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자문은 여느 새김보다 보수적이자 사어화한 옛말이나 그 지역 방언으로 보이는 독특한 새김이 많음



십이지에서 용을 가리키는 辰(진)을 '미르 진(辰)'으로 읽었음


먹어야, 하여야, 덜어야 같은 연결 어미 -야는 중세에 ᅀᅡ(za)였는데 이보다 옛 꼴인 로 읽어서 '사 내(乃)'로 읽었음


陶(도)는 질그릇, 도공, 질그릇/옹기를 만들다 등을 뜻하는데 이걸 도공이란 뜻의 딜아비(딜 + 아비)라 읽었음

장물(贓物)을 매매, 운반하는 사람을 장물(贓物)아비, 술 파는 남자를 술아비, 내기 경쟁에서 지면서 계속 하자고 달려드는 사람을 윷진아비, 전통 혼례에서 기러기 들고 신랑 앞에 서서 가는 사람을 기럭아비,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함(函)진아비라 하는 것 같이 딜 + 아비도 이러한 예에 속함


안등 미(靡) / 안득 비(非)

각각 이두의 不冬(antol) / 不只(antok)임. 동시기 다른 문헌의 새김은 LMK답게 아닐 ~로 읽는데 광주천자문 혼자 이두식으로 읽었음


오힐 유(猶) / 오힌 동(同)

지금은 오히려에 밖에 그 흔적이 남지 않은 단어인데, '같다'라는 뜻임. 현대 국어의 오히려는 도리어(反)의 뜻으로만 쓰이지만, 중세에는 ~같다의 뜻으로도 쓰였음



이 밖에도 나ᄆᆡ 양(陽) , 나오머글 려(麗) , 머드리 투(投) , 바개 욕(欲) 등과 같은 어원 미상의 새김이 있음



광주 천자문의 可를 보면 '직 가(可)'라 되어 있음. 지금의 우리가 언뜻 보면 이상한 새김임. 可는 옳다, 가(可)하다, 가(可)히 등의 뜻을 가지는데 왜 새김을 으로 했냐면, 이건 '-ㅁ직'의 직임. 먹음직하다, 됨직하다, 봄직하다 같은 ㅇㅇ 신증유합에도 'ᄒᆞ얌직 가(可)'라 되어 있긴 함


LMK 문헌에서도 한문의 可~ , 足~ 문법을 '~ㅁ직하다'라고 읽긴 했지만 대개 '가(可)히 ~ 하다' 아니면 가(可)히의 순우리말인 어루를 써서 '어루 ~ 하다'라는 식으로 읽은 예가 압도적으로 많음



허나 고려의 석독 구결을 보면 그 반대로 나오는데


첫 줄은 한문 원문 / 둘째 줄은 석독 구결 원문 / 셋째 줄은 구결 써 있는 대로 한 번 읽어 본 것 / 넷째 줄은 LMK 언해식으로 한 번 만들어본 것 / 마지막 줄은 구결 해석임


해석 보면 대충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듯? 可를 'ㅁ직하다' 이런 식으로 풀이한 거





여담으로, 可 옆의 七처럼 보이는 것은 이두의 叱의 구결자로, ㅅ발음임. 그럼 '짓'으로 읽어야 하는데 학계에서도 ㄱ - ㅅ 대응을 보고 의미에 무슨 구별이 있는지 여러 논문을 내기도 했는데 딱 맞아 떨어지는 정확한 해설은 없더라.


LMK에도 ㄱ - ㅅ 대응이 보이는데 '~로부터'의 뜻으로 록/롯이 있었음. 예로 일록/일롯은 '여기로부터'의 뜻이고 녜록/녜롯은 '예로부터'란 뜻임. '-으록/으롯'의 용례를 보면 뉘앙스 차이는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무슨 차이인진 모르겠음. 아무튼 석독 구결 시절의 도 LMK의 과 한뜻임에는 이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