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二日)은 15세기에도 이틀(ithúl)이었음. '읻'과 + '흘'이 합쳐 이틀(열 + 흘 = 열흘)이 된 것으로 '이듬(읻 + 음)' , '이듬하다' , '이듬날' , '이듬달' , '이듬해' , '이듭(마소의 두 살)', 이태(읻 + 해, 두 해)와 한 뿌리에서 난 단어임. 가운데(中) , 가웃(半) , 가위(秋夕)에서 '*갑-'이라는 어간을 도출해냈고 벅다(次 , 버금가다)라는 동사에서 '버금'이 나온 것처럼 '읻' 또한 중세에도 이미 사어화한 '*읻-'이라는 어간을 가진 동사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함. 




사흘(三日)은 15세기 문헌에 사ᄋᆞᆯ(saól)만 있고 16세기 초반 문헌부터 사ᄒᆞᆯ(sahól)이 나타남. 이는 과도 교정으로 ㅎ을 첨가한 것이 아닌, 어중의 ㅎ이 탈락하는 현상이 중세에 이미 일어남을 나타냄. 1517년에 지어진 『창진방촬요(瘡疹方撮要)』에 十三日(십삼일)을 열사ᄒᆞᆯ(열사흘)로 읽기도 하였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표현이 또 하나 보임. 바로 十數日(십수일)을 열읻사ᄒᆞᆯ(열읻사흘)로 읽은 것.


數人(수인) , 數年(수년) , 數十(수십) 등등 여럿을 나타내는 접사 數(수)는 중세 언해본에서 둘(二)과 셋(三)의 다른 꼴인 '두'와 '서'를 합쳐 두ᅀᅥ(twǔzě-h)로 읽었으니, 즉 數人(수인)은 '두ᅀᅥ 사ᄅᆞᆷ(두어 사람)' , 數年(수년)은 '두ᅀᅥ ᄒᆡ(두어 해)' , 數十(수십)은 '두ᅀᅥ 열(두어 열)' 이런 격. 그래서 十數日(십수일)의 數日(수일)을 이틀(二日)과 사흘(三日)을 합쳐 '읻사ᄒᆞᆯ'로 읽은 것임.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이틀은 '읻 + 흘'이라고 대놓고 알려줬음


셋(三)은 중세에 세ㅎ(sěy-h), 소수나마 셰ㅎ(syěy-h)도 보이고, 고대에는 悉直(실직)이 三陟(삼척)이 된 것처럼 *s[e]t[i]k이었음. (*s[e]t[i]k > *s[e]rik > sěyh). 서른의 중세어 셜흔(syelhún)도 syelh-ún으로 볼 수 있지


이로 미루어, ㄹ 탈락으로 찹쌀이 'ᄎᆞᆯᄡᆞᆯ'에서 'ᄎᆞᄡᆞᆯ' , 차돌이 '*ᄎᆞᆯ돌'에서 'ᄎᆞ돌' , 푸서리가 '*플서리'에서 '프ᅀᅥ리'가 되었듯 사ᄒᆞᆯ은 '*살ᄒᆞᆯ'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 아닐까 싶음. '*살ᄒᆞᆯ(*salhól) > 사ᄒᆞᆯ(*sahól)




나흘(四日)도 마찬가지 *날ᄒᆞᆯ(*nalhól) > 나ᄒᆞᆯ(nahó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