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peccatum proprium)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 즉 교오(驕傲, 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김), 간린(慳吝, 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함), 미색(迷色, 성욕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함), 분노(忿怒 · 憤怒, 분에 겨워 몹시 화를 냄), 탐도(貪饕, 음식이나 재물을 탐하여 지나칠 정도로 먹고 마심), 질투(嫉妬, 우월한 사람을 시기함), 나태(懶怠,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함) 등이 칠죄종이며, 이것들을 사람이 죄를 짓게 하는 원천으로 보며, 그래서 죄원(罪源)이라고도 한다.

-가톨릭사전 '칠죄종'

칠대죄악(Seven Deadly Sins) 혹은 칠죄종(Septem Peccata Capitalia)은 기독교의 철학적 개념으로 '인간이 살면서 저지르는 모든 죄들의 근원이 되는 부정적 감정이자 또 다른 죄'들을 칭함.


워낙 전달력이나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창작물에선 아예 이 칠죄종의 속성을 토대로 캐릭터나 세계관을 창조하기도 하지. 칠죄종은 다음과 같음. 


본래 이 칠죄종은 서기 4세기에 이집트의 수도사였던 에바그리우스(Evagrius)가 '수도사를 타락시키는 여덟가지 마음'이란 이름으로 처음 그 개념을 구상했는데 여덟가지 마음이란 표현에서 알수있듯 당시엔 저 구성에서 슬픔(Tristea)이 있었음. 그러다가 6세기 무렵 '대교황'이라는 칭호로 유명한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칠죄종'을 정립하면서 처음 기독교에서 명문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함.


각각의 죄악에 대응되는 악마는 16세기에 독일의 신학자가 추가로 붙인거임. 그래서 악마들은 고정적이지 않고 변동이 강한 편임. (벨페고르 ↔ 아스타로트 / 아스모데우스 ↔ 릴리트 / 마몬 ↔ 베엘제붑)


그런데 간혹 이런걸 보면 의문이 들기도 하지 "칠죄종 중 가장 부덕한 혹은 가장 최악인 죄는 어떤걸까?"


사실 이 죄들은 딱히 서열 같은게 매겨져 있지 않음. 오히려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두려움이 분노를, 분노가 증오를,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라고 했던 것처럼 죄들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영향을 주어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질투) 때문에 분노로 폭력을 저지르거나 혹은 자신의 죄를 잊기 위해 돈을 낭비하거나 폭식을 하는 식으로 다른 죄를 부추긴다고 여겼음.


그럼에도 현대와 비슷하게 과거에도 "칠죄종중 최악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은 있던걸로 보임. 그것도 칠죄종이란 개념이 처음 생겨난 서기 3세기부터 말이야.


현대에 칠죄종 중 최악의 죄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분노, 교만, 색욕』중 하나를 고름. 특히 기독교 성향인 경우엔 보통 '교만'을 고르는데 이는 개신교등에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행위를 감히 인간으로서 신의 자리를 넘보려는 행위, 즉 『교만』으로 여기기 때문임. 가톨릭에 비하면 약하지만 개신교에도 칠죄종이란 개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수 있음.


분노는 더 말 할 필요가 없고 색욕도 뭐 도박과 함께 폐가망신하기 딱 좋은 지름길로 여겨지지.


그렇다면 중세엔 어땠을까? 중세가 워낙 넓은 시기였고 기독교적 가치관이 질서로 자리잡은 시기였기에 중세 유럽에선 시기마다 칠죄종에 대해 여러 관점이 교차하고 있었음. 그중 중세 말인 14세기의 작품인 『신곡』을 통해 간략하게 그 인식을 옅볼수 있음.


단테를 포함해 14세기 중세에선 칠죄종 중 최악의 죄는 당연히 『교만』이었음. 이유는 앞서 말한 현대 기독교의 관점과 동일함. 교만으로 인해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는 원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임. 그래서 신곡의 연옥편에서 연옥은 7층으로 이뤄져있는데 연옥의 맨 밑바닥이자 가장 고통받는 1층이 교만의 층임. 이 곳의 죄인들은 자신이 생전에 교만했던 만큼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 벌을 받게 됨. 반면 천국과 가까운 곳인 7층은 색욕의 층은 불의 장막을 지나가며 죄를 정화받는 벌을 받는 중인데 교만보단 오히려 죄인들이 살만한 공간으로 묘사됨.


지옥편도 어느정도 칠죄종이 반영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신곡에서 지옥은 9개의 원호로 구성된 구덩이의 모습이고 이 구덩이의 각 층 별로 특정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벌을 받고 있는데 지상에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웠고 지하로 내려갈수록 죄질이 나쁘고 부도덕한 죄악으로 여겼음.


1층인 림보(변옥)은 사실상 지옥이 아니기에 제외하면 첫번째 지옥은 여기서도 색욕 지옥(Lussuriosi)이고, 지옥의 최심부는 배신 지옥(Cocito)이고 그 직전 사기 지옥(Malebolge)은 신곡에서 가장 넓은 지역으로 묘사됨. 배신과 사기는 칠죄종에 대응되지 않는데 이는 두가지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의 결과물에 가깝기 때문임.


흔히 편견속 중세 시대는 금욕적인 시대였고 욕망을 부정하게 여겼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세인들은 색욕, 탐식등의 욕망에 속하는 죄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로 여겼던거임.


이렇게 배경엔 단테가 딱히 부동산 전세 사기 같은걸 당해서 그런건 아니고 나름의 근거가 있는데 단테를 비롯해 동시기 14세기 중세 말의 지식인들은 죄는 크게 세 종류가 있었다고 여겼음.


첫번째는 색욕, 탐식, 탐욕, 나태가 속하는 부절제의 죄, 두번째는 시기, 분노, 신성모독등이 속한 부도덕의 죄임. 그리고 세번째가 사기와 배신의 죄임.


14세기 유럽은 서서히 인본주의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시기였고 이에 영향을 받은 단테를 포함한 당대의 지식인들은 부절제와 부도덕의 죄는 비록 칠죄종에 속하지만 사람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저지를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여겼음. 반면 사기와 배신은 앞서 두가지와 달리 자신이 죄를 저지르는걸 알면서도 저지른다는 점이 컸기에 이 죄를 특히 큰 죄악으로 봤던거임.


특히나 배신과 사기는 공동체가 서로 의심하게 만들며 결속력을 붕괴시켰기에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던 당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피렌체 공화국 출신이던 단테에겐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는 이 죄들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던 것으로 보임.


[장 바티스트 카르포作 - 우골리노]


배신 지옥/코키토스는 이름 그대로 국가나 친구, 혈연, 스승을 배신한 자들이 갇히는 곳이고 이곳의 죄인들의 대표가 예수를 팔아먹은 이스카리옷 유다라는 점에서 알수있듯 단테 기준으로 이곳의 죄인들은 최후의 날에도 절대 구원받을수 없을거라고 표현할정도로 악질중의 악질이 모여있는데 그중에서 단 한사람, 우골리노 델라 게라르데스카. 일명 '우골리노 백작' 만큼은 단테가 동정 했을 정도임. 이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선 차후에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음.




p.s 참고로 말레볼제를 '사기 지옥'이라고 번역했지만 말레볼제에 속한 죄인들은 '타인에게 잘못된 가르침을 전달하거나, 위선자, 매관매직자, 탐관오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불화를 조장하는 자'들이라서 좀 속되게 번역하자면 '분탕 지옥'이 느낌상 더 가까움.


[2편은 조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