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에 등장한 걸로 유명한 블레셋/필리스티아/필리쉬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이집트측 기록으로 바다민족(Sea People)중 '펠리세트'라고 불리는 민족이 블레셋으로 추정됨. 다만 바다민족들중 블레셋만은 다른 바다민족과 달리 가나안에 정주한걸로 추정됨.


2. 훗날 문화적으로 동화되었지만 블레셋인은 인도유럽어족 계통의 민족이고 가장 가까운 친척은 그리스인임. 현대에 팔레스타인인의 하플로그룹 검사를 통해 추정해낸 결과 이들은 남유럽인 그중에서도 그리스와 가까운데 아마도 청동기 시대의 몰락때 그리스 전역에서 발생한 난민 그룹이 이동한 것으로 여겨짐. 참고로 성경에서는 이들이 갑돌(Caphtor)이라는 섬에서 왔다고 전해지는데 갑돌 섬은 이집트어 케프티우(Keftiu)가 유래로 보이는데 케프티우는 오늘날 크레타 섬이나 키프로스 섬을 지칭한 걸로 여겨짐.



3. 성경에선 갑돌 말고도 이들의 기원에 대해 추정할수 있는 대목들이 있음


불레셋 진영에서 골리앗이라고 하는 장수 하나가 싸움을 걸어왔다. 그는 갓 출신으로서 장신이었다.

머리에는 놋투구를 썼고 비늘갑옷을 입었는데 그 갑옷의 무게는 놋 오천 세겔이나 나갔으며, 정강이에는 놋으로 만든 정강이받이를 찼고 어깨에는 놋으로 만든 창을 메고 있었다.

그 창대는 베틀 용두머리만큼 굵었고 창날은 쇠로 되어 있었는데 그 무게는 육백 세겔이 넘었다. 방패 당번을 앞에 세우고 나서서 그는 이스라엘 진영을 향하여 고함을 질렀다.

"전열을 갖추어가지고 나오면 어쩌겠다는 말이냐? 너희 사울의 졸개들아, 이 불레셋 장수와 맞서 싸울 자를 골라 이리로 내려보내라. 만약 그자가 나한테 이겨서 나를 쳐죽이면 우리가 너희 종이 될 터이나, 내가 이겨서 그자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되어 우리를 섬겨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불레셋 장수는 다시 소리쳤다. "내가 오늘 이렇게 너희 이스라엘 진영에 욕을 퍼붓는데도, 나와 결판을 낼 사람을 내보내지 못하겠느냐?"

[사무엘상 17:3-10]




3-1. 사무엘상 17장에서 골리앗의 갑옷 묘사가 나오는데 투구부터 전신의 갑옷이 구리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었다고 묘사됨 (공동번역 성경에선 구리로 만든 흉갑에 대한 내용이 빠짐)



이런 갑옷은 당대 미케네의 갑옷 묘사와 거의 일치함. 비늘 갑옷의 경우엔 아마도 블레셋이 가나안 문화에 동화되며 벌어진 습합이라고도 생각됨. 판갑이였던 미케네와 달리 근동에선 비늘 갑옷이 주로 발전했음.



3-2. 다윗과 골리앗의 일기토는 전형적인 그리스식 서사시의 틀을 가지고 있음


정확히는 양 진영의 챔피언끼리 벌이는 일대일 전투는 당대에 고대 근동보다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도 미케네 문명에선 이런 식으로 전쟁이 벌어져 승패를 결정짓기도 했다고 함. 이거 외에도 그리스 서사시에선 일리아스에선 영웅 네스토르가 젊은 시절에 에르탈리온(Ereuthalion)이란 거인과 맞붙는다는 다윗과 골리앗과 비슷한 전개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네스토르는 넬레우스의 12 아들중 막내였고 다윗과 마찬가지로 네스토르도 신의 도움을 받아 거인을 쓰러트리게 됨.



4. 성경외에도 고고학적으로도 블레셋은 주변 민족들과 구별되는 문화가 있었음


고고학에서 문화적 구분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헌 말고도 토기와 묘제를 통해 구별짓는데 블레셋인들의 경우엔 동시기 히브리인이나 주변 민족들과 토기의 형상이 많이 달랐음.




이것들은 기원전 11~10세기의 토기인데 위는 블레셋의 유적지에서 발굴된거고 아래는 이스라엘/히브리의 유적지에서 발굴된거임. 한눈에 보기에도 블레셋이 히브리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게 보이지?


이건 후기 미케네의 토기들임. 무늬는 좀 다르지만 형상이나 질감은 비슷해보이지? 이건 초기 단계의 유약을 썼기 때문에 그랬던 걸로 보여짐. 그외에도 형상에서도 유사성이 많기 때문에 블레셋이 그리스 계통의 민족이란 점은 가능성이 더 높아짐.


그래서 최근엔 골리앗도 그리스의 이름인 칼리아데스(Kalliades)와 어원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함.


개인적으론 블레셋인이 그리스계 민족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고 그리스인의 주신은 제우스가 아닌 포세이돈이었다는 이야기도 생각나서 사실 성경에서 블레셋이 섬기던 물의 신 다곤(Dagon)은 사실 포세이돈을 말한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


참고 자료: 공동번역 성경, 신의 얼굴을 그리다(책), 위키피디아, 

※ '다윗과 골리앗'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