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6)물과 물고기가 만나 함께 산천을 누비더라


제갈량이 내놓은 해답인 천하삼분지계는 그야말로 유비에게 가장 팔 요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제갈량은 그가 바라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제갈 선생, 천하삼분지계를 알려주신건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오. 부디 나와 함께 한황실을 같이 일으킵시다."


"...제가 언변을 하는데만 용하지. 그외엔 이렇다할 특기도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고작 일개 범부에 불과하죠."


장비는 이에 분노해 제갈량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럼 왜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라고 칭한거요?"


"아, 그건..."


관우도 장비에게 질세라 자신 또한 나섰다.


"제갈 선생, 벌써 형님이 찾아온것만으로도 세번째요. 계절이 바뀌고, 산천도 조금씩이나마 바뀌었지.


그리고 형님을 따르는것을 너무 부끄럽게 생각할것도 없소. 형님을 모신다는건 즉, 하늘과 땅을 숭배하는것과 매한가지요."


"하하...말씀은 감사하나.."


서로 낯부끄러워하는 상황에 유비는 벌떡 일어나 냅다 바닥에 머릴 조아렸다.


"유...유비님! 이게 무슨!"


"주공! 괜찮으십니까!"


유비는 그대로 고개도 들지 않고 자신을 한껏 낮추면서 말했다.


"선생...제발 부탁하오. 20년 넘게 죽도록 싸워 온 천하를 누볐지만 한나라의 세는 꺾이고 아직까지도 고통받는 백성들이 있단 말입니다...


이 유비는 한을 위해서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내가! 이 내가 뜻을 펼치지 못한다면 누가 그 가시밭길을 걸으면서까지 억지로 한을 되살리려한단 말이오!


이 미천한 자가 이렇게 초가집을 3번 찾아가 엎드려 무릎 꿇고 비니...


제발...도와주십쇼 선생..."


그가 울며 소원하자 나머지 3명은 그를 말리거나 똑같이 제갈량을 설득하려 하였다.


"형님..멈추십쇼..이 관우, 형님을 모신지 오래이지만.. 이리 가슴 찢어 지는 날은 없었습니다.."


"아이고..큰형님..아이고...대체 왜 무릎까지 꿇냔 말이오..."


"선생 부탁합니다... 불쌍한 우리 주공을 위해서라도 제발 도와주십쇼..."


계속되는 아우성에 제갈량의 심기 또한 영향을 받았다.


'세상은 나를 괴짜, 농사꾼 취급이나 하는데 이분들께선 자나 깨나 내 소식만 듣고 움직이고 계신다..


그리고 정말로 이게 내가 원했던것일까? 가만히 앉아 세상 만사 돌아가는것을 지켜보기만 하며 나무처럼 살다가는것...


이럴 순 없다. 나를 위해서라도, 날 귀중히 생각해주신단 그 은혜를 위 해서라도 나는 이럴 수 없어!


그도 똑같이 바닥에 머릴 조아려 서로 동등한 위치를 형성해냈다.


"더 이상 고갤 숙이실 필요없습니다 유비님, 아니 주공...신 제갈량. 가진 능력은 불품없으나 주공께서 대의를 이루시는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와룡이 드디어 융중대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당장은 아무런 사건도 없지만 조조에 의해 전운이 감돌았으며 신야에


선물과 물고기가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익덕, 오늘로 대체 몇일이냐?"


"정확히 열흘째입니다 작은 형님."


두 사람은 고작 열흘만에 서로의 어색한 사이를 풀어내고 잘때도, 씻을때도, 밥을 먹을때도 함께하니


의형제인 운장과 익덕의 입장에선 셈이 나지 않을래야 날 수 없었다.


"자룡에게 이 서러움을 풀어내자꾸나. 우리의 새로운 막내가 될 자격이 있는 그라면 이 고통을 공감하겠지."


"암요! 내 동생이 될 자격이 있는 자룡이라면...!"


자룡은 자택에서 신이 나 평소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책들을 펼쳐 읽고 있었다.


"하하하하. 두분 모두 오셨습니까?"


관우는 한껏 쌓여진 책들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자룡..대체 그 책은..."


"하하하..이건 병법서입니다." 갓난아기마냥 해맑은 그의 표정에 두 사람은 어쩔 줄 몰랐다.


"아니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구한거지?"


"공명 선생..아니 군사께서 주셨죠."


"아니 아니 공명이라니, 자룡 자네 대체 어떻게 된건가? 자네는 나와 작은 형님편 아니였는가?"


"하하하하하. 장비 장군. 니편 내편이 어딨습니까? 어차피 이제 다 같은 식구죠.


그럼 전 책을 읽으러 마저 가보겠습니다!"


조운마저 자신들을 저버렸다는 생각에 그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제갈량이라는 자가 신야에 도착하자마자 군사의 자리가 임명되더니, 이젠 아주 순진한 자룡까지 꼬드겨 물을 흐리는구나!"


"어디 한번 조조가 처들어올때 제대로 한번 싸워보라지요!"


그때 급한 전령 하나가 성안으로 들어오는것이 보여 두 사람은 급히 달려가 소식을 확인하곤, 관우 먼저 적토마를 타다시 유비에게 달려 갔다.


"큰형님! 군사! 아침에 보냈던 정찰병의 소식이요! 조조의 하후돈이 정예병 3만을 이끌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제갈량의 추측과는 다른 결과에 유비는 놀랐다. "어째서? 아직 유표 형님은 살아계시지 않느냐."


"그건...저 군사에게 말씀해보시죠!


하지만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도 그는 한껏 웃고 있었다.


"일이 꽤나 재밌게 흘러가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채씨의 세가 조조만 못하니, 먼저 조조에게 반쯤 항복을 하고 저희를 차도살인의 계 책으로 처리하려는겁니다."


유비와 관우도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는 얼굴이였으나 문제는 당장 오는 조조군이였다.


"공명..!"


제갈량은 알겠다는듯 고개를 한번 숙였다. "맡겨주십쇼. 관장군, 장비 장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와 셋째는 소식을 듣자마자 셋째는 제장들과 병사들을 호출하였고, 난 직접 이렇게 두 사람에게 소식을 알리려 온것이요."


"좋습니다. 제가 계책을 낼태니 전부 모이도록 합시다."


잠시 후 제갈량은 유비를 옆에두고 군의 모든 제장들이 보는 앞에서 첫 전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반갑소, 나 제갈량. 이번에 군사로서 첫 전투를 맡게 되었느니 지금이나 앞으로나 잘 부탁하겠소.


우선 조운 장군과 진도 장군은 들으시오!"


"네, 군사."


"하후돈의 병력 3만의 이동 경로는 이미 파악된 상태요, 소수의 기병 대를 데리고 그들을 맞이하다가 주공께서 움직이신다면 그때 같이 퇴각하시오."


조운은 분명 귀로 명을 들었으나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군사, 왜 처음부터 퇴각을 해야합니까?"


"주공께서 지원군을 데리시고 조운 장군을 구원하신 다음, 퇴각할곳 이 갈대밭 언덕인 박망파를 지나가 때문이죠.


관평과 유봉님은 들으십쇼!"


각각 관우와 유비의 아들인 관평과 유봉이 나왔다.


"약 3만명중 약 2만명 정도가 갈대밭 안으로 들어오고 아군이 박망파 를 지나가는게 확인된다면, 그때 갈대밭에 불을 지르시오."


조운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군사, 별다른 공격은 하지 않고 불만 질러도 되겠습니까? 갈대밭이라고는 하나 불이 순식간에 붙지도 않을테고.."


- 관우의 장남 관평-


"괜찮소, 별 다른 수를 쓰지 않고 횃불을 갖다 대기만 하는것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을것이오.


진도 장군은 들으시오!"


두 사람이 물러가고 유망주라 불리는 진도는 앞으로 나와 명을 받았다.


"네!"


-유비군 장수 진도-


"박망파 근처에서 정예병을 매복시키고 있다가 불길이 보이면 갈대밭 으로 들어가지 않은 1만명을 급습하시오.


하지만 너무 죽기 살기로 공격하진 마시오, 그랬다간 역으로 화를 입 을 수도 있으니, 장군이 노려야하는것은 그들이 줄행랑칠때 떨어트릴 무기요."


"알겠습니다 군사!"


"관우, 장비 장군은 들으십쇼!"


다른 장수들과는 달리 그 둘의 표정엔 유독 불만이 쌓여보였다.


"..네."


"...여기있소."


"근처 산에서 나머지 병사들을 매복시키고 있다가 역시 불길이 보이면 하후돈의 본진을 공격해 식량을 약탈하시오"


관우는 알겠다는 대답 대신 질문을 하였다.


"군사, 형님도 나도 익덕도 자룡도 진도도 관평과 유봉도 출전하는데 군사께선 무엇을 하실것이오?"


"승리를 한 기념으로 잔치를 열 준비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화가 나다 못해 큰 소릴 쩌렁쩌렁 내었다.


"뭐요!"


"우리가 물로 보이는겁니까?"


공명은 기다렸다는듯 벽에 걸려있는 유비의 쌍고검중 한자루를 뽑아 관우에게 그 검을 내밀었다.


"항명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항명하십쇼. 주공의 명에 따라, 그런 불충 한 장수는 직접 베겠소!"


"이.."


관우 또한 언월도를 휘두르려는 찰나 더 큰 유비의 목소리가 주위를 메웠다..


"무엄하다!"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관우뿐만 아니라 칼을 쥐던 제갈량도 그에 놀라 칼을 떨어트렸다.


"공명과 나는 이미 너희처럼 생과 사를 약속한 사이! 어서 군사의 말을 듣거라!"


유비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두 사람은 엎드려 얌전히 명을 듣는 수 밖엔 없었다.


"신 관우....군사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갈량의 계획대로 조운과 하후돈은 그가 지정한곳에서 격돌했다.


"하앗! 치아아앗!"


-조조군의 용장, 애꾸눈 하후돈-


그중 각 지휘관들은 말위에서 서로 무용을 뽐내며 수합을 겨루고 있었다.


"하하하! 보통이 아니구나, 이 어린 녀석!"


"너야말로 제법이다 애꾸눈!"


한창 나름대로 팽팽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을때 전방으로부터 힘찬 북소리가 들린다.


"하후돈은 멈춰라! 나 유비가 나섰다!"


사령관이 일사분란하게 몸을 쓰고 있을때 우금과 이전은 나머지 병사 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유비가 지금 오다니, 예상외로군!"

 -조조군 장수 우금-


하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으니 이전은 바로 그 점을 꼬집어냈다.


"장군들, 저것 보십쇼. 지원군이면서 고작 저정도로.."


"저런 오합지졸들도 지원군이라 하는거냐! 유비를 사로잡을 절호의 기회다! 그대로 밀어붙여라!"


하후돈의 명령에 군 전체가 매섭게 조운군을 공격하니 조운은 유비와 함께 도주하였다.


유비는 뽑은 쌍고검을 다시 집어넣으며 조운을 최후미에 맡기고 다시 후퇴한다.


"퇴각하라!"


"자 가자! 이 신야 땅은 우리 승상의 것이다!"


한편 똑같이 계획대로 갈대밭의 끝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두 사람은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관평님. 정말 군사의 말대로군요." 

-유비의 양아들 유봉-


관평은 유봉이 넘기는 횃불을 받고 명했다.


"주공과 조운 장군께서 갈대밭을 넘으셨다! 모두 불을 붙여라!"


이전과 우금도 어쩔 수 없이 하후돈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정신없이 달렸지만 그들은 도중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이전 장군, 하후 장군! 멈추시오!"


두 사람은 우금의 부름에 말고삐를 멈춰 세웠다.


"지금 큰일이오. 여긴 갈대밭의 한 가운데이지 않소!"


이전과 하후돈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들이 사지에 있음을 직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불길이 엄청난 속도로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적의 매복이라니, 큰일이다! 하후장군 후방으로 퇴각해야합니다!"


이전이 하후돈에게 간언하던 사이 급히 병졸 하나에게 소식을 받은 우금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더 큰일입니다! 추가적으로 매복하던 유비군이 후방에 있는 아군을 섬멸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적은걸로 보아하니 전부 유비군의 최정예 군인것 같습니다!"


자신이 돌이킬 수 없다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후돈은 있는 힘껏 소릴 질러 전군에게 명했다.


"명을 들어라!!!!!! 전부 무기를 버리고 죽기 살기로 이곳을 벗어나 아군의 영채로 도망쳐라!"


순식간에 하후돈의 3만 병사는 군마를 포함한 무장을 해제하고 두발로 도망치는걸 택했다.


하지만 이미 영채의 깃발은 유비군의 것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뭐...뭐냐 이건? 왜 유비군이 우리 영채에 있는거냐!"


하후돈이 흘러버린 안대를 부여잡는 사이, 영채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이글거리는 태양같은 말과 한이 잔뜩 서린 언월도를 가진 관우가 나와 분위기만으로 전장을 압도하고 있었던것이다.


"정말 군사의 말은 귀신같구나. 무기와 말도 다 버린 하후돈이 이 몸 앞에 나타났군."


관우는 언월도를 들고 외쳤다.


"하후돈! 너같은 장수를 이렇게 쓰러트리는건 내 마음이 아프지만, 군령은 지엄한법이다!


전군 공격하라!"


이전이 눈물을 흘리면서 빌었다.


"장군, 정말로 후퇴하셔야합니다! 말은 커녕 창과 방패도 없어요!"


"으으으윽.."


이윽고 영채에서 장팔사모의 장비와 병사들이 출현하니 하후돈군은 맨발로 그들의 추격을 받으며 가까운 아군의 성까지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하후돈은 병력, 무기, 영채, 군량마저 전부 빼앗겨버린 셈이였다.


한편 신야 안에서 연회를 준비하던 제갈량은 저 멀리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한번 웃었다.


"환영식치고는 괜찮았겠죠?"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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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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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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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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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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