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질이 있는 자야, 안 그래?”


“그걸 왜 나한테 묻지?”


녹색 머리의 소녀가 파일을 내려놓고 냉랭한 표정의 남자를 쳐다봤다.


“연기는 그만해, 케빈. 너와 그 자의 관계를 알고 있으니까. 네가 불을 쫓는 나방에 합류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것도… 그가 여기에 오지 못하도록 그런 거잖아?”


“그는 너와 정반대인 사람이야. 너의 협력은 승낙하지 않을 거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말이지.”

“그 사람도 이해할 거야, 안 그래?”


“……”


남자의 침묵이 이어졌고, 소녀는 만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 뱀 같은 눈에 웃음기가 드러났다.


“이제와서 착한 사람인 척 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 케빈.”

“난 이미 그 선을 넘었어.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하지만 네가 한결 같이 바라보던 MEI는? 그녀가 나와 무슨 차이가 있지?

“아, 아니지. 차이가 있지.”

“그녀는 나보다 훨씬 잔인하고 냉정해—— 그녀의 행동은 전부 이성적으로 내린 선택이니까.”


“……”


“순수한 이성…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악마야. 알고 있잖아,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