs gilda
— orðgnóttar biðk dróttin —
oss at óðgerð þessi
ítrgeðs lofi kveðja.
Fannk aldri val vildra
— vallrjóðanda allra
raun samir — rétt í einu
"ranni" fremðarmanna.


세월은 올라프의 가치와 같다.

감사의 말로 충만한채 나는 우리 주께 기도한다.

이와 같은 자와 함께할 수 있다는데 엄청난 감정의 기쁨을 느낀다.

땅의 전사들이 전부 외국인의 한 "집"에 모여서.


아니 잠깐 집을 뜻하는 고대 덴마크어는 husa에서 유래한 hús가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드디어 proto-germanic *ranaz? *razna?에서 유래한 rann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razna의 분포는 꼴랑 스칸디나비아 반도 아이슬란드 일대다.

그러면 이로 인해 우리는 hús가 아닌 단어들은 전부 스칸디나비아 반도 선주민들의 단어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보빈의 핵심 이론조차 매우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마당에 최근에는 아마추어지만 일본어 sora의 지엽성을 이용해

중세 한국어의 하·ᄂᆞᆶ[ha¹nɑr²‿x]하고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이야기를 봤는데,

사실 보빈이 가져온 단어는 그래도 어느정도 참작할 여지는 있지만 sora와 하·ᄂᆞᆶ[ha¹nɑr²‿x]의 연관성은 매우 무리가 심하지 않나 한다.


sora와 하·ᄂᆞᆶ[ha¹nɑr²‿x]을 연결시킬 정도라면 우리는 비로소 픽트어와 paleo-scandinavian의 복원을 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고대 한국어의 기록이 매우 적은 현실에 기반해 볼때

한국의 영향을 받았음이 추정되는 지역의 차용어를 추정해 볼 수 밖에 없지만 이 역시 기록이 많이 남은 유럽의 상황을 볼때

얼마나 유효한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위를 비추어볼때 학자들이 임의로 이건 cognate다 하는 것도 아주 확실한 맥락이 없거나

아니면 최소 internal reconstruction에 있어서 유효한 정보가 아니라면 저 단어가 cognate인지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즉 외국어에서 고대 한국어 차용어를 찾는 것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그닥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