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알고있는 삼국유사 황룡사 9층 목탑편의 내용에 따르면 황룡사를 창건할때 백제장인 아비지를 초청하여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대중에게도 이런 내용이 잘 알려져있고, 당시 백제의 건축과 공예기술은 삼국 중에서도 거의 최정점에 달한 수준이었기에 한동안은 정설처럼 여겨졌다.

다만 이 이야기는 이전부터 여러 학자들이 의문을 표현해왔다. 일단 당시 신라와 백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을 하는 사이였으며, 특히 신라는 백제의 끝없는 공세를 막아내기에도 벅찬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런 정세에서 백제인 장인을 신라 왕실 사찰의 거대 목탑을 만드는데에 초빙한다? 현대적으로 봐도 당시 시점으로 봐도 납득이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룡사 금동 찰주본기에는 아비지나 기타 백제계 인물이 황룡사 9층 목탑 건설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전혀 적혀있지 않다. 때문에 권종남이라는 학자가 황룡사 9층 목탑에 백제 특유의 하앙공포를 적용시킨 복원도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유사보다는 금석문의 기록이 더 우위인 한국 사학계 특성상 거절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없던 이야기를 일연이 지어냈다고 하기도 무리이다. 삼국유사는 일연이 어느정도 역사서 등의 문헌과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서 엮은 이야기기 때문에 분명 일연 이전부터 황룡사 9층 목탑 건설에 백제인이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허나 이제와서는 그 이야기의 원출저와 진짜로 아비지라는 인물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백제인이 황룡사 9층 목탑 건설에 참여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