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5) 초가집을 세번 찾아가서야


좌우지간 유비의 날개를 확실히 꺾어놓았다고 판단한 조조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믿을만한 제장들과 참모들을 승상부에 한데 모아 세력의 앞날에 대한 토의를 열기록 하였다.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유비의 책사는 이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 즉, 유비 놈은 지금 관우같은 맹장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거지.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원소와 세력 다툼을 했을때도 사사건건 방해가 되었던 유표의 형주를 당장 토벌해야만 한다고 보는데..


그대들중 다른 좋은 생각을 가진 이가 있는가?"


조조의 질문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데 특화되어있는 참모들이 먼저 나서 간언했다.


"소신 유엽이 한마디 올리겠사옵니다. 승상, 우리의 군대가 강성하긴 하나 이번엔 시간을 두어 더 고민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조조군 참모 유엽-


"대체 왜지? 말해봐라."


"유비의 날개를 꺾었다곤하나, 유표가 거느린 형주군 자체는 상당히 건재합니다.


하지만 유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보가 있으니 적어도 내년을 기약하시고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반란군 나올 건덕지마저도 완전히 제거했는데, 이 이상의 내실이 필요한가? 거기에 유표가 만약 회복하기라도 하면 어쩌느냐. 그럼 시간만 버리는 셈이지."


이때 순유가 직접 앞으로 나와 그에 대해 논했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승상. 신중히 정보를 분석해보아도 이번엔 상당히 위중한 모양인것 같사옵니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원소와 그의 아들들과 대치를 하면서 저희군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으니 병사들에게 휴식기를 주는것이 바람직 할것입니다."


순욱의 조카이자 조조군 참모 순유-


"순유!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까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별 수 없지.


좋다, 형주 정벌에 관한것은 그렇다치고 익주는 지리상 우리가 당장은 처들어가긴 힘드니 서량의 마등과 한수 그리고 강동의 손권은 어찌 하면 좋겠나?"


가후가 기다렸다는 양 제일 먼저 앞서 말했다


"승상, 형주를 먼저 정벌하는것이 확실하다면 유표군을 단기간에 완전 섬멸시킨뒤 곧바로 강동을 쳐야합니다!"

-가후-


"단기간에 완전 섬멸이라니, 계책을 내는데 있어서 신중한 자네가 그런 소릴 할 줄은 몰랐는데?


"강동의 손권이 하구를 점령하고 황조를 제압했다는 소식이 들린것은 분명하나, 어제의 적은 오늘의 아군이 될 수 있는 법입니다.


게다가 아군이 빠르게 형주를 완전히 점거하지 못했을 상황을 상정한다면 손권이 잔존하는 형주군과 결탁해 저희를 몰아내려한다면 일이 매우 골치아파질껍니다.


그러니 내년중으로 유표가 죽는다면 그 날 다시 군사를 일으켜 형주가 혼란스러울때 대업을 이루소서!'


"음..잘 알겠다. 그렇다면 마등은?"


"간단합니다. 적당히 화유책을 사용하여 인질이라도 마련한다면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겠죠."


조조는 달변가 가후의 말에 흠뻑 빠져 박수를 쳤다.


"좋다,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이각과 곽사 그놈들은 저승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있겠구나!


가후, 너의 말이 어제 마신 술보다 더 좋다!"


가후는 말 대신 큰절로 대답했다.


이후 갖가지 의견과 소통이 이어갔고 한 시진 정도가 지나서야 회의는 끝을 맺었다.


"모두 들어라!"


일동은 전부 고개를 숙인다.


"오늘 지시한 사항들은 잊지 말고 꼼꼼히 숙지하고, 유표가 죽는 소식이 들려오는 그날! 내 형주를 차지한다는것도 절대 잊지마라!"


커다란 폭풍이 오기전 짧은 평화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어느덧 흐르니 다음해 3월 초...


유비는 이전에 만난 제갈균의 서신으로부터 이번엔 정말로 제갈량이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3번째로 찾아가는 초가집의 문을 다시 두드리려는 찰나 관우가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무력을 사용하여 강제로라도 끌어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말에서 막내린 장비도 나름대로의 울분을 토했다.


"제갈량놈, 싫다면 싫다라고도 대놓고 얘길 해주던가 음침하게 이 무슨 쪼잔한 짓이요?"


하지만 그럼에도 유비는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에 맞춰 안에서 사람이 나오니, 바로 간간히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제갈균이였다.


"균 선생. 정말로..."


"우릴 얕보는거냐 제갈량! 본때를 보여주겠다!"


"주공...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또 역시나 유비는 제갈량을 존중해주었다.


"아니오, 와룡 선생께서 주무시고 계신다면 그대로 주무시게 해주십쇼, 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따뜻한 차라도 한잔 끓이도록 하죠."


그렇게 한 시진 가까이 지났을까?


각자 차를 두어잔 씩이나 비우고서야 안방에서 누군가가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었다.


유비는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옴을 느껴 가슴이 여러 이유로 두근거려졌다.


'드디어 만나는가 와룡 제갈량...!


안에선 미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균아, 귀한 손님이 오신것 같으니 내 옷과 지도를 가져와 줄 수 있겠느냐?"


그렇게 그는 안방에서 옷을 갈아잎곤 정말로 나와 아름다운 깃털들로 꾸며진 부채를 들고 그들을 맞이했다.


"제가 천성이 너무 게을러 유비님을 좀 더 일찍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유비의 속사정을 알던 제갈균은 곧바로 대답했다.


"네! 정말로 형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무시고 계시니, 제가 직접 깨우고 모셔다드리죠."


관우와 장비뿐만 아니라 이번엔 조운마저도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태평하게 잠이나 자다니, 저게 정말로 장자방과 강태공이오?"


그럼, 어서 대화를 해보도록 하죠."

 -와룡 제갈량-


유비는 그대로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은 관우, 장비, 조운을 옆에 두고 제갈량과 고대하던 대화를 하였다.


"선생. 알려주시구려, 이 작은 신야에서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내가 어떻게 해야, 제후들을 호령하고 역적을 처단하고 한황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거요?"


제갈량은 책상위에 천하의 지도를 펼쳐놓으며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조조는 일찍이 어진 인재들을 출신, 나이에 가리지 않고 등용하여 연주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다 천자를 옹립했습니다.


천자를 인정하지 않고, 인재들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원소가 진것은 하늘의 이치였죠.


결국 그는 그 넓은 원소의 세력마저 거두어들여 중원, 하북을 뒤덮는 강세한 세력을 가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것까진 나도 잘 아오. 헌데 지금은..."


"지금부터 유비님께서 당장 하셔야 할 일은 조조의 침공을 한차례 막 아내고 기회가 온다면 유비님의 뜻에 협력하는 형주의 유력자들과 손을 잡아 형주를 차지하는것이죠."


"조조를 막으라니? 그리고 형주는 어찌...?"


"어디까지 아실진 모르겠습니다만, 유표의 건강상태를 들어본 바로는 그의 명은 이번달을 넘기지 못할것입니다.


조조도 딱 그때를 노려 선발대를 보내겠죠.


그들을 물리친 다음, 조력자들과 함께 형주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유비를 포함한 다른 자들도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조금씩이나마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그건 이해하겠소. 하지만 이 나약한 유비에게 손을 빌려줄 자가 누가 있을련지..."


"유표의 장남, 유기입니다."


"유기라니? 설마 채씨들과 대치한다는걸 노리는거요?"


유표의 장남 유기는 사실 원래부터 유표의 후계자로 점찍혔으나 유기 의 친모가 죽고 차남 유종의 외가인 채씨가 강성해짐에 따라 유종의 입지는 점차 줄어갔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채씨를 비롯한 여러 호족들이 유표를 지지해 이 형주를 그나마 안정적으로 통치했습니다만 유표가 죽는다면 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에 다름없게 됩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바라는 뜻이 없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기에 서로간의 내분이 일어남은 자명할것이고 그중에서도 유기에게 지지하는 세력들조차 있겠죠.


그때 유비님정도로 이름을 날리신 분께서 유기를 지지한다 선언한다면 수많은 자들이 채씨와 유종보다 유비님께 머릴 조아릴것입니다."


자존심이 그렇게 강한 관우조차도 그의 언변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 직접 제갈량에게 말을 걸었다.


"그 다음은 뭘 어찌하면 좋겠소? 형주를 장악한 다음에는?"


제갈량은 웃으며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어 바람을 쐬며 대답했다.


"형주를 장악하신 다음에는 동쪽의 손권은 물자도 풍부하고 세력 또한 안정적이니 그와 연대하여 조조를 함께 막아내시고


서쪽의 유장은 뜻이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다스리는데 미숙하다고 알려졌으니 불만이 가진 이들중 유비님께 도움을 주시는 자들도 있을것 입니다.


그러니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신다면 익주의 유장을 끌어내시고, 한고 조처럼 그곳에서 군사를 모으신 다음에 다시 때가 되면 익주에선 옹량으로, 형주에선 허창으로 진격하십쇼."


유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유표 형님이야 유기를 돕는것이라쳐도, 유장은 나와 같은 황실 종친인데...어떻게 함부로 공격하고 내쫓는단 말입니까?


게다가 유장은 무능할지언정 백성들에겐 온화한 군주라고 하는데.."


"유비님. 천하를 도모하기록 마음 먹으셨잖습니까? 고작 황실 종친이라는 이유로 앞으로 나아가는것을 망설인다면 그것은 대의를 직시하지 못하는 필부이지, 한나라를 구원할 수 있는 영웅이 아닙니다.


또한, 당장 형주를 차지하고 익주를 공격하라는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대외적 명분이라면 얼마 가지 않아 유비님을 위해 익주에서 넘어올 자들이 넘겨줄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으십쇼, 형주와 익주를 차지하는 그 순간을 상상해보십쇼."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유비에게로 쏠렸다.


"내가... 형주와 익주를 차지한다면..."


공명은 한차례 웃으며 대답했다.


"천하는 셋으로 나뉘어져 어느쪽과도 맞서볼만한 강성한 힘이 완성되고 그렇게 된다면 천하를 좀 더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으실것입 니다.


이름하여...'천하삼분지계' 라고 할까요?"


초가집을 3번이나 찾아가서야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에겐 생겼다.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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