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엔 직접 만든 케이크






작년엔 쿠키









를 만들어 주고 올해로 3번째 맞이하는 제레 생일인데


프리랜서라 쓰고 반백수였던 이전과 달리 시간적으로 빡빡한 직업을 갖게 되어버린 올해는


도저히 손으로 뭔가 만들 시간이 없어서 파바에서 케이크를 사 왔다.


하지만 사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글씨를 써 주기로 했다.







이걸로 하면 되겠지?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러나 나름 요리를 해 본 적이 있고, 빵, 케이크, 쿠키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나는 알고 있다.


음식으로 글씨 쓰는건 의외로 존나 고난이도라는 사실을...





그래서 글씨 연습을 하기로 함.



글씨 연습을 하기 위해, 싸고 넓적한 과자를 사기로 했는데, 에이스 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초코펜은 50도 정도의 물에 5분정도 녹이라고 되어 있더라.



처음에 "에이 50도까지 필요하겠어?" 하고 손으로 열라 비벼서 적당히 녹였는데


분명 만지는 촉감은 말랑말랑하니 다 녹은 것 같은데, 온도가 아직 낮아서 아무리 짜도 안 나왔다.




할 수 없이 물을 가열해다가 녹임.













연습 시작.






시작하자마자 글씨 연습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초코펜의 촉감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크림 짜는 거랑은 완전히 달랐다.


50도 이상 물에다가 녹여버리니 우리가 초콜렛 하면 생각하는 점도는 온데간데 없고 물처럼 질질 흐름.


수채화 물감보다도 더 흘러내렸다.


그래서 튜브 컨트롤을 오지게 세심하게 해야 했다. 위에 글씨 보면 감이 잡힐 듯.













첫 번째 연습작


크기 조절을 잘못해서 Happy Birthday 에 에이스 4장이나 써 버리고, 심지어 마지막 y는 쓰지도 못 했지만

연습이니까 넘어감.



진짜 연습 안 하고 케이크에다가 저지랄 났으면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됐을듯;;;

준비성 있는 나 자신에게 치어스...











그리고 몇 번 연습을 더 하고.








마지막 연습은 오예스에다가 함. 바탕이 갈색이라 눈에 더 잘 띄긴 하네.


연습 끝난 것들은 다 처먹었더니 배가 너무....불러...나주거....






그리고 케이크를 사러 나갔다.



원래는 딸기생크림케이크로 사고, 사이즈는 3호 이상으로 가운데 글씨를 쓸 만한 공간이 넓게 있는 케이크를 사려고 했다.


뚜레쥬르에서 조건에 맞는 꽤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발견했었는데 다른데도 둘러볼 요량으로 파리바게뜨도 가 봤다.




그런데...









크림/초코 반반 케이크가 있더라... 


사이즈는 작았지만 제레한테 어울리는 것 같고.... 흑제레도 같이 축하해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꽂혀서 사버림.



글씨 쓸 공간은 전혀 없지만, 내가 데코를 치워버리고 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데코를 치워버리고 나니 보기가 좀 흉하게 나왔다. 여기까진 예상했음.


그래서 저길 다시 옆에 있는 다른 크림들로 적당히 덮어버리려고 했는데


일단 내가 다인 숙소에서 살고 있어서, 예전 같았다면 갖고 있었을 패스츌러나 그 외 각종 도구들이 없었음.


없으면 뭐 어때 젓가락으로 간다.














그런데 역시 젓가락으로는 한계가 뚜렷했고, 표면이 깔끔하게 되지가 않았다.


크림을 좀 녹여서 하면 될 것 같기도 했는데, 잘못 녹였다가 수습 못하게 될까봐 


아예 원래 거친 표면이었던 것처럼 하기 위해서 주변까지 다 젓가락으로 문질러 버림.



케이크 가운데 경계선이 삐뚤해 보이는건 내 잘못이 아니라 파리바게뜨가 그렇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음.







글씨 또 잘못 쓰고 크기 조절 실수해서 여백 없어져 버리면 큰일이니까, 대충 도면부터 그려 봤음..









초코펜이 엄청 굵게 나오기 때문에 그림판에서 가장 굵은 붓으로 써 봤는데


역시 Birthday , Vollerei공간이 엄청나게 부족했다. 어떻게든 우겨넣어서 쓰긴 했는데, 펜으로는 어케 하냐...













결과물.


최종적으로 케이크게 글씨를 쓰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난 여태까지 에이스, 오예스에다가 연습을 했는데 내가 젓가락으로 케이크 크림을 조져놓으면서


크림 표면이 소환사의 협곡마냥 울퉁불퉁해져서, 거기다가 물처럼 흘러내리는 초코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난관이었다.


보면 표면이 많이 울퉁불퉁한 Seele Vollerei 쪽에 글씨 굵기가 중구난방인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원하는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다 써 놓고 보니 나름 의미는 있는 것 같고... 어차피 지금 와서 수정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대로 했다.










초 3개는 내가 제레를 만나고 3번째 맞는 생일이라는 것을 의미함.


어차피 나이도 안 먹는 게임 캐릭터라 설정상의 나이를 따지는 것보단 이 쪽이 더 의미있겠다 싶었다.










제레쟝 사랑한다.





붕괴 스타레일에 공개된 내용들을 보니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챙겨주는 제레 생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건 내년에 걱정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