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는 사실 무조건 넣을 수 밖에 없고, 많이 넣었다고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음.

장르문학에서 보통명사나 뻔한 단어로만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계관에 개성과 색채를 더하는게 고유명사랑 설정이니까.


다만 독자가 글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단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만들어야 되는데

그걸 잘 못하는 게 문제가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함.

결국은 작가 역량의 문제.


특히 게임이라는 매체는 시청각자료를 동시에 때려박을 수 있는데 

독자가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건 명백한 실책이지.


그래도 2부는 고유명사에 대한 아주 직접적인 묘사와 설명이 이전에 비해 많이 나오고

상당량의 자료집도 같이 보여줘서 1부에 비하면 어느 정도 개선된 편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2부 시작파트라 그런지 단어가 쏟아지고, 그걸 다 감당을 못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함.



두 번째 어려운 붕괴 고유명사의 특징은 

쉽게 그려낼 수 없는 고차원적 상상이거나, 전문 용어에서 파생된 경우가 꽤 있다.


예를들면

'인간의 공포를 바치면 원하는 물품이 나오는 그림자 의식' 

'만물로 변환이 가능한 물질로 차있으며, 거품우주를 침식하는 데이터의 바다'


저런 건 뭐 입으로는 그런갑다 해도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기 쉽지 않지.

이런 경우는 위에서 말한 시청각자료, 인게임 플레이로 보완을 해줄 수 있다.

예시로 든 '영장의식'이나 '데이터의 바다' 역시 인게임에서 보여줬고.


어려운 수학과학 전문용어는 별 수 없긴 함. SF기반에 작가가 워낙 그쪽을 좋아해서

내가 관심이 있어 찾아보거나 아니면 그냥 그런갑다 해야지 뭐...



마지막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이게 중국어 기반이다 보니 

단어를 딱 보고 직관적으로 감이 안오는 경우가 왕왕 있음.


'이환의 십상'라는 단어를 처음보면 이게 또 뭔 씹소리야 싶지만

'그림자의 열가지 재앙' 하면 그래도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잖아.


이런 직관성의 문제는 이해할 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번역이 어느정도 보완해줘도, 어쩔 수 없는 언어의 장벽이라고 생각함.



길게 쓰긴 했는데 요약하면


1. 고유명사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음

2. 그 고유명사의 이미지를 독자의 머리속에 박아줘야 함

 2-1 게임인데 그걸 못하는건 분명한 실책

 2-2 2부는 어느정도 개선, 여전히 양이나 묘사를 감당 못하는 부분 있음

3. 붕괴에서 어려운 고유명사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

 3-1 추상적, 고차원적 상상이거나 전문지식 기반

 3-2 중국어


사실 한 단어로도 요약 가능함

작가역량


+


사실 장르문학에서 고유명사 얘기가 나오면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영도.

이영도의 소설, 특히 눈마새 같은 경우 첫 장부터 붕괴는 저리 꺼지라 할 정도로 고유명사가 쏟아진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고유명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도 안하고 사용함.

처음에는 독자인 나만 몰라서 바보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근데 보다보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뒤에서 직접적인 묘사도 해줘서 전혀 불편함이 없음.


한국 탑티어 작가랑 비교하는게 참 뭣하지만

결국은 글의 문제는 다 작가의 역량문제긴 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