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복도(Shadow Corrider 影廊 맥락을 생각하면 Shadow를 추적자나 귀신이라 옮겨야 맞다.)라는 공포게임이 있다. 유튜브에도 고수들이 하는 게 나온다. 배회자라 불리는 추적자에게 안 잡히면서 특정 아이템을 특정 갯수만큼 모아서 출구로 가야 이기는 게임인데 불을 끄고 숨으면 웬만한 배회자가 못 덤비는 곳이 있다.(고수는 당연히 안 숨고 한다.)


플레이어가 숨는 곳을 한국어판에서 바구니로 새겼는데 틀렸다.

이건 바구니가 아니라 "고리"다.


요런 거다.


고리는 環(고리)와 동음이의어다.


일본에서 만든 게임이니 일본어가 원문이다. 원문에서 고리를 뭐라고 썼나?

行李(竹で 編まれた カゴ)

행리(대로 엮은 바구니)

아마 한국어번역자는 고리를 몰라서 원문에서 뜻 설명으로 쓴 바구니로 외게 새겼나보다. 원문에서도 따로 새긴 걸 보면 행리는 일본에서도 잘 모르는 낱말이다.

그럼 行李를 일본어로 뭐라고 부를까?


こうり 알다시피 오단(お段) 뒤에 う는 우가 아니라 오를 길게 읽는 거니 코오리 또는 고오리다. 고오리? 고:리? 고리?


行李는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에서 이렇게 나온다.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은 모두 여행짐, 또는 군대짐이라고 새긴다.


그림자복도 중국어판은 고리를 이렇게 쓴다.

行李箱(竹編的箱子)

행리상(대엮음의 상자)

트렁크, 여행용 캐리어 등의 뜻으로 쓰인다. 하기사 대오리나 다른 단단하고 탄성있는 긴 물질로 엮은 상자가 옛날에 트렁크가 여행용 캐리어지.


영어판에서는 이렇게 썼다.

"Kori"(tranditional, large baskets woven from bamboo)

"코리"(전통적으로 대로 엮은 큰 바구니)


공교롭게도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대오리나 그 밖에 긴 섬유로 엮은 바구니를 부르는 이름이 비슷하다. 위에 네이버 국어사전 캡처에도 나오지만 고리는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나온다.

그렇다면 고리는 조선중기부터 그대로 내려온 낱말이다만


허나 『월인석보月印釋譜』와 『두시언해杜詩諺解 초간본』과 『능엄경언해』에서는 "골회"라고 썼다. 훈몽자회의 앞뒤로 나온 문헌에서는 고리와 다르게 쓰였다. 골회 → 고리?



그러나 국어사전에서는 고리와 같은 뜻으로 고로(栲栳·𥬯䇭)라는 한자어가 나온다.(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𥬯를 이미지 파일로 처리하는 찐빠짓을 저질렀다.)

뜻도 같고 고리와 소리도 비슷하다?


𥬯와 䇭는 한자 하나하나가 고리와 뜻이 같다.


네이버 한자사전을 보니 栲栳는 고리와 뜻이 같다.


골회·고리·行李(こうり)·栲栳·𥬯䇭는 왜 뜻도 같으면서 말도 비슷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