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여기 관심 가지는 이유가 내가 예전부터 비판해 왔던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 탈락설에 대한 반론 중에 매우 날카로운게 있길래.


어렵게 말하면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말할려고 노력을 해 보는데,

문자 써서 spirantisation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아니 저게 뭐에요 하겠지만 저게 뭐냐면

ㄱ이 ㅎ으로 변하고 p가 f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유명한 편에 속하는 spirantisation 중에서 가장 유명한 후기중고한어의 경순음 생성이 있는데,

조건이야 말해도 팝팀에픽 유명한 짤 아 이해했어가 나오니까 당 망할락 할때 쯤에

반모음 [j] 앞에서 [p] 일부가 [f]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근데 사실 반모음 앞에서 조건은 사실 흔한 조건은 아니다.

가장 흔한 조건은 역시 모음 사이 조건이라고 하는 V_V 조건이 가장 흔하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중세 한국어 자료 보면 가끔 나오는 순경음 ㅸ[ɸ~f]가 있는데,

계림유사에서 보면 아쉽게도 중세 한국어에서 순경음으로 나오는 단어는 없으나

고려 후기때는 순경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su¹ɨr¹ < *su¹fɨr¹과

turx³ < *tu¹fɨrx²가 있었는데 각각 途孛(도발)과  酥孛(수발)로

현대 중국어로 tu2 bo2하고 su1 bo2로 경순음인 佛(부처 불) fo2가 아닌 孛(혜성 발) bo2로 적었다.

또한 "비"는 중세 한국어에서는 순경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 pi²인데 ,

계림유사에서는 경순음인 霏微(비미) fei1 wei1로 적었다.


또한 중세 한국어에서 순경음은 모음 사이에서만 보이는데 이는 중세 한국어의 순경음이

원래 [p]였다가 모음 사이에서 [ɸ~f]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게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 탈락설의 중요한 반박 논거가 어떻게 되는지 이제 알아보자.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 탈락설에서는 일단 중세 한국어의 sk- 이런 것들이 *sVk- 이랬다고 한다.

즉 고대 한국어 시기에 자음군 사이에는 모음이 있었다는 설이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유명한 모 유튜버도 언급하고 여기에서도 가끔 이야기가 나온

ㅍ[pʰ] < *pk < *pVk은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라고 본다. 즉 파다는 *pVka-ta

억지로 읽으면" 부가-다" 스럽게 발음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이걸 ㅋ[kʰ]과 연관을 지어보자.


저 설에 따르면 ㅋ[kʰ]은 *kVk였다는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kVk 다음에는 무조건 -V가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kVkV로 위에서 말한 spirantisation rule이 되어 버리는데,

이는 다시 말하자면 "구구"에서 두번째 음절이 "구후"로 바뀌게 만드는 규칙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구구"가 아닌 "구후"로 바뀌어 버리면 후에 "쿠"로 바뀌기가 매우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역으로 생각해 보면 고대 한국어 시기에 자음군 사이에 모음 같은 것 없었다고 해 버리면

이야기는 매우 쉬워진다. 사실 "구구"가 아니라 "ㄱ구"면 [kku]인데 [kk]는 [k:]이므로

gemination이 되어 버린다. 아니 또 gemination이 뭐겠냐 하겠는데,

모음 뿐만 아니라 자음도 길이에 구분이 있을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볼때 어두에 자음의 장단을 구분하는 언어는 드물기 때문에,

ㄱ이 두개면 길은 ㄱ이 되므로 한국어 한자음에서 ㅋ이 없는 것은

오히려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탈락설을 부정하면 쉽게 해결된다.


만약에 한국어 유기음이 초기 고대 한국어 시기에 *Ck-였던 것에서 유래한다면

한자음에서 ㅋ이 없는 것을 고려할때 *Ck-까지는 오히려 한자음으로 강력히 증명이 되지만

역으로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탈락설은 부정되어 버리는 것이 된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는 순경음의 발생 조건인 모음 사이 조건 V_V는 사실 굉장히 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저 조건은 스페인어에서 [d]가 [ð]혹은 [z̝]로 바뀌는 조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흔한 조건이고, 역으로 굳이 고대 한국어 시기에 자음군 사이에 모음을 삽입한다면

모음 사이 조건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볼때 ㅋ는 중세 한국어 자음군 모음 탈락설을 부정하는 꽤 강력한 증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