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琵瑟山(一名苞山 在縣東十五里 亦見星州密陽昌寧)

비슬산(琵瑟山)은 일명 포산(苞山)이니 고을의 동쪽으로 열다섯 리에 있고 또한 성주(星州), 밀양(密陽), 창녕(昌寧)에서 보인다.


琵瑟(비슬) = 包(포)이며 包(포)는 '싸다'라는 뜻으로, '싸다'는 후기 중세 한국어로 ᄡᆞ다(psó-)였으니 琵瑟(비슬)이란 단어로써 어두자음군 p와 s를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음. 또 비슬산(琵瑟山)이란 이름은 조선 시대에 보이는 이름으로 그전에는 소슬산(所瑟山)이라 하였음



삼국유사(三國遺事)

羅時有觀機道成二聖師 不知何許人同隐包山(郷云所瑟山乃梵音 此云包也)

신라 때 관기(觀機), 도성(道成) 두 성사(聖師)가 있어, 어떠한 사람인지 모르나 같이 포산(包山){향언으로 소슬산(所瑟山)이라 이르는 것은 곧 범어(梵語)의 소리로, 이는 싸다(包)를 이르는 것이다}에 숨어살았다.


각주에는 범어에서 비롯하였다 하였으나 난 범어를 잘 몰라 '싸다'란 뜻을 가진 所瑟(소슬)과 비슷한 발음의 범어 동사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음. 이것은 한국어로 풀면 풀리는데, 所瑟(소슬)의 所(소)는 '바 소' 즉, 바(pa)로 읽으면 所瑟(소슬)은 전기 고대 한국어로는 *paser[바셀], 허나 관기(觀機), 도성(道成)은 통일신라 시기의 인물(8세기 후반)이므로 후기 고대 한국어 표기로 보아야 하며 이는 *pasor[바솔]로 읽어야 함


8세기엔 所瑟山(소슬산)은 *pasormori[바솔모리]였고 700여년 뒤인 15세기엔 琵瑟山(비슬산)은 ᄡᆞᆯ뫼(psólmwǒy)가 된 것이니 현대 한국어로는 쌀메가 됨



다만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어두자음군(pt- , pth- , ps- , pst- , psk- , sk- , st- 등)인 단어가 후기 고대 한국어에선 모음 *a의 꼴(*paso- > psó-)을 갖추었다는 점이 걸리면서 신기하긴 함. 아니면 巴(파)가 이두에서 '바'가 아닌 '보'로 읽히듯이 표기의 보수성으로 이미 후기 고대 한국어에서 *posor-로 발음이 변하였으나 표기는 유지하였을 수도 있음. 그렇다면 *posormori[보솔모리]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