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를 보면 보석과 진주가 잔뜩 달린 드레스를 입는 모습이 많은데 저 수많은 보석과 진주들은 여왕의 옷을 세탁할 때 전부 일일이 떼어낸 후 세탁을 하고 수선공들이 다시 전부 달았다고 함. 물론 저 옷에 달린 진주 수량은 전부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선공들이 훔쳐갈 수도 없었음.







이 초상화는 검은색 + 금색 조합에 갖가지 보석과 특히 흑진주 목걸이가 눈에 띄는데, 저 흑진주의 원래 주인은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이었음. 엘리자베스 1세에 의해 처형 당한 그 여왕 맞음. 






해당 초상화를 보면 메리 여왕이 흑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엘리자베스 1세는 반역죄이긴 하지만 자신의 혈육이었던 스코틀랜드의 메리를 처형하는 게 탐탁지는 않았는지 처형에 대해 꽤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고 자칫 잉글랜드 내 가톨릭 신자들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는 물품들, 즉 메리가 처형 당시 입었던 드레스와 유품 등이 전부 불태워졌는데도 그녀의 흑진주 목걸이는 여왕이 직접 수령한 뒤 평생 착용하고 다니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함. 죽은 사람이 썼던 물건은 재수 없다는 인식은 동·서양 모두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자기가 죽인 이의 보물을 계속 착용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꽤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음. 


 





마지막은 위의 흑진주 목걸이처럼 엘리자베스 1세가 평생 착용하던 장신구인 '체커스 링(Chequers ring)' 임. 영국 수상들의 별장인 체커스에 보관되어 있어서 그렇게 불림. 링을 장식하는 붉은 보석들은 루비이고, 베젤(Bezel)이라고 보석들로 장식된 부분을 보면 다이아몬드로 E가 새겨져 있는데 그건 엘리자베스 자신을 의미하고, 잘 보면 E 뒤에 푸른 색으로 R이라는 글자가 법랑으로 되어 있는데 여왕을 뜻하는 라틴어 Regina(레기나)를 의미함.





이 반지는 베젤 부분이 뚜껑처럼 열리는 특징이 있는데 그걸 열면 뚜껑 쪽에는 여왕 자신의 초상화가 있고, 반지 쪽에는 웬 여인의 초상화가 하나 더 그려져 있는데 이게 누구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진 않음. 하나는 아버지 헨리 8세 손에 처형 당한 친어머니 '앤 불린(왼쪽)' 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헨리 8세의 마지막 아내이자 메리와 엘리자베스가 헨리 8세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데 일조한 '캐서린 파(오른쪽)' 라는 설이 있음.


복장 등을 보면 앤 불린일 가능성이 높은 거 같은데 정작 엘리자베스 자신이 제위 내내 자기 친어머니에 대한 발언 자체를 상당히 자제했던 터라 당연히 사춘기의 엘리자베스에게 어머니로서의 사랑과 역할을 다 했던 캐서린이지 않겠느냐 라는 의견도 그럴 듯 하다고 봄.








그 외에 엘리자베스 1세는 은으로 만든 팰리칸이 달린 브로치(왼쪽)와 금으로 만든 불사조(피닉스)가 달린 브로치(오른쪽)을 자주 착용하고는 했는데 팰리칸 브로치는 '희생'을 의미하고 불사조 브로치는 '부활과 순결'을 의미한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