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 와룡을 찾아라


결국 허도를 찾아간 서서는 조조에게 귀중히 쓰여질것을 면전에서 약 속받았지만 정작 지켜야할 어머니에겐 질책을 받을 뿐이었다.


"서서 이놈아! 어째서 이 늙은 어미를 구하려고 유황숙을 포기한것이 냐!"


"아..아닙니다 어머니, 주공을 포기한적은 없습니다. 단지 어머니가 걱정되어.."


"꼴도 보기 싫다. 어서 방을 나가라!"


귀한 집을 선물 받았음에도 어머니의 얼굴엔 노기가 선명한것을 보곤 서서는 결국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창 허도의 시장 바닥을 돌고 나서야 어머니를 모시던 새 시녀를 만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주인님. 큰 주인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서서는 시장 한 가운데에서 통곡을 하다 못해 쓰러져 수일이 지나서야 깨어났다고 한다.


한편 유비는 서서가 알려준 정보에 따라 와룡을 찾기 위해 조운, 관우, 장비를 대동해 먼저 수경 선생 사마휘를 방문하는데..


"이 하찮은 늙은이에게 다시 와주셨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유황숙. 그나저나 어중간한 일이면 서서를 통해 처리하실 수 있으실텐 데.. 어떤 일로 이리 행차하셨습니까?"


-수경 선생 사마휘-


수경 선생은 지극 정성으로 다섯 찻잔과 차를 가져와 자신과 손님들에게 그것을 베풀었다.


유비가 김이 모락모락나는 막끓인 차를 담은 찻잔을 수줍게 잡으며 말했다.


"수경 선생님. 실은 서서가 자의는 아니지만 저희 곁을 떠나 허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떠나기전, 와룡과 봉추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흠...와룡과 봉추.."


수경 선생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생각이 났다는 양 금새 차를 마시고 찻잔을 비웠다.


"봉추는 아마 서서에게 들었겠지만.. 그도 잘 모르는만큼, 저도 그에 대 해선 잘 모릅니다. 듣자하니 강동으로 갔다는 소문도 있고...


허나, 와룡이라면 잘 알죠. 형주 융중대라는곳에 와룡이 있습니다."


와룡이라는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관우는 수경 선생에게 한가지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서서의 말로는 자신과 와룡의 차이가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자가 정말 실제로 존재한단 말입니까?" 

-유비의 의형제 관우-


사마휘는 새하얀 수염을 한번 쓰다듬고는 웃으며 답했다.


"허허허..그렇습니다 관우 장군. 실제하고 말고요 장군. 그의 이름은 제갈량, 융중대의 와룡, 제갈공명이라고 합니다.


제갈량의 능력을 말하자면..흠..."


"말하자면?"


관우를 포함한 유비군 일동 모두 사마휘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보다 더 여러 차례 수염을 쓰다듬었고, 그만큼 고민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흠...우선 제갈량 그는 평소에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유하곤 합니 다."


일동은 모두 그 말에 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놀란 기색이였다.


관우는 제갈량 스스로의 평가에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유비쪽으로 돌렸다.


"허허허.. 형님. 서서가 사람을 잘못봤소, 관중과 악의의 명성은 수백년 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데 제갈량이라는 자는 분명 오만함에 사로잡힌 인물일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능력 없는 자를 깔보는 습관이 있던 관우의 말이라 유비 입장에서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평가도 아니고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다니?


거기에 조운과 장비 또한 관우의 말에 한몫 거들었다.


"주공, 그중 전국시대의 악의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중 한명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서 입으로 그런 소릴 놀리다니..정말 와룡이 맞을까요?"


-유비군 장수 조운


"큰형님, 무식한 나라도 관중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유비의 의형제 장비-


이제 유비의 확신도 점차 흔들리고 있었다.


"수경 선생...정말 맞는 말입니까?"


사마휘는 이번엔 수염을 쓰다듬지 않고 바로 말할 수 있었다.


"아니오, 확실히 잘못된 평가라고 할 수 있죠.


그를 위해 수년을 가르친 내 입장에선.. 제갈량이라면 주나라 8백년 역사의 시작점을 찍은 강태공과 한 고조를 따른 장자방 정도는 되어야 그와 맞먹을 수 있을것입니다."


이번엔 제 각기 다른 반응이 아닌 충격 그 자체로 같은 반응이였다. 유비의 꺼져가던 확신은 다시 불이 켜졌고, 이제 황급히 자리를 뜨려하 였다.


"고맙소 수경 선생! 운장, 익덕, 자룡 어서 융중대로..."


하지만 그런 유비를 사마휘가 직접 말린다.


"유황숙!"


"선생..?"


"내 마지막으로 알려줄 것이 있소. 만약 내년 봄 이내로 와룡을 찾지 못한다면 이곳 신야를 떠서라도 봉추라도 찾길 바라오."


"어째섭니까?"


"제갈량과 내가, 실은 형주와 천하의 판세에 대해 편지로 이야길 나눈적이 있소.


형주 자사 유표의 건강이 좋지 않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것은 천하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조조가 지금 당장은 아니여도 내년 봄이 된다면 형주를 완전히 정벌하러 남하할것이라 하더군."


"제갈량이라는 자의 혜안은 놀랍군요. 벌써 그의 머릿속엔 그런것까 지그려져 있었다니.."


"아마 직접 보신다면.. 더 놀라운것이 있을수도 있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수경 선생님."


더는 망설일 것이 없어진 유비는 그대로 적로마에 탔고, 다른 장수들도 각자의 말 위로 올라탔다.


"가자! 융중대로!"


그들은 그렇게 아침에 출발해 밤이 다 되어가는 저녁이 되어서야 초가집이 저 앞에 보이는 융중대에 도착해 말에서 내렸다.


한참을 말 위에서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다른 3명보다 몇걸음 앞선 유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너희 셋은 여기서 기다리거라."


갑작스레 손을 뻗으며 자신들을 제재하는 모습에 장비는 열불이 났다.


"형님! 이거 왜 그러시는겁니까! 또 와룡이라는 놈 때문에 그런겁니까?"


"너희 셋이 그리 무기를 들고 있다면, 와룡 선생께서 겁을 먹을것 아니냐. 자룡, 둘을 부탁하네."


"예 주공, 두분도 일단 자릴 지키시죠."


조운이야 유비의 명을 곧잘 따랐지만 관우는 또 한마디 거들었다.


"형님. 혹시 모르니 조심하십쇼, 무슨 일이 있을지..."


"헛소리! 난 먼저 가보마.."


유비는 그들을 내팽겨치고 서둘러 초가집의 문 앞까지 달려갔다.


문을 한 차례 두들기자 아무런 답도 없더니 여러 차례 두들겨서야 안에서 작은 동자가 나왔다.


이제 막 일어나기라도 했는지 동자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한황실의...아니다. 그냥 안에 있는 제갈 선생 좀 깨워줄 수 있겠니?"


"스승님께선 지금 여행중이십니다."


"...여행이라고?"


유비는 서서와 수경 선생이 했던 약간의 조언이 생각났다.


와룡을 힘들더라도 얻어야한다는 말은 두명 다 이런 일을 염두해두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한것이였다.


"네. 얼마전에 죽마고우가 형주를 떠났다하여 스승님도 역마살이 돌아 제게 돈을 주시고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흠... 그렇다면 선생께선 언제쯤 돌아오실것 같으냐?"


"모르옵니다. 수일만에 오실때도 있고, 계절이 바뀌어야 오실때도 있습니다."


"하..그렇구나. 그렇다면 선생이 돌아오신다면 내게 소식을 전달해줄 수 있니? 신야성의 유비에게 소식을 보내면 된단다."


그리되어 그들은 별 수확없이 발걸음을 무겁게 돌렸다.


아쉬움이 가득해보이는 형의 뒷모습에 관우는 작은 위로라도 하고 싶었다.


"형님. 너무 아쉬워하지 마십쇼, 제갈량이란 자도 말과는 달리 실속이 없기에 먼저 도망친게 분명합니다. 그런 자와 천하를 도모하려한들..."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구나 둘째야. 한동안은 와룡 선생이 올 때까지 버텨보자꾸나..."


"...예 형님."


그들은 정말 무더운 여름이 다 끝나갈때가 되어서야 와룡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조운은 숨을 가파르게 고르며 유비를 뵈러 갔다.


"주공! 이것 좀 보십쇼! 그 동자가 보낸 서신입니다!"


"뭐라! 설마 와룡이 융중대로..."


조운은 직접 서신을 펼쳐 내용을 유비에게 보여주었다. "그렇습니다, 서신엔 제갈 선생이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유비는 당장 옷을 갈아입으려 하였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자룡, 둘만이라도 융중대로 가자꾸나!"


"예!"


신야성의 군사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관우와 장비를 뒤로하고 유비와 조운은 저번보다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말을 타융중대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제갈...균이시라고요?"


"네, 동자가 무언가를 착각한 모양이로군요. 저 또한 제갈 선생이란 이름으로 불리나, 어디까지나 같은 제갈씨일뿐이죠.


덕망높은 유황숙께서 찾으시는 제갈량은 저희 형님이십니다." -제갈량의 동생 제갈균-


"하하하...동생..동생이라.."


기분이 좋다만 유비는 다시 한번 낡은 초가집을 찾아가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제갈균도 그걸 알았지만 아쉽게도 이 말을 했어야했다.


"형님은..아마 올해 찾아뵙긴 쉽지 않으실겁니다. 유황숙께서 세상밖으로 꺼내주시는걸 형님께선 두려워하시는겁니다."


유비는 너무 놀라 자리를 벅칠뻔했다.


"제갈량이 나를 두려워한다고요?"


"정확히는 본인이 환멸을 느끼는 이 세상을 두려워하죠..그에게 있어서 천하가 어쩌니, 한나라가 어쩌니 전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깁니다."


제갈량이라는 자에게 다가갈려고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더 멀리 도망치려했다.


오늘도 신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이번엔 조운이 유비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주공..아직 상심할때는 아닙니다. 내년 봄까진 남은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그나마 구부정하게 휜 등골이 다시 펴지는듯 보였다.


"고맙다 자룡, 내 비록 초가집을 2번이나 찾아갔어도 와룡을 만나는덴 실패했지만 설령 10번을 찾아가서라도 그를 손에 넣고 말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반드시 한황실을 부활시켜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