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생부터 질병을 경험했고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을 경험으로 서서히 터득해 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의 욕망 중 하나인 모든 질병의 두려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능의 약, 즉 만병통치약에 대한 인류의 헛된 욕망은 오랫동안 인류를 현혹시키고 있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사기꾼들은 예나 지금이나 있어 왔다. 만병통치약의 역사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 공포가 원인이며 이것을 잘 이용한 약삭빠른 이들은 인류 역사에 언제나 존재해 왔다.

 

고대 그리스의 뱀이 감긴 지팡이를 든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으로 숭배되었는데 병자들은 그의 신전에 순례를 떠나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스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고대 그리스에서 의사 하면 여러분은 히포크라테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리스인들의 다신교적 관점으로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존재가 훨씬 더 믿음이 가는 존재였을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두 딸에 대한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장녀는 히게이아(Hygeia)로 위생과 청결, 예방의 영역을 주관하는 신이다. 차녀는 파나케이아(Panakeia)로 약을 주관하는 신이다. 그런데 동생인 파나케이아가 아스클레피오스의 자식들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았다.

 

위생의 여신 히게이아. 영어 단어 Hygiene의 기원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차녀 파나케이아. 중세-근대 시기의 목판화로 마치 연금술사 또는 메데이아, 키르케 같은 마녀에 가깝게 그려졌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진정한 만병통치약인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된 식사, 적절한 운동’보다는 약물로 간단하게 이를 이룩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확인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에 대한 기록은 미트리다티움(Mithridatium)이라는 비약으로 전설에 따르면 소아시아에 있는 폰토스 왕국의 국왕 미트리다테스 6세는 15세에 아버지가 독살당하는 개인적인 비극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평생 자신이 독살당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혔고 그래서 노예와 죄수들을 동원해 인체실험으로 온갖 약물을 먹이는 방법을 통해 완성한 비약을 조금씩 섭취하여 독살 음모에 대비했다고 알려졌다고 하는데 바로 이 비약이 미트리다티움이다.


폰토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 불안정한 정국에도 소아시아를 평정했지만 로마와 맞선 끝에 패망하고 자살했다.

 

미트리다테스 본인은 정작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자 음독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자 결국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미트리다티움이라는 비약의 제조법은 사라지지 않고 지중해 일대에 두루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