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일본

 

최대 6.4m에 달하는 길다란 장창은

일본 아시가루의 상징과도 같지.

 

일본 장창은 그 특이한 사용법으로 되게 유명한 편이야.

 


아니... 뭘 어떻게 썼길래?

 

일단 뭐, 유명한 장창 방진은 대충 이런거잖아.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팔랑크스가 있지.

사진은 마케도니아식 사리사 팔랑크스.

 

아군에게는 연대감을, 적에게는 공포감을 주는 빽빽한 창벽,

달려드는 족족 꼬치구이로 만들어버리는 육중함이 특징이지.

 


트렌디한 최강 방진, '테르시오'도 있어.

화포의 시대로 접어들기 전까지 전장을 장악했지.

 

원거리에서는 총병이 쏟아붓는 철환에, 근접전에서는 

파이크+검방전사의 단병접전에 압도당하는 최흉 최강의 방진.

 


어찌됐든, 고금을 막론하고 그 핵심은 변하지 않아.

 

개미 한 마리 못 들어가는 두꺼운 창벽진,

그 너머로 사정없이 '찔러'대는 창날까지.

 

 


밀집 대형에 기반한 수비적인 플레이는

우리가 장창에 가지는 통념 그 자체지.

 

겸사겸사 대기병 보너스도 붙어있고......

 


빽빽한 진형, 그 너머로 번뜩이는 창살의 낭만.

 

일본 전국시대라 한들

이런 정석적인 이미지와 얼마나 다르겠어?

 

 

(戰國, 宮下英樹)

 

네. 다릅니다.

 

얘네는 특이하게도 장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침.

질서정연하게 상대 뚝배기를 부숴버리는게 일본 장창의 특징.

 

또한 두껍고 둔한 창벽진을 이루는 것이 아닌,

여러 겹으로 늘어선 얇은 대열이 종심을 이룬다는 점.


(Ballad 名もなき恋のうた, 2010)

 

철포도 쏘고, 츠부테(투석)도 던지고, 장창도 쑤시고 

빈틈이 생기면 후열의 사무라이들이 치고 들어가야 하니.

 

집단전 체제 하에서도 다소 유연한 형태로 전개될 필요가 있었지

 

(槍VS刀――合戦の主力武器はどちらなのか!? 戦国時代の集団戦を再現して武術家が検証してみた結果)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런 그림이 나온다는거야.

맞붙어서 밀리는 쪽이 와해되고, 그 빈틈으로 쇄도하며 전과를 확대. 

 

사실 이건 단병접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지.

그저 때릴 뿐.

 

그런데, 멀쩡한 창을 이런 식으로 휘두르는 게 과연 얼마나 강력할까?

 



https://youtu.be/nbPtGe1I38k



졸라 강력함.

 

최대 6m에 달하는 창대를 내려친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위력을 냄.

어짜피 전쟁은 라인전이니, 맞고 창대라도 놓치면 그걸로 족하지.

 

일단 위력은 이견이 없을 만큼 강력하다는 점.

 

(戰國大合戰, 2002)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전법이기도 해, 기억나지? ㅋㅋ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전국시대에 이런 식의 전법이 채택된 이유가 뭘까?

일단 기본적으로는 보병전에서의 효율이지.

 

통념과는 다르게 대보병전에서 강력해. 위력 봤잖아

 


4~6m의 장창을 정확히 찌르는 것부터가 난관일 뿐더러,

그 와중 갑주를 피하거나 관통시켜 제압하는 건 서커스 수준이야.

 

반면 힘을 실어 후려 패는 건 간단하고, 강력하고, 유효해.

 

창병이 붙으면 난타전은 필연적이고,

우위를 가져오는 건 어설픈 찌르기가 아닌 정돈된 매타작이지.

 


얇은 창병진이, 비대한 장창을 들고, 서로를 와해시키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이라 볼 수 있어.

 

대보병 특화 전술이랄까.

부차적으로는 훈련의 용이성 등도 작용했을거고.

 


또한, 충격력을 가진 기병 집단의 부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해.

 

물론, 초창기는 기마 무사들이 전쟁의 주력이었고,

느슨한 산개 대형 속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긴 했지.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대량 동원에 기반한 도보전이

전략/전술의 중심이 되었어.

 

두터운 밀집 대형을 결성해 창날을 번뜩이고, 

강력한 대기병 저지력을 추구할 필요성 역시 옅어지게 되었지.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임란 중 왜의 병사들이

대기병전에 취약했다는 연구도 국내에서 종종 등장해.

 

기존 장창병의 이미지를 감안하면 제법 놀라운 사실이지.

 

음, 이 부분은 별도로 다뤄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이 정도에서 끝맺음.

 


지금까지 일본 창붕이들의 생태에 대해 알아보았어.

 

'창을 내려찍는다'라. 단순 무술적 특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전술적 제반요소 역시 어느 정도 깔려있다는 것을 배웠지.

 

"왜 그러한 전쟁 모습이 형성되었는가"는

더 깊은 문제라 서적을 충분히 읽은 다음 다루도록 하겠음.

 

아무튼 일본 전국시대의 전략/전술/전법은

이처럼 그 특수성도 있고, 나름 재밌는 편이야.

 

오늘의 핵심

 

1. 기존의 장창 통념 : 두터운 창벽진 + 찌르기

2. 실제 일본 병사 : 수 겹의 대열 + 내려치기

3. 대보병 효율이 꽤 준수했음




ㅊㅊ : ㄱㄷ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