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피자와 파스타(스파게티)는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자부심이 되었지만 18~19세기 이탈리아 인이라면 피자와 파스타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멸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을거임.


[옛날 사진을 보면 스파게티를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이 많은데 당시엔 소금물이나 고깃국에 삶은 스파게티를 바로 손으로 집어먹는게 식사법이었음]


왜냐면 둘다 어디 정식 요리 같은게 아니라 길거리 노점 음식이 기원이거든. 특히나 두 음식 모두 통일을 주도한 북이탈리아의 사르데냐가 아닌 남부의 나폴리와 시칠리아의 향토음식이었던 점도 컸는데 두 지역 모두 근대화에서 소외되어 아직도 농촌과 대가족 전통아 남아있는 낙후된 지역이었음.


그런 상황에서 길거리에서 빈민들의 음식인 파스타와 피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는데 전근대에선 빈민은 경멸의 대상까진 아니었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가난함'은 나태함 그리고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게 되었음. 대표적인 예가 '피노키오'로 유명한 카를로 콜로디의 초기 동화인 '잔네티노의 이탈리아 여행'(1880)에서 당시 이탈리아인들이 가진 피자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수 있음.


"피자가 뭔지 알고 싶니? 오븐에 구운 빵 반죽에 각종 소스를 얹은 거란다. 저 새까맣게 태운 빵에 희끄무레한 마늘과 멸치, 녹황색의 기름에 볶은 야채들, 그리고 여기저기 뿌려진 빨간 토마토 소스가 올려진게 마치 더러운 쓰레기 더미 같은게 어쩜 이리도 파는 사람과 어울릴까."

"Vuoi sapere cos'è la pizza? E' una stiacciata di pasta di pane lievitata, e abbrustolita in forno, con sopra una salsa di ogni cosa un po'. Quel nero pane abbrustolito, quel bianchiccio dell'aglio e dell'alice, quel giallo-verdacchio dell'olio e dell'erbucce soffritte e quei pezzetti rossi qua e là di pomidoro danno alla pizza un'aria di sudiciume complicato che sta benissimo in armonia con quello del vendi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