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페라 - <잠자는 모자 국왕의 승하>]


[제1막 - 나이트캡에 가려진 나라]

옛날 옛적, 한 풍요로운 나라가 있었다.

나라의 백성들은 생활에 부족함 없이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로한 국왕에게는 죽을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사신은 국왕의 침전에 나타나 다른 세계로 그를 초대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국왕이 말했다.

"난 아직 누려야 할 부귀영화를 채 누리지 못했어"

"이건 내가 세운 나라다" 국왕이 말했다.

"다른 부족의 침입을 막아낸 것도 짐이다"

"내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었고, 그들을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단 말이다!"


"아, 그랬지." 사신이 낮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게 죽음에서 벗어나게 할 이유가 되지 않아"

"피안은 신분의 귀천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평등한 나라야."


국왕은 침묵했다.

국왕은 침묵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월이 엿보이는 눈동자에 교활한 빛이 반짝였다.


"알겠네." 국왕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만남에서, 자네와 거래를 하고 싶군"


"한번 들어는 볼게" 사신이 말했다.


"내 영혼을 영원히 잊어주고, 앞으로도 거두러 오지 말게"


"그 대가는?"


"내 수천 수만 백성들을 그 낫으로 마음껏 베어가게나."

"내 늙은 몸뚱이 따윈 거두어 가도 자네에게 가치가 없지 않겠나."

"하지만 내 백성들은 아주 건강하지, 내 백성들의 영혼을 마음껏 거두어가시게"


사신은 침묵했다.

사신은 침묵했다.


낫을 든 백골이 마치 먼 곳의 운명의 엮고 있는 듯 가볍게 움직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사신이 말했다.

"난 더이상 그대의 운명을 엿볼 수 없으며, 타인은 너의 영혼을 영원히 거두어 갈 수 없을 것이다."


국왕은 평온한 눈길로 사신이 떠나는 모습을 배웅했다.

그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전국적으로 축제를 열 것을 명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축제를 즐겼다.


국왕은 그의 나이트캡을 쓰고 달콤한 꿈에 빠져들었다.

국왕은 나이트캡을 쓰고 달콤한 꿈에 빠져들었다.

달콤한 꿈에 빠져들었다...





[제2막 -  번쩍이는 사신의 낫]


오, 저기 좀 봐, 저건 누구의 아이일까.

아이는 목놓아 울었지만 아무도 보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오, 저기 좀 봐, 저건 누구의 은거울일까.

과거에는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었으나 지금은 무너진 담벼락만 비추고 있네.


오, 저기 좀 봐, 저건 누구의 남편일까.
과거에는 아내가 그리워하는 남편이었으나 지금은 끌채 아래에서 생을 마감했네.


전쟁, 질병, 기아와 역병.

나이트캡을 쓴 국왕이 잠에 빠진 지 7년이나 지났다.

그는 여전히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국왕은 죽지 않았으나. 더이상 나라를 돌볼 이가 없다.


전쟁, 질병, 기아와 역병.

번쩍이는 사신의 낫.


전쟁, 질병, 기아와 역병.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제3막 - 가지와 참새]


"그는 이미 우리의 왕이 아니다" 백성들이 말했다.

옳소! 옳소!


"그는 우리의 부끄러운 왕이야"

옳소... 옳소...


"하지만 국왕은 사신과 거래를 했어, 그 누구도 나이트캡 아래의 목을 거두어 갈 수 없어"

옳소... 옳소...


"우리의 용맹한 용사들은 모두 죽어버렸어, 이제 그를 왕좌에서 끌어낼 사람은 아무도 없어"

옳소... 옳소...


[츄츄, 츄츄]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츄츄, 츄츄]

누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까?


[츄츄, 츄츄]

숲의 정령들이 전해온 귓속말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츄츄, 츄츄]

하지만 누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대체 누가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까?


아아, 운명의 인과여!

사신과 국왕이 거래할 때 정령은 그곳에 있었다!


아아, 운명의 장난이여!

정령은 가냘픈 몸으로 사신의 시선에서 도망쳤다!


아아, 운명의 농간이여!

하지만 정령은 결코 비밀을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들은 영원히 깨달을 수 없었다!


[짹쨱, 짹짹]

이번엔 또 무엇일까?


[짹쨱, 짹짹]

참새다! 참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왔다!

참새가 날개를 파닥이며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왔다!


둥글고 검은 나뭇가지는 사철나무의 가지였다.

그 나뭇가지는...


아! 국왕의 콧구멍과 흡사했다!


[츄츄, 츄츄]

거래에는 함정이 있었다.


[츄츄, 츄츄]

그 누구도 국왕의 목숨을 거둘 수 없다.


[츄츄, 츄츄]

국왕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자! 나의 친구여! 왕궁으로 전진하자!"

옳소! 옳소!


"국왕이 사신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오랜 벗이여, 자네는 왜 약속을 어긴 건가?" 국왕은 분명 그렇게 말할 거야.

"아니, 난 약속을 어기지 않았어" 사신은 분명 그렇게 대답하겠지.

"그대는 질식의 고통에서 깨어나기 싫어 나이트캡에서 안락한 죽음을 선택한 거야"

"그 어느 나라에서든, 운명은 반드시 정해져 있어"


옳소! 옳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