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카랑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격겜하면서 서로 허접이니, 내가 잘하니 못하니 웃고 떠들던 중..


게임 하면서 조금씩 까먹은 맥주캔이 어느정도 쌓여가자

괜히 게임 화면이 아니라 흑카한테 눈이 가는거임..


화면에선 흑카의 콤보에 캐릭터가 얻어터지고 있는데도,

집중한 듯 몸을 앞으로 숙인 채 한쪽 어깨가 흘러내린 흑카의 옷이며 옆구리며 골반이 트인 옷으로 눈길이 자꾸 위아래로 훑어가고..


흑카가 얏타! 캇타! 하고 또 허접이라고 놀릴려다가

..뭘 그렇게 빤히 보나요 함장? 하더니..

서로 짧은 침묵 뒤에 괜시리 흘러내린 어깨를 단정하게 끌어올리고 한뼘 만큼 옆으로 떨어져서 앉는거임..


아...음. 아니야 아무것도.

..아, 이런 다 마셨네. 

야. 야야. 나는 맥주 더 가져온다. 넌 콜라...


하고 평소에 동성친구를 대하는듯 스스럼 없던 스킨쉽으로 흑카의 무릎을 손으로 툭툭 치곤 일어나려다 흑카가 움찔하더니 다리를 좁히는거임..


일어나려다 한손은 흑카의 무릎에 닿은채 어정쩡하게 선 채인 함장과, 소파 반대편 끝까지 엉덩이를 뺀 채 고개를 돌린 흑카..


..야 뭔데. 왜 그래.


..아, 아~!! 손땀 기분 나쁘거든요~~ 함장!!

저는 제로콜라로 부탁할게요! 감자칩...도..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조금 과장되게 대답하는 흑카이지만 함장의 손은 흑카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두 눈은 뽀얗고 탄탄한 허벅지에 고정된 채 손이 조금씩 흑카의 무릎을 타고올라 허벅지로 올라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흑카를 보자

얼굴을 새빨갛게 한 채 웃는지, 화내는지, 참는지 모를 표정으로 입술을 앙 다문 채 주먹을 꽉 쥔 모습을 보고는 정신을 차린 함장


..아 좀 취했나보다..ㅋㅋ..

제로콜라랑 감자칩? 오케이~


하며 손을 떼고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가 물건들을 챙겨 돌아온다.


함장! 이제 슬슬 지겨우니까 벌칙이라도 걸고 하지 않겠어요?


뭐~? 벌칙? 뭐하게 ㅋㅋ 월급 올려줘?


에이 뭘 묻고 있나요 함장. 이길거면 몰라도 되는거지 않습니까? ...쫄?


...

ㅋㅋ...넌 뒤졌다 ㅋㅋ


그리고 귀신 같이 함장이 패배하고..


역시 함장 허접이네요 ㅋㅋ

벌칙은..음..

..그..위의 티셔츠..한장 벗으십쇼.


? 티셔츠를 왜....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친 둘은 또 잠깐 짧은 침묵 뒤


그래! 야 이기고 도망치는거 없다 ㅋㅋ


에이 제가 이길게 뻔한데 도망을?



그렇게 시작된 다음 게임에

평소의 흑카라면 가볍게 반격했을 콤보에,

이상적인 택틱을 그려내며 얻어터지는 흑카의 캐릭터..


아~!! 져버렸네요..

생각보다는 조금 하시는군요 함장!


ㅋㅋ 이때까지 봐준건데 몰랐냐?!

야 너도..어..한장 벗어!


오..오케이! 못할줄 알았나보죠?!


뭔가 서로 과장된 리액션과 큰 목소리로 어색하게 게임을 이어가던 둘..



해는 점점 떨어져 어두워지고, 화면의 불빛만이 방을 어슴푸레하게 비추는데...


서로의 캐릭터는 체력이 꽉 찬 채 마주보고 있을 뿐 미동도 없고..컨트롤러도 탁자와 바닥에 내팽겨진 채..


읏...으음....윽...


..뭐야. 이제 진거 인정하는거냐..?


하..하하..아..음..함장 너무 잘난척 하지 마시죠.

저도 지식은 완벽하다구요..


읏...


서로의 땀냄새와 거친 콧김과 묘한 열기가 방안을 가득 매워가며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다 거의 동시에 발작하듯 깨어나더니, 서로의 얼굴을 보곤 다급히 옷을 챙겨입는 둘..

옷을 입고도 말 한마디 없이 어색하게 침대의 반대편에 등돌리고 앉아 있는데..


...저...어제 일은..


...어제는...어....그게..

....제가 이겼네요?ㅋ...


.....ㅋ...ㅋㅋ...

아니..솔직히 그건 내가 이긴거지


아, 아~! 어제 술을 드셔서 어!

잘 기억이 안나시나 본데요 함장? 

제대로 기억하고 있습니까?


내가 이겼다니까 어! 야 억지를 부려도 어!

....그럼...재대결...?


....그, 그러시죠...

그럼 전 이만..


어..어 나중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