윾챈에서 이 짤 보고 심심풀이 삼아 분석해봄


1. 이 말의 출처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못함. 다만 미하일 3세가 라틴어를 "barbarous and Scythian tongue"라고 평했다는 언급이 영미권 도서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봐선 날조된 것은 아니라 생각됨. 따라서 미하일 3세가 라틴어를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평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음.


2. 다음으로 확인할 건 이 말이 튀어나온 맥락인데, 위의 출처에서는 이 발언이 포티오스 분열을 전후한 논쟁에서 튀어나왔다고 설명함. 이 사태에서 교황과 비잔티움 황제는 칼만 안 휘둘렀지 협박에 매수에 온갖 술수를 동원했으니, 위의 발언도 미하일 3세가 있는 대로 쌍욕 퍼붓다 교황 속 긁으려고 내뱉은 말 같음.


3.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하일 3세가 교황을 비난하기 위해 "라틴어"라는 요소를 사용했다는 사실인데, 일반적으로 남을 비난할 때는 남의 특성을 가지고 비난하기 때문임. 비잔티움 황제 본인도 라틴어를 사용했다면 라틴어 가지고 드립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을 테니까. 따라서 이 편지를 작성했을 시점의 미하일 3세에게는 라틴어가 "남의 언어"로 인식될 만큼의 심리적 거리가 존재했다고 볼 수 있음.


4. 이건 비단 미하일 3세만의 이야기가 아닌데, 동시대 비잔티움의 최고 석학이자 포티오스 분열의 핵심 인물인 포티오스도 라틴어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임. 기실 7세기 이후 제국 내에서 라틴어는 공용어 자리도 상실하고 사어화되기 시작했으니, 9세기 후반인 당시로 가면 그런 인식이 지배적이었대도 이상하지 않을 거임.


5. 재미있는 건 1세기의 역사가 디오니시우스가 라틴어를 "그리스어의 방언"으로 인식했으며, 6세기의 프로코피우스는 유스티아누스 1세를 그리스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비난했기 때문임. 유스티니아누스가 마지막으로 라틴어를 제1언어로 사용한 황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스어 화자의 라틴어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우리말의 방언'>'타도해야 할 공용어'>'완전한 남의 언어'순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음.


6. 따라서 짤의 발언을 '비잔티움이 라틴어를 천대했다'라는 근거로 사용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비잔티움이 고전 로마의 핵심을 이루었던 라틴 문화를 잃고 끝내는 그리스의 바다에 동화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화로는 볼 수 있을 것 같음.


예전의 일반적인 의견과는 반대로, 비잔티움 국가는 아주 강력한 역동성에 의해서 발전했다. 모든 것이 이 도도한 흐름 속에 용해되고, 끊임없는 개조와 신축을 경험했으며, 그 역사적 발전의 마지막 국면에 이르러서는 비잔티움인들의 제국도 로마라는 이름과, 실현될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하는 전통들을 빼고는 옛 로마 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었다.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9-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