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왕의 회상


메이 : 당신의 가면… 한 번도 그걸 벗은 모습을 본 적 없네요.


이걸 벗은 모습을 보지 못한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율자.


메이 : 다음 대사가 꼭——[본 사람은 전부 죽었다]일 것 같은 말이네요.


아니, 딱 한 명 있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자가.


메이 : 누군지 알 것 같네요.


당연히 알겠지… 모를 수가 없지. 널 이곳으로 보낸 장본인이니까… 율자를 또 내 앞에 갖다 놓다니…!


메이 : …가면을 벗을 준비를 하는 건가요, 칼파스.


크큭… 크하하하하… 왜 그런 착각을 하지, 율자?


지금의 넌 이걸 벗게 할 자격이 없어.



회상 파일—[소문: 가면]


“…일반인에게 가면이란 종종 진상과 자아를 숨기는 도구로 쓰인다.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칼파스는 가면으로 그의 진정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가면을 빌리지 않는다면, 칼파스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없다—물론, 이건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정확하든 아니든 정정할 생각은 없다. “

“칼파스가 기쁨을 표현하는 가면을 쓴다는 건 위험 신호니 조심해야한다—오직 전투 만이 칼 파스를 즐겁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칼파스가 부끄러워하는 가면을 썼을 땐… 다른 가면이 전투에서 파괴 됐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아무 가면이나 쓰게 된 것이다. 절대 칼파스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 대가는 클 테니 말이다.”

——<칼파스의 가면에 대한 백 가지 문답 : 입문에서 마스터까지>에서 발췌


“어이, 이모르, 이거 진짜야? 좀 황당한데."


“내가 어떻게 알아.”


“넌 그 칼파스의 부관이잖아, 이모르. 게다가 네 재임 기간은… 마치 기적처럼 길고.”

“네가 오기 전까지 부관직 담당이 스무 명도 넘게 바뀌었다고!”


“그게 뭐 어때서… 그 사람들이 버티지 못했을 뿐이지. 게다가 칼파스가 날 전투에 데려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서, 오히려 편한 편이야.”


“해탈했네… 했어…”


“그래서, 아까 보여줬던 건 대체 뭐였어? 내용만 길고 유용한 건 하나도 없잖아.”


"응? 뭐야, 너 이 책 몰라? <칼파스의 가면에 대한 백 가지 문답 : 입문에서 마스터까지>, 기지에서 꽤 유행하고있는 책이야.”


“그러니까, 이런 책은 대체 누가 쓴 거냐고… 유용할 리가 없잖아.”

“아니, 오히려… 사실과는 정반대인 내용만 잔뜩…”


“음…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사인은 [비화처럼 아름다운 소녀]로 되어 있어… 미스터리 컨셉이네. 아, 잠시만, 메시지 왔어."

“…”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이모르, 긴급 임무야."


“긴급 임무?”


“응… 제10 율자가 나타났어.”



회상 파일—[해가 지기 전에]


황사, 열염, 핏빛의 석양. 별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드디어 이 모래 바다 중앙의 언덕에 다다랐을 때, 모래 자갈에는 지배의 열쇠가 백 개도 넘게 꽂혀 있었다. 

그것들은 아이가 망가뜨린 장난감처럼 전부 부서져 있었으며, 손잡이 부분의 무시무시한 변형은 그것들이 겪었던 유린과 괴로움을 어렴풋이 암시하는 듯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부러진 검날 사이에서 팔다리를 편안하게 늘어뜨린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뒤덮었고, 그제서야 남자는 무심하게 눈을 떴다.


“축하해, 넌 이제 [Meta-Morph] 제제의 응합 전사 계획에서 공식적으로 제명됐어."


뱀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는 주위의 부러진 검을 둘러봤다. 


"이대로 가다간 너 혼자서 모든 지배의 열쇠를 망가뜨리게 생겼어."


“…아니다.”


“…그만둬. 너도 알겠지만, 이 방법으로는 융합 전사가 될 수 없어. 죽음의 위험을 느끼게 할, 널 각성시킬 수 있는 전투는 지극히 적으니까." 

"그리고 현재의 훼손 정도로 봤을 때, 이제 그들은 네게 어떤 지배의 열쇠도 분배해주지 않을 거야. 휴, 아쉽네… 그게 네 손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잘 가, 칼파스. 이제 [일반인]의 신분으로 계속 싸워줘. 이런 기회는… 훗, 수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기회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뫼비우스. 내가 널 왜 여기 불렀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

"물론이지. 근데… 내가 왜?"


붉은 태양이 천천히 가라 앉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핏빛과 같은 적색으로 물들였다. 

소녀의 뱀의 눈동자도, 주변의 모래 바다와 부러진 검들도, 남자의 가면도, 전부. 


"난 이 모든 걸 전부 파괴할 거니까." 


“…”

"미친놈." 

"근데 뭐… 알겠어. 널 융합 전사로 만들어 줄게 —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네 가장 큰 비밀을 내게 알려줘, 칼파스." 

"고작 [일반인]인 네가, 어떻게 융합 전사와 대등한 힘을 갖고 있는 거지? 넌 대체… 어디서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