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꿈에 그리던 키아나쟝을 되찾은 미시메이쟝. 그것도 키아나는 헤어질때 모습 그대로인거임. 얼마나 기뻤을까 세상을 다 얻은거 같았겠지. 


근데 애 상태가 좀 이상한거임. 꼭 치매노인처럼 메이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해, 심지어 혼자서는 밥도 제대로 먹질 못해. 꼭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그래도 키아나니까.. 소중히 데리고 살면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대답이 돌아올리 없는 대화를 계속하고.

매끼 밥을 먹고나면 멍하니 아무것도 못하는 키아나를 데리고 이도 닦아주고 또 혼자 말을 붙여보는거임. 오늘 카레는 맛이 어땠니? 맵진 않았어? 네가 정말 좋아하던 피망 카레란다..


그런 생활이 한달 두달 반년.. 일년쯤 가면 메이한테도 한계가 옴. 잠시 눈을 떼면 무언가 부수고, 쏟고, 앉은채로 오줌을 지려버리는게 일상임. 하지만 뭣보다 견디기 힘든건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 같은 키아나의 모습임. 자신을 보고 한번이라도 웃어준다면, 메이 하고 이름을 불러준다면 이딴 생활 백년이라도 할수 있을거 같은데.. 

그렇게 껍데기뿐인 키아나를 돌보며 극한으로 치닫는 스트레스와 자꾸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대며 커지는 욕망을 억누를수 없던 어느날 학대를 시작해버린거임. 육체의 쾌락에 교성을 지르고, 이제야 좀 살아있는거 같은 반응을 보이는 키아나를 보며 생전 느껴보지못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는 메이.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변해가는 모습이 무섭다가도, 그동안 돌보면서 겪은 고생을 생각하며 애써 자기합리화를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제정신이 돌아오고, 허둥지둥 너덜너덜해진 애를 일으켜 씻기다보면 키아나의 등에, 허벅지에, 목에 늘어가기 시작하는 상처를 보면서 때때로 지독한 자기혐오를 느끼는 날도 있을거임. 하지만 이미 중독과도 같은 그 행위를 절대 그만둘수 없을 것임을 누구보다 메이 본인이 뼈저리게 느끼는거지.


덜덜 떨면서 메이가 팔을 올리기만 해도 흠칫흠칫 놀라면서 달아나려는 애를 붙잡아 달래고 달래서 겨우 재우고, 내일 먹일 밥을 준비하느라 주방에 내려가 재료를 손질하다 메이는 그만 대체 내 인생은, 키아나는 왜 이렇게 되었나 싶어 선채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펑펑 우는거임. 

그래도 지독한게 사람 명줄이라고, 밤새 흐느끼다 한숨도 못잤지만 정성스레 밥을 해 먹이고, 이를 닦아주고, 늘 대꾸도 없고 영혼이 없는 표정이 없는 그 얼굴을 향해 생긋 웃어주면서 메이는 자신의 영혼을 무딘 칼로 마디마디 끊어내는 듯한 기분으로 그동안 애써 삼키고 삼켰던 그 한마디를 건네는거임.  


키아나, 네가 돌아온지 벌써 3년이나 됐지? 시간 정말 빠르지? 한번이라도 네 웃는 얼굴을 봤으면 했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나봐. 내가 이렇게 힘든데 .... 너는 .. 얼마나 힘들까? 이제.. 그만 그 껍데기에서 해방시켜줄게. 아니, 우리 같이.... 이제는 그만.. 편안해지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