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중국이나 한국도 그런건가??

최신 동향에서는 인클로저 운동과 초기 산업화 시기 이촌향도 현상을 연결하는 관점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걸로 알고 있음. 물론 사유재산권 문제와 공유지 해체가 일정 수준 영향을 끼친 것은 있었겠지만, 산업혁명 시기 그런 현상들이 영국만큼 강한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은 여타 지역에서도 이촌향도 현상은 꾸준하고 또 강력하게 관측됨.

그렇다고 해서 도시의 자유성에 과도한 환상을 주는 것도 너무 단편적인 해석임.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격언은 분명 타당한 지점이 존재함. 하지만 자유시와 농촌의 관계는 단순히 시민적 자유와 봉건적 억압으로 해석될 수준이 아님. 각 도시와 장원의 상황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양태로 해석될 수 있었음.

더욱이 중세 시기라면 도시적 자유가 일정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산업화 시기의 극한 환경은 차라리 봉건적 농노의 생활 환경이 나을 만큼 끔찍했음. 단순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환경이 못 됨. 인간은 자유를 갈구하는 것은 맞지만 사회과학적 연구와 지난 수천년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자체의 문제임.

그렇다면 대체 왜 농촌의 소농들은 산간지에 들어가서 화전이라도 일구는 길을 포기하고 끔찍한 도시로 향했는가? 최신 동향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한 어려운 문제임. 다만 훨씬 종합적이고 구조주의적이며 문화사적 측면을 강조한 접근을 시도함.

산업혁명 시기 인클로저 운동과 별개로, 농촌 역시 자본제적 논리에 잠식당하면서 도시의 배후지로 재편되기 시작했음. 자급자족적 농촌 사회는 상업화 농업 도입으로 도시에 식량과 기호식품 그리고 소규모 수공품을 제공하는 하위 경제 단위가 되었음. 이는 도시로부터의 영향이 강해졌음을 뜻하는데, 애석하게도 당시의 교통 통신 기술 발전의 미비는 정보의 교류를 일방향으로 고정시켰음.

이런 현장에서 농촌 주민들의 이주를 억제하던 전통적 가치나 경제 구조는 자본주의 논리에 밀려 점점 축소 및 파괴되었고 도시의 부와 자유와 기회와 생활양식에 대한 일방적 정보는 계속해서 전이되었음. 특히 문화사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영국을 중심한 서유럽 사회에서 도시적 생활양식이 아주 빠른 속도로 동경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는 20세기 중반 이후까지도 농촌의 목가적인 생활방식이 안빈낙도적으로 해석되던(실상과 별개로) 여타 농업 근본 지역과는 차이가 있는 현상이었음.

하부구조의 상황과 상부구조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변동하기 시작하자 이촌향도를 둘러싼 구조적 틈바구니가 형성되었음. 그 틈을 중심으로 농촌 주민들은 ‘여기도 살기 힘든데 모르겠고 도시에서 살아보자‘라는 일련의 사고를 구성하고 재산을 처분해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했음. 물론 당시의 정보들을 모두 취합하고 논리적으로 옳은 선택을 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몬티 홀 딜레마가 보여주듯이 인간은 그렇게까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며 정보의 제한성은 인과관계의 향방에 영향을 끼침.

산업혁명 초기의 이촌향도 역시 상당히 과장된 규모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전보다 비할 수 없이 많아졌다 뿐이지 어마어마한 인구가 순식간에 도시로 이동한 것은 아님.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인구 이동이 대부분 불가역적인 형태를 띄었다는 점에 있음. 농촌에서 이주한 농민은 대부분 인간관계와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 깔끔하지 못했을 것임. 지금처럼 사회나 경제가 자유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었을 테고 처분한 재산은 합리적인 규모의 돈으로 환원되지 않았을 것임. 무일푼으로 차비만 들고 올라가는 사람도 많았고.

그런 이들이 도시에 도착해서 실상을 마주하고 끔찍한 노동환경(High pay도 아님)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해도 귀향이라는 선택지는 불가능에 가까웠음.(물론 일부지만 상당한 수가 귀향하긴 했음) 당신이 그 당시 이촌향도한 노동자였을 때, 귀향한다는 생각에서 잃을 게 뭔지를 생각해보셈.

뭐 집에 있던 농기구나 자그마한 밭이나 가축 몇마리를 들고 올 수는 없으니 진짜 헐값에 이웃이나 시장에 팔아버렸을 텐데 그 돈은 이미 매몰비용이 되어버렸음.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 돈이 있느냐와 별개로 내려갈 수 있다면 사정사정해서 그들에게 농사지을 자원들을 대여하던지 해야함. 농촌의 끈끈한 공동체적 분위기는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가더니 꼴 좋다 하는 냉소와 한때 나보다 못살아 무시했던 농부의 허드렛일로 연명해야하는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를 고착시키는 장치로 작용할 뿐이고.

이에 더해 도시적 생활양식은 확실히 농촌에서 보기 힘든 자원의 집중 유용을 가능하게 함. 싸구려 에일만 마시던 그들에게 아주 한정적일지라도 중급 위스키나 브랜디의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고 거리를 복잡하게 다니는 마차와 자동차, 아리땁게 꾸민 여성들, 즐비한 유흥거리와 거리의 기초문화시설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을 것임. 런던에 간 사람은 운이 좋다면 국왕 폐하의 행차도 볼 수 있었겠지. 물론 도시의 생산양식은 끔찍했지만 소비양식만큼은 그 어떤 농촌과도 물질적인 궤를 달리 하는 것임. 귀향은 이 모든 선택지에 대한 자극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고.

덧붙여서 도시 사회가 그와 맺고 있는 관계도 무시할 수 없음. 와서 새로 사귄 이웃이나 직장 동료같은 긍정적 요소부터 그를 옭아매고 있는 채무나 외상(Low pay였기 때문에)의 법적 규제까지. 그가 귀향을 선택하는 순간 그 모든 빚을 청산해내던지, 아니면 법망을 피해 평생 범법자로 살던지의 선택밖에 남지 않는 것임. 실제로 산업혁명 초기 실업가들의 자본주의 담론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었던 주제 중 하나는 노동 임금 축소를 통해 노동자를 빚더미로 내몰아 강제적인 근면 성실을 도모하는 것이 사내 복지보다 효율성이 좋다는 논리였음.

윗 부분을 살짝만 부연하자면, 초기 실업가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 하나는 노동자들이 농촌적 생활양식에 익숙해서 자기가 충분히 일했다고 혹은 충분한 돈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계약과 상관없이 그냥 직장에 안 나와버리는 것임. 그리고는 노름이나 술과 같은 유흥에 투자함. 이건 개인당 필요 노동을 마치고 수확기와 같은 보상 시기에 축제를 즐기는 농촌적 전통의 연장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가들은, 그들에게 아주 낮은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유흥을 원천 차단하고 그들이 빚더미와 오늘의 일용할 식량을 인식해 기업에 출근하도록 하는 것이었음. 우리가 알고 있는 끔찍한 일들은 이런 자본제적 논리로부터 시작된 것.

마지막으로 우리는 역사의 참여자보다는 그 시대의 심판자로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의 비합리성이 두드러져 보이고 그들을 합리적인 틀 안에 우겨넣어서 이해하려 한다고 생각함. 한 번 100년 후의 후손이 조상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떠올려보셈. 상용화된 양자 컴퓨터에 2초 두드리기만 해도 비트코인이나 주식 등은 어느 분기점 이후에서 들어가면 최종 수익률보다 손해가 확률곱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우리 조상들은 대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고 한강에 뛰어들고 했던 거지? 하는 거지.

아니면 만일 부동산 버블 신화의 한 가운데서 (산업혁명기의 이촌향도 신화와 같은) 당장 당신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값의 손익판정을 해봤을때 집을 팔고 경기권 재개발 지역으로 이주하는게 답이야! 했을 때, 당신이 그 정보를 얼마나 비판적으로 판단할 지 아니면 스스로 최선을 다해 판단한다고 해도 그 이주가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로 다가올 지를 생각해보셈. 그리고 거기서 만일 실패해서 10억이던 집값이 2억 되었을 때, 당신은 쪼들리는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귀농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셈.

우리가 미래를 모른 채 현재를 살아가는 것처럼, 그 시대의 주역들 역시 미래를 모른 채 현재를 살아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됨.

일종의 그거인듯? 사람 심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두려움도 갖는 동시에 환상도 품는다고...

ㄱㅅㄱㅅㄱㅅ 걍 사는거 자체가 하드코어였네

ㄱㅅㄱㅅㄱㅅ 모두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