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고려 국왕 순(고려 현종)은 삼가 엎드려 대거란 황제 폐하께 글을 바칩니다. 제후로써 천자를 입조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규범이오나, 그동안 역신에게 들이막혀 폐하에게 친조를 청할 수 없었고, 폐하께서 역신을 토벌하시어 군사를 청하셨으나 어리석은 신이 천군의 기세가 두려워 피하였으니 그 부끄러움과 수치가 하늘을 뒤덮고 자손만대에 걸치게 되었습니다. 하오나 신이 이제서야 천군을 두려워함과 폐하의 위망에 기세가 눌리어 감히 다가가지 못한 죄를 떨치고 폐하의 발아래 엎드려 부끄러움을 사하고 친조를 행하지 아니한 죄를 용서받고자 하오니, 청컨대 황제 폐하께서는 신의 청을 사해와 같은 마음으로 받아 주시어 신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