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山)의 전기 고대 한국어는 *more[모레]로, 후기 고대 한국어에서 *mori[모리]와 *moro[모로]로 분화되었고 이는 후기 중세 한국어에 이르러 각각 뫼(mwǒy-h)와 모로(mwolwó)로 이어졌음. 삼국유사에도 毛禮(모례) *more라는 이는 毛祿(모록) *moro-k이라고도 한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 


*모리*모로는 후기 고대 한국어에서 일어난 음운 변화 *e > *i와 *e > *o를 둘 다 거쳐 나타난 것. 이 같은 사례가 몇 개 있음






백제의 서울이었던 웅진(熊津)은 웅천(熊川)이라는 이표기가 있어 나루(津)와 내(川)의 소리가 당시에 서로 비슷했다는 것을 뜻하니, 내(川)의 전기 고대 한국어는 *nare[나레], 후기 고대 한국어는 *nari[나리], 후기 중세 한국어는 내(nǎy-h)


나루(津)의 후기 중세 한국어는 ᄂᆞᄅᆞ(nolo). 일본서기에서 熊津(웅진)이 문주왕(5세기) 시기엔 久麻那利(구마나리), 백제부흥운동(7세기) 시기엔 久麻怒利(구마노리)로 기록되어 앞 음절 *na 부분이 *a > *o를 거친 것을 알 수 있는데, 熊津(웅진)이 5세기 이전에는 *komanare[고마나레]로 읽히다가 후기 고대 한국어에 이르러 나루(津)를 뜻하는 *nare[나레]가 *noro[노로]로 변하는 음운 변화를 거쳐(*a > *o , *e > *o) 마침내 후기 중세 한국어(15세기)에 ᄂᆞᄅᆞ(nolo)가 되며 15세기에는 이미 내(川)와 꼴이 달라 서로 발음이 비슷한 단어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


더 나아가 이 둘을 원래 한 뿌리에서 난 단어로도 볼 수 있지만, 악센트가 걸려서 여기까지






누리(世)는 훈몽자회에도 누리 셰(世)라는 새김이 있으나 이는 보수적인 새김이고 후기 중세 한국어에선 이미 뉘(nwǔy)로 변하여 쓰였음. 오히려 현대 한국어에서 다시 누리로 고쳐 쓰이는 것이 특이한 사례


전기 고대 한국어로는 *nore[노레]였으니, 대표적으로 신라의 셋째 임금 유리 이사금의 유리(儒理) *nore[노레]와 신라의 장군 김세종(金世宗)의 이표기 內禮夫(내례부)의 內禮 *nore[노레]가 있음. 이것이 후기 고대 한국어에서 *nori[노리]가 되고 중세 한국어에 들어 누리가 된 것임


허나 고구려의 둘째 임금 유리명왕의 유류(儒留) 같은 이표기는 *noro[노로]로 읽히는데, 이것도 전술한 예와 같이 *nore[노레]가 후대에 *nori[노리]와 *noro[노로]로 분화한 것






쇠(金)의 전기 고대 한국어는 *sere[세레]. 수로왕(首露王)의 수로(首露)도 쇠(金)를 음차 표기한 것. 수로(首露)의 이표기로 수릉(首陵)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sere[세레], 수로(首露) *soro[소로]는 후대의 표기


흔히 수로(首露)의 성(姓)은 김(金)이라 하여 김수로(金首露)라 부르나, 이는 이름을 후대에 성으로 붙여 뜻을 나타낸 것이므로, 현대 한국어로 '쇠쇠'라는 웃긴 이름이 됨. 최치원의 석이정전(釋利貞傳)엔 수로(首露)가 뇌질청예(惱窒靑裔)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 청예(靑裔)도 *sere[세레]로 읽을 수 있음


일본서기에 나오는 고구려 인물 도수류금류(都須流金流)도 앞의 도수류(都須流)는 고구려의 관직인 대로(對盧) *tosera[도세라]가 토졸(吐捽) *tosoro[도소로]로 음운 변화한 이후의 음차 표기로, 벼슬을 나타내고 뒤의 금류(金流)가 이름이니, 이 금류(金流)도 신라의 말음첨기(川理 *나리)처럼 *soro[소로]로 읽을 수 있음. 현대 한국어로 '쇠'


*sere[세레] > *soro[소로]만 있는 것이 아닌 *sere[세레] > *sori[소리]도 있으니


金壤郡 本髙句麗休壤郡 景徳王改名

금양군(金壤郡)은 본디 고구려의 휴양군(休壤郡)이니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


休壤郡(一云金惱)

휴양군(休壤郡){한편 금뇌(金惱)라고도 한다}


금양(壤) = 휴양(壤) = 금뇌(惱)

휴(休)는 '쉬다' 후기 중세 한국어로 쉬다(swǔy-), 악센트를 보면 상성(上聲)으로 유동적 상성에 속함. 당연히 단음절 어간이 아니었겠지

금(金)과 휴(休)가 서로 대립하고 금(金)은 *sVrV[ㅅㄹ]의 자음을 가지므로 '쉬다'와 '쇠' 후기 고대 한국어는 각각 *sori-[소리다], *sori[소리]로 재구할 수 있음


고로 후기 고대 한국어로 쇠는 *sori[소리]와 *soro[소로]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음





*mori와 *moro 山

*nari와 *noro 川/津

*nori와 *noro 世

*sori와 *soro 金


이런 거 보면 *e가 *i나 *o로 변화하는 기준이 멋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어라 당연히 딱딱 들어맞는 획일적인 규칙은 없을테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