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절검록 비주얼 노블 버전




2-11

불과 안개


1합.

마비마가 1합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기쁘지는 않았다.

손바닥의 명중의 감각이 전해졌다.

마비마가 고개를 돌려 나찰인을 보았고,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또다시 실망하였다.

무반응이라... 그렇군.

소상을 바라보는 나찰인의 눈은, 마치 돌멩이나 먼지를 바라보는듯 했다.

소녀가 얻어맞고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생면부지라지만... 앞에서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재미없어.'


실망의 감정이 소나기처럼,

차가운 비가 머리위에서 발끝으로 흐르는 것처럼, 마비마가 한기로 뒤덮였다.

그가 금발귀를 좋아하지 않는것은, 바로 본질적인 배척과 혐오다.

비유하자면: 나찰인은 세상 바깥을 떠도는 빙하.


그것들은 아무런 필요도 없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세상이 망해도 그것들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마비마— 그는 불씨였다.

세상은 안개, 마비마는 불꽃이다.



오직 그가 불타고 있을때만, 세상은 존재할 수 있다.

강렬한 감정, 충동, 그리고 파멸적인 싸움만이 그를 존재케 했다.

그리고, 그 허무맹랑한 존재속에서, 자신의 파편들이 보였다.

그 파편들이, 바로 삶의 의미였다.


"......"

마비마가 소녀의 검을 집어, 자세히 보았다:

분명 고대검•헌원이다, 틀림없다.

정위진인이 7제자에게 하사한 보물.


'어디서 얻은거지? ...다섯째 사저의 검은 이미 부러졌는데, 이건?'

'소미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어쩐지 이상하게 조심하라더니...'

'내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그가 헌원을 집고, 소녀를 향해 걸었다, 느릿하지만 확고한 걸음.

싸우길 바라지 않는 강자보다는, 그에게 지는 소녀가 더 흥미로웠다.

그녀 또한 당황한 불꽃처럼, 갓 태어난 불씨처럼, 어떻게 타오를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아쉽군—'


마비마는 자신의 힘을 잘 알고 있고, 대부분의 내공을 빼냈기에 소녀는 중상까진 가겠지만 죽지는 않을것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부상도 아니다.


'아쉬워— 이 아이의 실력에 경험까지 있었다면, 개검•진풍을 못 당할 정도는 아니였는데...'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패하지는 않았겠지.'


28년에 걸친 검심의 수련으로 [명경]의 경계까지 올렸건만...

저 재능은 7검 중에서도, 13세에 [태허]를 깨우친 능상에 비할만 하다.


'다섯째 사저가 이 아이를 제자로 받은 이유를 알것 같군, 시일이 지나면 이 아이도 또 다른 [신검]으로 성장하겠지.'

게다가... 다행히도 딸을 낳아서, 태허검기를 익힐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잔혹하단다, 소저."

마비마가 그녀와 떨어진 곳에서, 소상이 떨리는 무릎을 받치고 일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의지는 좋다만, 넌 날 이길수 없다.

장래는 좋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저는... 아직... 지지..."

피가 소녀의 코끝에 맺혀 떨어지고 있다.

소상이 고개를 들었지만, 눈에 초점이 없었다.


"저는... 컥... 큭... 당신..."


"......"


마비마는 이런 표정을, 도데체 몇번이나 봐왔을까?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죽이러 왔었다;

수많은 영웅과, 재능있는자들이 그에게 도전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러했다,

전혀 승기가 없더라도, 최후까지 버티며 생사의 사이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헛수고였나? ...어쩌면.'

하지만, 마비마는 이런걸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깊이 심취해있다.

그야... 이 안개와 같은 세상속에서, 마비마는 고독했기 때문에.

비록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 강호에서도 보지 못하겠지만—


도전자가 스스로를 불태우며 존재를 입증하는걸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의 인정을 받은것과 같았다.

마비마를 받아들인 인형의 연무덕에, 그는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상대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죽음을 갈망했다—

헌원이 소녀의 앞에 떨어졌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집어라."

마비마가 말했다,


"검을 써서— 나와 싸워라."


"나도 손을 놓고있지 않을테니, 이번에는 전심전의를 다해 날 죽여보아라, 알겠느냐? 검을 집어라!"


소상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피 한방울이 고대검에 떨어져 낮게 울리는 소리가, 마치 봉황의 소리 같았다.


"당신은... 어떻게... 검신(劍神)..."

소상이 입속의 피를 뱉어, 말이 점점 명확해졌다,


"......?"

"하하— 하하하!"


"넌 그게 검신인줄 알았구나? 하하, 날 아주 고평가 하는군."

"소저, 검신이 어떤 경지냐면 말이다, 수많은 무림인이 일생을 노력해도, 검문일경을 보기 어렵다."


"신온을(神蘊) 깨달은 정위 사부와 다섯째 사저가 아니라면 말이지 — 소저, 내 기예는 검신이 아닌, 검의다(劍意)."


"잘 봐라."

그가 손을 뻗자, 갑자기 붉은 대검 한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내 헌원검 :[적절영]이다." (赤絕影)



"헌원검, 우리 일곱 제자에게 한자루씩 있다, 이 검은 태허검기와 결합하여 검의에 따라 변화하고, 신묘한 법문을 다루지."


"[적절영]은 빛을 다루며, 내 생각에 따라 숨기고 드러낼 수 있지;

난 평소에도 이 형체를 숨기며, 항상 검의를 단련한다."


"아..."

소상이 헌원검을 집어, 멍하니 바라보았다:

만약 마비마의 말이 사실이면, 자신의 헌원검은 왜 변화하지 않을까?

설마, 그 허무맹랑한 영감이(靈感), 검의가 아니란 말인가?


"저, 저는..."


"그래... 네 헌원검은 그대로이고, 검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걸 알려주지: 네가 의온을(意蘊) 깨닫고 나면, 그것도 형태를 바꿀것이다."


"원래... 아... 달성하지 못했다고."

좀 아쉬웠지만... 사실이었다.


고인 피와 함께, 실망감, 수치심, 슬픔을 삼켰다.

긴장하지마, 소상, 지금이 두번째 시검을(試劍) 할 때 아니겠어?

이소상이 등을 곧게 펴고, 검을 쥐었다.


"당신도... 검을 사용합니다...

그래야... 공평하니까요!..."


여전히 그녀의 몸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다리쪽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녀의 눈빛은 확고했으며, 그것은—

타오르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진 눈빛이었다.


"자재문... 이소상, 다시금 사숙께(師叔)...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건... 시검입니다!"


"——"

마비마가 콧등에 있는 붉은 흉터를 쓸며, 미약한 온기가 손끝에 스미는것을 느꼈다.

아, 고독이여, 불꽃이여.

그는 살아있다.


"좋다."

마비마가 말했다,


"나는 개검•산붕 만을 사용하겠다. (開劍•山崩)"



2-12

결국 검으로



"살아라."


목소리가 이소상의 심호(心湖)에서 메아리쳤다.

심호가 정체되고, 물이 멈췄다.



"잘 살아야지."


목소리가 마음에서 메아리쳤다.

바람은 멎었고, 먼지또한 없었다.


"약속하렴..."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심호가 거울처럼, 하늘을 비췄다.


검의가 왜 미완성일까? 의심하지 말자.

검의가 왜 미완성일까? 후회하지 말자.

검의가 왜 미완성일까? 집착하지 말자.


괴로운 일은 모두 버리고, 검에만 전념하는거야.


검이란— 살인의 도구.

검술이란— 살인의 기술.

적을 죽여야, 살 수 있어.


소상의 생각은, 그것 뿐이었다.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녀의 목적은 그렇게 간단했던 것을.

하지만 소상은 멀리, 아주 멀리 돌아왔다.

검을 손에 쥐자,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 고대검 헌원이 바로 그녀의 유일한 의지였다.

눈가의 피를 훔치고, 입가의 거품을 닦아냈다.

소녀가 검을 쥐었다.

어떤 식도 취하지 않았지만,


계, 화, 수, 개. (啟, 化, 守, 開)

잔월, 단해, 열공. (殘月, 斷海, 裂空)

비골, 현준, 우연, 등작, 운응, 월로. (飛鶻, 玄隼, 雨燕, 藤雀, 雲鷹, 月鷺)

수류, 유란, 경죽, 묵국, 정련, 청송. (垂柳, 幽蘭, 勁竹, 墨菊, 凈蓮, 青松)

암파, 난뢰, 벽력, 산붕, 순진, 진풍. (巖破, 亂雷, 霹靂, 山崩, 瞬塵, 震風)


태허 4형 21식이, 마음이 가는대로 울며 손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다."


적이 가까이 있었지만, 마치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개검•산붕 만을 사용하겠다."


"......"

이소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개검•산붕 만을 사용하겠다.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 네 대응을 보여주어라."


'대응?'

마비마의 당부가 소상의 머리를 스쳐갔다.

결국, 모든것은 일검에 끝나니까.


[적절영]—

5척 9촌의 검신, 고대검•헌원이 검의에 따라 변화한 것,

—마비마가 보유한, 유일무이한 신검.


[산붕]—

태허개검형 제4식, 왼손 다섯 손가락 중 두개로는, 수검 [유란]을 취한다; (幽蘭)


오른손에 있는 칼날은 어깨와 나란히 하며, 촌경을 이루는 데, 산을 쪼갤듯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결함이 있다.

비록 마비마가 절정의 경지라 해도, 검형의 완성에서 휘두르는 시간까지, 힘을 모으는 찰나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무림고수라면 발견할 수 없고, 그렇기에 이 찰나의 허점도 포착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태허검심의 수련자, 이소상이 이 틈을 잡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마비마는 피하지도, 숨지도 않는다.

...화검으로 돌리지도 않고,

수검으로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일언천금— 개검 산붕만이라 했으니, 오직 개검 산붕뿐!

생사와 승패는 문제가 아니다, 마비마는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살고 있다.

마음에는, 오직 [산붕]만이 있다.

애초에, 모든것은 검으로 귀결한다.



2-13

얼음과 불



발검!

대검 [적절영]이 산을 무너트릴 기세로, 용처럼 날아올랐다.


발검!

소상의 헌원이 나란히 나오더니, [순진]을 펼쳤다!

수검도, 화검도 아닌, 개검!



개검대 개검—

뽑은 검은 헛되지 말아야 하며, 검에는 후회가 없어야 하니!


목숨을 건 싸움, 앉아서 죽기보단, 소상은 이미 마비마와 동귀어진을 결의한듯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개검으로 맞설 생각은, [진풍]에 맞았을때 생각하고 있었다.

청색과 황색이 나선으로 섞일때, 이소상과 나찰인은 잠시 눈이 마주쳤었다.


"......"


녹안은 공허했지만, 확고하게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이소상은 철저하게 믿고있었다:

나찰인은 반드시 움직인다!


그리고 나찰인이 움직인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


머릿속에 형성된 각본에서, 승리의 순간을 찾을수 있었다.

두 사람이 모든 열정을 검에 쏟았고, 나찰인이 왼손을 들었다.

황금십자가 그의 손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폭발하듯 사라졌다—



천명파 3대지보 중 하나: [유다서약]!!!

상고신인이 남긴 법기를 의태로 재현한 것!

무형의 사슬이 마비마를 향하고, 구속한다!

목표... 고정!

에너지... 봉인!

3일전의 밤, 이소상과 [노응]과의 결전이 재현되었다.

별안간, 마비마의 가슴이 울렁거리며, 진기가 모두 사라졌다.


'뭐—? 어떻게 된—?'

전광석화, 마비마는 생각을 돌리며, 원인을 알아냈다:


'나찰귀!!!'

강압에 눌린 기대와 쾌감이 폭발했다:


'네가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좋다!!"

마비마가 고함을 질렀다:


"와라, 이런게 바로 재미지!"

그가 손을 펴, 검을 버렸다!


—산붕의 기세가 이미 완성되었으니, 어찌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겠는가?

진기가 봉인되어도 상관없다!


대검 적절영이 앞으로 찔러와, 무겁게 들어왔다!

동시에, 마비마가 왼 주먹으로 가격하는데, 그 또한 개검•산붕이었다—

비록 신체의 힘을 다 잃었다 해도, 그는 태허 제6검, 역전의 마언경!

근육의 힘을 실은 주먹으로 헌원검을 쳐, 공중으로 말아올렸다.

슥—



그리고는

펑—


헌원이 마비마를 스쳐, 긴 머리칼을 몆가닥 깎아냈다.

적절영은 소상의 뒤로 날아갔고, 거대한 인력이 그녀의 작은 몸을 뒤로 당겨, 넘어트렸다.

그녀의 왼쪽어깨는 적절영에 너무 가까웠기에, 기류에 휘말려 뼈가 보일 정도였다.

새로운 고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소녀의 머리속으로 밀려오자, 혼절하고 말았다.


마비마는 승리했다, 그는 [산붕]밖에 쓰지 않았다.

동시에 마비마는 패배했다, 그가 사용한 [산붕]은, 한 번이 아니었기에.


이소상의 결승검 [순진], 가장 빠르고, 정밀한 개검.

[순진]이 아니었다면, 소상은 결코 적절영의 산붕 앞에서, 마비마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풍]이 아닌 [순진]이었기에, 마비마는 순수한 힘으로 이를 빗겨냈다.


행운? 결코 그렇지 않다.


수를 보는 정교함이, 신묘했기에 맞은 것이다.

결국은 실력의 거대한 격차로 마무리 되었다.


이건 사활을 건 또다른 결투.


마비마가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곳에는 최선을 다해야할 또다른 상대가 있었다.

멀지 않은곳, 나찰인은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 그의 미소가 사라졌고, 이전과 같은 침착함은 보이지 않았다.


"손을 썼군."

"네가— 손을 쓰지 않았나?!"


아, 얼마나 좋은가, 그는 결고 무정한 인형이 아니였어,

이 차가운 얼음속에서도, 타오르는 불꽃이 있었다니!

마비마의 기쁨은, 지금 정점에 달해있었다.


퍽!


내공이 없는 주먹이 나찰인의 얼굴을 내리쳤는데,

그 의도를 알았다 해도, 나찰인은 막지 못하는 것이었다.

몸이 모래에 엎어졌다.

나찰인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건 무슨 내공이지? 분명 내 진기를 묶었다."

거한이 금발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서남강 일문에 기공[현천화기]도 알고 있지만, 네가 보인 수는 아니였어. 그렇게 멀리에서, 어떻게 봉인을... 설마 독? 음, 언제 이몸에 독을 넣은거지?"

"아니다, 신경쓰지 않겠다.

중요한 건, 네 행동으로 이미 도던장을 던졌다는 것이니."


마비마가 나찰인 앞에서, 이 남자를 꼼꼼히 훝어보았다.

모래에 긇힌 상처에 피가배여, 그의 얼굴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일어나 등을 펴고, 그 한쌍의 녹안으로 바라보았다.


"...그 검은 가져오지 않나?"

나찰인이 물었다.


"음? 괜찮다, 필요할 때 주어도 늦지 않을테니."

"그리고, 넌 진기를 봉인할 수 있으니, [적절영]에만 의존하면 내가 불리할 수도 있지."



"......"


마비마는 나찰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소녀는 괜찮으니, 걱정마라."


"넌 지금 소녀를 걱정할 필요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네 숨겨둔 솜씨로, 날 죽이면 만사형통이니까. 어렵지 않지?"


나찰인이 침묵했는데,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그럼, 그대는 내 일검을 받을수 있는가?"


"허?"

마비마가 어리둥절하더니, 곧바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일검을 받아? 대단한 말이군! 재미있어! 좋아, 그럼 네 무공을 봐줄 생각인데, 무슨 검을 쓰느냐? 저 애의 헌원? 내 적절영을 써도 괜찮다."


나찰인이 시선을 깔더니, 한숨을 쉬었다:

"필요없다."


마미마의 웃음이 사라졌다.


눈이 천천히 커지고, 입이 자신도 모르게 벌어졌다.

그만큼, 놀랐다는 표현일 것이다.

어떻게?

이런 충격을 오랬동안 경험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가능한 거지? 오래된 감정이 또다시 밀려오고 있었다.


동경,

질투,

기만,

기쁨,

후회...

...그리고 그리움.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나찰인이 손에 쥔 불의 검을 보자 여러 감정들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어, 지수무진의 검심을 깨트렸다.



마비마는 자신의 눈을 믿을수 없었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것은, 결코 [적절영]같은 속임수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

몇초 전까지만 해도, 나찰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렇다면... 저 진기로 이루어진 화염의 검은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검신..."


마비마가 중얼거렸다.

이런 무공을, 마비마는 하나밖에 알지 못한다.


태허검기 제5온: 신온.


신이된 검, 살아난 검기.

오직 정위진인과 다섯째 사저만이 이 절세검시를 다룰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왜 금발 나찰인의 손에 보이는 걸까.

완벽한 충격이 마비마의 검심을 박살냈다.

끓어오르는 전의가 이 파편들로 또다른 검심을 만들어냈다.

물이 멈추지 않고, 먼지가 가라앉지 않는다.


그 이름은

기쁨

흥분

쾌락

만족

기대

갈망

행복...


"준비되었나?"

나찰인이 물었다.


금발의 남자가 붉은 장검을 들었고, 검신은 화염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검을 잡은 손이 이미 불에 타, 새까맣게 되었다.


"준비되었나?"


—이 남자는, 마치 염라에서 온 사도 같았다.


마비마가 고개를 끄덕였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위 사부가 얼굴에 칼자국을 남긴지, 얼마나 지났을끼?

이런 엄청난 위험은 마주한 적 없었고, 이렇게 염라대왕과 가까운 적도 없었다!

다시는 이 불타버린 절경에 다다르지 못하리라!


자, 와라!

와라, 나찰귀!

내가 전력으로 검을 받아주마!

주위의 진기가 마비마의 온몸에 스며들었다,

신체의 부담, 육체의 손상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이 검을 위해서!


나찰인이 검을 휘두르자, 검이 공기를 가르며 타는 소리를 내었다.



수검형, 화검형... 태허검기 최강의 방어기술이 마비마의 머리를 스쳐갔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마비마는 이 지강의 검 아래, 절대적인 파괴력 앞에서,

방어는 의미가 없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래 검이란 두려운 사물,

붉은색의 사신이다.

본래 생명이란 순수한 것,

한 줌 횃불이다.

오늘 죽음에 이르는 것이, 맞는 것이다.

검신의 손에 패하는 것에, 어찌 한이 있겠는가?


ㅡ망아지ㅡ


소미의 웃는 얼굴이 마언경의 눈 앞을 스쳐갔다.

그 다음으로는, 타오르는 불이 보였다.

타오르고, 타오르고, 타오른다.


그리고


불꽃이, 꺼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