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란 황제는 다음과 같이 이른다. 


짐은 너희 삼한이 스스로 굴복하여 우리의 연호를 쓰고 공물을 바치며 제후로써의 예를 다하는 것을 기특히 여겨 너희에게 압강(압록강) 이남의 6주를 하사하고 답례로 너희에게 많은 예품을 하사하는 등 너희가 섭섭치 않을 만큼 많이 베풀어 주었으며, 너희 나라가 스스로 정변을 일으켜 왕을 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짐은 심히 놀랐으나 신하로써의 의를 저버린 너희를 곧바로 토벌하지 않고 너희에게 합당한 해명을 하게 하여 만일 그 해명이 합당하다면 마땅히 너희를 용서하고 인신과 고명을 내리고자 하고자 하는 등 너희 삼한에 베푼 은혜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는 같잖은 거짓과 변명으로 왕을 폐하고 죽인 죄를 뒤덮고자 했으며, 합당한 사유를 들지 않고 단지 권세를 얻어 나라를 쥐고 흔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왕을 폐하고 젖비린내 나는 어린아이를 꼭두각시로 세워 보위에 올렸다. 


전왕 왕송이 우리에게 사대의 예를 행함이 마치 노복이 주인의 신발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것 같이 정성을 다하여 한 치의 예법에 어긋나지 않게 하였는데, 너희는 그것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물에 빠진 비루한 이가 은혜를 잊고 구해준 이에게 자신의 짐을 내놓으라 말하는 듯이 행동하고 있으니 너희의 행동이 상국을 속이고 천하의 도리를 어기는 지경에 이르러 더는 지켜볼수 없게 되었다.


이에 짐이 친히 40만의 군사를 이끌고 너희의 강토를 넘었으니, 너희의 죄를 티끌만이라도 아는 자는 스스로 결박하고 양을 가지고 와 짐의 앞에 엎드리도록 하라, 그리하면 짐은 너희의 죄를 중하게 벌하지 아니할 것이니 너희는 이러한 짐의 뜻을 잘 새겨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