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의 계곡이나 카르나크 신전등의 유적지로 유명한 룩소르(테베) 인근에는 신왕국 시대 마을 유적지인 데이르 엘-메디나(당시엔 '세트-마아트'라 불림)에선 다양한 생활사 기록이 발견됨.


이는 데이르 엘-메디나의 주민들이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중산층으로서 당시 왕실의 지원을 받던 고급 노동자&장인 집단이었기 때문임. 실제로 이 마을에서 발견된 기록 중엔 그 유명한 '최초의 파업'이나 나우나크테의 유언장(참고) 등 생활사적으로 다채롭게 발견됨.


오늘은 그중 하나 골때리는 기록을 발견해서 소개해 봄. 또 특이하게도 이 기록은 이집트임에도 파피루스가 아니라 석회암 조각에 기록된 게 특징임.



이 기록은 19왕조 시대에 세네페르(Sennefer)란 인물이 남긴 것으로 아마도 농부 혹은 노동자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네페르는 자신이 소유한 당나귀의 목록을 이 석회암 조각에 기록해놓았음.


세네페르의 당나귀:

Kyiry의 딸 Tamytiqeret

Tamytiqeret의 아들 Paounsou

Pasab의 아들 Pasaiou

Pakheny의 아들 Paankh

Ramessou의 아들 Paiou


당나귀들의 이름은 대부분 생전의 특징을 토대로 지어진 걸로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처음 언급된 Tamytiqeret은 '훌륭한 고양이'란 뜻임. 그외에 다른 이름들인 Paounsou(늑대), Pasaiou(돼지), Pasab(자칼), Paankh(염소), Paiou(개)등이 있고 Kyiry(동반자), Pakheny(노잡이), Ramessou와 같이 평범한 이름도 있음.


이 중 Ramessou는 '라-메수' 혹은 '라-모세'라고 발음되는데 이 이름의 그리스식 표기가 바로 '람세스'임. 그렇다. 이 농부 양반은 지 당나귀 이름으로 왕 이름을 써먹은거임.


세네페르가 이 목록을 작성한 이유는 자신의 소유권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말과 낙타가 귀하던 고대 이집트에선 당나귀가 하층민들에겐 중요한 운송수단이었음. 특히나 물이나 짐을 나르는데는 당나귀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마을의 물장수나 노동자들이 몇달간 당나귀를 임대하는 경우도 있었음. 근데 이 과정에서 당나귀를 빌리고 돌려주지 않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고 경우에 따라선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당나귀 소유권을 입증하기 위해 세네페르는 자신의 당나귀들을 모두 적은 걸로 보임.


세네페르가 자기 당나귀에게 '람세스'란 이름을 붙인 것도 어쩌면 그만큼 당나귀가 세네페르에겐 귀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인 걸로 추정됨,


[출처]

https://papyrus-stories.com/2019/10/04/a-donkey-called-rame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