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은 AI가 그려줌


<삼관왕>


북이스라엘의 부흥기를 가져왔던 국왕 '아합'이 라모트-길레아드(길르앗 라못) 전투에서 패배해 죽은 이후 북이스라엘은 크게 휘청였고 아합이 죽자 북이스라엘의 눈치를 보고 있던 모압이나 외부의 아람(시리아) 등이 다시 군대를 일으켜 공격해 오는 등 개판이 남. 그나마 아합이 숙적이던 남유다와 결혼 동맹을 맺어둔 덕에 아람의 침입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는 했음.


그 와중에 자신이 왕의 자격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예후라는 새로운 실력자가 등장함. 예후는 아합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요람과 여전히 궁중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페니키아 출신의 태후 예제벨(이세벨)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움. 당시 요람은 아람과의 전투로 부상을 입고 이즈레엘(이스르엘)에서 요양 중이었고, 예후는 곧바로 군대를 끌고 요람이 있는 이즈레엘로 진군했음.



보초병이 군대가 몰려온다고 보고하자, 요람은 적장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사자(使者) 하나를 보내 저 군대 대장에게 "평안하냐(샬롬)?" 고 물어보게 함. 예후는 요람의 생각을 짐작하고는 "내가 평안하든 안 하든 뭔 상관이냐? 내 뒤로 붙어서 따라오기나 해라" 고 윽박질러서 그 사자가 못 돌아가게 함. 보초병이 사자가 안 돌아오는 걸 요람에게 보고했고 요람이 다시 보냈지만 또 돌아오지 않음. 


결국 병력이 이즈레엘의 성벽 가까이로 오자 보초병은 그제서야 그가 예후임을 알아차렸고 이를 보고하자 요람은 허겁지겁 전투 마차를 준비한 뒤 예후와 만났고,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평안하시오?" 라고 물음. 예후는 그런 요람의 인사에 "니 애미가 온갖 나쁜 짓에 마술을 부리는데 평안하겠냐?" 고 소리침. 


놀란 요람은 마차를 돌려서 달아났는데, 당시 남유다의 왕이자 외사촌이었던 '아하지아(아하시야)'가 와 있었음. 요람은 아하지아를 향해 "아하지아야, 반역이다!" 라고 외치다가 예후가 쏜 화살에 심장이 관통되어 즉사했고 병사들에게 "저 놈도 쏴 죽이라"고 명령하는 예후의 기세에 눌린 아하지아는 화살을 맞았으나 어찌어찌 이즈레엘을 빠져나와 메기도(므깃도)까지 달아났으나 결국 추격병 손에 살해 당함.


다시 돌아온 예후는 탑에서 자기를 욕하는 태후 예제벨까지 죽게 만들었는데 자기 손을 안 쓰고 자신의 편이 될 환관들을 즉석에서 꼬드겨 예제벨을 탑 밖으로 던져버리게 만듬. 하지만 예제벨의 친정인 시돈과 페니키아 도시들의 위세가 걱정됐는지 예후는 뒤늦게 예제벨의 시신을 잘 묻어주라고 했는데 이미 산산조각 났을 시신을 개들이 다 뜯어먹고 머리와 손발만 남은 후였음.


예후는 단 한번의 반정으로 북이스라엘의 현왕과 실권을 쥔 태후, 그리고 남유다의 왕까지 죽이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음.






<문서 학살>


요람을 죽인 예후의 타깃은 바로 아합이 낳은 70명의 아들들이었음.


※ 아합의 아들이 70명이라는 말은 사실 '많은 자식들' 정도로 해석하면 됨. 이스라엘 인들은 7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는데 많은 수를 나타낼 때는 7배, 70배, 700배 등의 말을 썼음. 아마도 70이라는 숫자는 아합이 정실부인인 예제벨 말고 수많은 애첩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많았거나 혹은 아합 가문의 남자 후손들을 일컫는 말로 보임.


운 좋게도 요람이 죽은 이즈레엘에는 아합의 아들들이 고관대작 및 원로들, 그리고 그 아들들을 가르치는 학자들과 함께 있었음. 예후로써는 그들을 일일이 찾아 죽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던 셈. 예후는 손쉽게 이들을 사냥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함.




예후는 아합의 아들들을 사실상 지키는 것처럼 돼버린 고관대작 및 원로들에게 서신을 보냈음.


"너네는 너희 주군의 아들들이랑 있고 전투마차랑 군마, 요새와 무기까지 갖고 있다며? 그럼 아합의 아들들 중에 가장 훌륭한 놈을 골라서 왕으로 옹립하고 너네는 그 왕을 위해서 싸워보려므나"


근데 이 편지를 받은 고관대작과 원로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음. 당장 현 국왕이었던 요람과 남유다의 왕이었던 아하지아까지 예후 손에 죽은 마당에 군대가 있다한들 누가 그 군대를 통솔해서 예후랑 싸웠겠음? 결국 답서를 씀.


"저희는 예후 장군님 편이라능... 시키는대로 할 것이고 왕 같은 거 안 세울거라능... 알아서 하시라능"


이 대답을 기대했던 예후는 계획대로 됐다는 듯이 다시 편지를 보냄.


"그래? 너희가 내 편이고 내 말에 따른다면... 내일 이맘때까지 너네가 데리고 있는 아합의 아들들 대가리를 전부 따서 가져와라."


결국 이 말에 복종한 고관대작들과 원로들은 자신들이 보호하고 가르쳤던 아합의 아들들의 목을 전부 벤 뒤 예후에게 보냈음. 예후는 그 모가지들을 성문 쪽에 쌓아둔 뒤 백성들에게 "여러분은 죄가 없습니다! 왕에게 대항하고 시해한 건 내가 맞습니다. 근데 이 목은 누가 보냈을 것 같습니까? 아합 왕가의 몰락은 신의 대리인인 엘리야가 말한대로 입니다" 라며 백성들을 은근슬쩍 선동하고 아합의 아들들을 죽인 죄를 고관대작들과 원로들에게로 돌렸음. 그리고 다음 날로 군대를 이끌고 아합의 아들들의 목을 보낸 고관대작과 원로들을 전부 쳐죽였음.






<후환을 남기지 말라>


예후는 이즈레엘을 떠나 쇼므론(사마리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남. 이들은 바로 남유다 왕 아하지아의 형제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인원들이었음. 예후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얼마나 정보 차단에 철저했는지 이들은 자신의 형제인 국왕과 외삼촌, 외할머니까지 싸그리 죽은 것도 모른 채 부상을 입었다고 들은 요람 왕과 태후 예제벨을 위로하러 가는 길이었음.


물론 예후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하지아의 형제들을 무사히 돌려보내 후환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이들을 체포하여 전부 죽인 뒤 구덩이에 쳐넣어 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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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섭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