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합 전사에 관해 1


엘리시아안녕, 메이. 오래 기다렸어.


메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인데... 무슨 일 있어요?


엘리시아음... 뭐랄까. 너 요즘... 어떤 여자애랑 자주 같이 있지?


메이: 여자애요?


엘리시아나도 우연히 본 거야... 너보다 키가 좀 작고, 성숙하지만 귀엽던데... 혹시 요르문간드 간부야?


메이: 레이븐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엘리시아소개 좀 해주면 안 될까?


메이: ......


엘리시아우리 완전 친하잖아, 너도 내 동료들을 많이 봤고...

             그래서 말인데, 나도 네 친구를 좀 알고 싶어, 서로를 좀 더 알아가자는 의미로 말이야.

             물론, 너랑 제일 친하다는 건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메이: 내 기억이 맞다면, 요르문간드 간부들은 모두 과거의 낙원에서 세례를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서 왜 그때 말 걸지 않았죠?


엘리시아어머, 어쩐지 눈에 익다 했어. 낙원에 온 적이 있구나. 근데... 그때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못 봤어...

             에휴, 널 찾아온 거니까,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다음에 꼭 소개해 줘야 해~


레이븐방금 누구지?


메이: ...누군지 모르겠어? 불을 쫓는 영웅의 2인자 엘리시아야.


레이븐엘리시아? 내가 아는 그 엘리시아?


메이: 왜 그래?


레이븐...아니야, 기록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과거의 낙원에서 본 적은 없어서.

          자료에 기록되어 있는 전투 결과로 봤을 떄는 좀 더 위엄 있을 줄 알았는데, 고운 소녀일 줄은 몰랐군.


메이: ... 그 표현... 둘이 잘 맞을 거 같네.

       모든 영웅을 다 못 만나본 거야?


레이븐그건 아무나 못 하는 일이야.

          그레이 서펜트 말로는 제일 많이 만나본 사람이 6명에서 7명 정도였다고 해.

          너 설마 모든 영웅을 다 만나본 건 아니지?


메이: 아직까진 아니지만, 시간문제일 거라 생각해.


레이븐...그렇지, 넌 우리와 신분이 다르니까.


메이: 6명에서 7명... 그쪽은?


레이븐난... 별로 내세울 건 없어. [황금], [찰나], [구원], [무한], 네 명뿐이야.


메이: [오멸], 전에 가면 쓴 남자를 말한 적 있잖아.


레이븐...가능하다면, 내 기억 속에서 지워졌으면 좋겠군.


메이: ...확실히...





· 융합 전사에 관해 2


레이븐하하, 맞아, 공도 가끔 그렇게 하던데.

           역시 애들은 애들이구나, 어쩜 행동이 이리 똑같을까.


사쿠라그렇네.


레이븐......

          ...사쿠라, 너도 많은 후계자를 봤으니 그 시대의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네 동생은...


사쿠라나도 알고 있네, 더 이상 말 안 해도 돼.


레이븐......

          만약 내가 너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야.

          결국에는 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네가 보여준 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면서도, 최악의 결말이야.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게야.


사쿠라허나... 시올라, 결과 외에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많다네.

          내가 떠난 후에 그녀가 무탈하게 여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네.


레이븐...무탈?

         아... 응, 그렇지.

         ...참, 내 정신 좀 봐, 하마터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을 뻔했어.


사쿠라왜 그러지? 무슨 일 있나?


레이븐별일은 아니고, 사실 계속 오해하고 있을까 봐--- 그때 일부러 널 피해 다닌 건 아니야.

          다만... 우리 둘 다 순식간에 전투를 끝내는 걸 좋아했지만, [찰나]의 전투 방식이... 나한테는 안 맞았어.


사쿠라이해할 수 있네. 과거의 낙원은 후계자들을 위해 길을 찾는걸 도와줄 뿐, 절대 강요는 하지 않아.

          이곳에 돌아올 줄은 몰랐네... 그런 후계자는 흔치 않지.


레이븐어쩔 수 없어, 의뢰를 받았거든. 너처럼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것뿐이야.


사쿠라전에 있었던 열몇 번 역시 전부 의뢰를 받은 겐가?


레이븐...그런 셈이지.





· 융합 전사에 관해 3


뫼비우스어, 또 왔네... 왜, 후회돼?

             미안하지만, 언니는 이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언니가 아닌데.

             그래도... 다른 실험에 관심이 있다면, 기회를 줄 수도 있는데, 어때?


레이븐사양하지. 골치 아파... 밖에서는 자칼, 이곳에선 널 상대해야 하다니.

          전과 대답은 똑같아, 관심 없어, 눈곱만큼도.

          뭐, 공손하게 대하면 의식의 율자의 보고서 정도는...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뫼비우스그냥 한번 물어본 거야, 내가 정말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율자의 의식을 개조해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는... 그런 간단한 구상은 이미 시험해봤어.


레이븐그래? 결과는?


뫼비우스더 완벽한 방안을 찾았지.

             거래하는 걸 좋아하지? 알고 싶으면 아까 네가 말한 자료를 가지고 와.


레이븐...뫼비우스, 속이 너무 빤히 보이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잖아.

          게다가 진짜 궁금했던 건 한때 전우였던 화의 5만 년의 기억이잖아?


뫼비우스......


레이븐휴, 정말 피도 눈물도 없네. 내가 다 슬퍼지려고 해.





· 융합 전사에 관해 4


케빈날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너에게 있어 나와 그의 의미는 다를 테니까. 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냥 [구원]의 케빈이다.


레이븐...미안, 너무 익숙해서, 바로 고치기가 어렵네.

          하지만 네 말도 맞아, 현실에서 그는 [신]에 더 가까워, 일종의 [상징]이지.

          재미있는 거 같지 않아? 동시에 다른 삶을 사는 한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

          내가 술집을 운영할 때, 손님 한 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술 한잔 마신 나와, 술 열 잔 마신 나는,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서로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군]

          지금이 딱 그 상황 아니야?





· 요르문간드에 관해 1


레이븐여, 왔어? 뭐 발견한 거라도 있어?


메이: 아직, 근데 방금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어. 오직 [선배]만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레이븐무섭게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메이: 케빈의 기억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요르문간드는 그가 만든 게 아니라고 해.


레이븐그냥 주존이라고 부를 순 없어? 그렇게 부르니까 이상하잖아... 나도 너보다 아래인 것처럼 느껴진달까.


메이: ...그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레이븐하하, 장난이야. 근데 난 네가 과거의 낙원을 보고 난 후에 마음이 바뀌어서 진정한 간부가 될 줄 알았어.

          자칼한테 당하는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늘지 않도로, 내가 네 코드도 생각해놨는데... [레드 썬더 드래곤] 어때?


메이: ......

       본론부터 말할게, 레이븐. 요르문간드의 창시자가 케빈이 아니라는 말에 놀라지 않네.


레이븐그래, 이미 알고 있었어.


메이: 과거에 [요르문간드]라는 이름의 뜻을 알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그 [요르문간드]는 뫼비우스를 가르키는 거였어.


레이븐맞아, 요르문간드의 진짜 창시자는 뫼비우스야. 그다지 비밀은 아니었지만, 넌 가입한 방식이 특이해서 모르는 게 당연해.

          물론, 나도 이곳에 와서야 그녀를 처음 봤지만.


메이: 처음? 현실에서 뫼비우스를 본 적이 없는 거야?

       그녀는 자신이 바로 뫼비우스 본인이라고 말했어. 그렇다는 건 요르문간드는 아직 그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말일 텐데.


레이븐널 속인 거겠지. 지금의 요르문간드는 주존이 유일한 리더야...

          또는 천신(天神)이라고도 하고.


메이: 응, 처음부터 느꼈어. 요르문간드의 멤버는 부하가 아니라 케빈의 [신도] 같았거든.


레이븐정확히 말하면 간부들이 믿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이념, 의지야... 그리고 주존과 주존의 성흔 계획은 [의지]의 상징이지.

          물론 요르문간드는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신앙심이 많이 약해졌어.

          주존은 그런 그들이 의문을 품을 수 없도록 할 전설의 존재--- 절대 쓰러지지 않는 리더지.


메이: 영웅.


레이븐맞아, 너한테는... 그다지 효과 있어 보이진 않지만.





· 요르문간드에 관해 2


메이: 그 말대로라면 영웅에 대한 신앙이 요르문간드의 힘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거네.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


레이븐물론이지, 전설 속에 존재하는 13명의 영웅은 성흔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열쇠였으니까.

          성질은 완전히 다르지만, 요르문간드를 종교 조직을 본다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성흔 계획은 요르문간드의 교리야. 하지만 교리만 있다고 신도들이 모이진 않아.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신]이 필요하지.

          이게 조직의 초창기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그게 바로 영웅이 요르문간드를 통치하는 이유야.


메이: 그럼... 지금 케빈의 위치에 어떤 영웅이 있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레이븐정답.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어서 신앙의 출발점은 단순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한마디의 힘에 달렸지.

          다른 거품 우주에서는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너의 그 사랑스러운 반장일 수도 있어. 그럼 이름도 바꿔야 하나? 

          [요르문정위], 아니지.. [태허간드]는 어때?


메이: ......

       그 말대로라면, 성흔 계획이 요르문간드 신앙의 주체겠네. 

        하지만 내가 만난 간부들은... 성실한 신도라기보다는, 주도면밀한 집행자 같은 느낌이었어.


레이븐그게 바로 그레이 서펜트가 원하던 거야. 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그 누구도 태양이 떠오른다고 느끼지 않는다--- 만약 네가 자신의 신앙에 확신이 있다면, 그렇게 열광적이지 않겠지]

         네가 본 녀석들은 성흔 계획의 충실한 추종자들이야.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있겠지만, 마음속으로는 같은 갈망을 하고 있지.


메이: 레이븐, 너도 마찬가지고?


레이븐나? 난 말했잖아. 아는 게 많은 것 말고는 외고가에 있는 조직원들이랑 큰 차이가 없다니까.

          요르문간드가 주는 월급이 적었으면, 죽어도 안 돌아왔을 거야.





· 케빈에 관해 1


레이븐...나도 어쩔 수 없어, 적대적인 수단은 이곳에서 소용이 없거든.

         이런 상황에서 난 율자를 막을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

          ......

         하,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가. 긴장이 안 되나 봐? 처음부터 방해할 목적이 아니었던 거야?

         아, 실례, 물어보면 안 됐는데.

         그럼, 난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낙원에 좀 머물러야 돼서, 나중에 또 보자고.


(통신이 중단됐다.)


레이븐어, 왔어?


메이: 응, 거긴 어때?


레이븐그럭저럭. 율자를 상대하는 거잖아, 난 잘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해해 주겠지.


메이: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아직 못 물어본 게 있어.저번에 [금제가 풀린]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했지. 그 사람은 다른 간부야? 

       내 말은... [세례]를 받아들인 사람인 거야?


레이븐그런 말 한 적 없는데.

          ......

          알았다고, 주존이 보내서 온 거니까, 말 못 할 것도 없겠지.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주존이야.


메이: 케빈?


레이븐난 어릴 때부터 조직 내에서 자랐기 때문에 알면 안 되는 걸 많이 알고 있어. 그중에는 그의 [또 다른 모습]도 포함되어 있고.


메이: 기록을 본 거겠지? 케빈이 양자의 바다에서 돌아온 건 불과 몇 달 전이니까.


레이븐맞아, 근데 그게 뭐가 다른 거지?

          게다가, 내가 본 건... 기록뿐만이 아니야.


메이: ...무슨 뜻이지?


레이븐주존이 돌아온 뒤, 그레이 서펜트는 주존의 약해진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붕괴수 치우의 육신을 바쳤어.

          그때, 그 한순간, 힘이 갑자기 증가해서 그런 건지... 주존은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어.


메이: ...간부들 앞에서 그 모습으로 변한 거야?


레이븐짧은 시간이었어, 그리고 육체만 변했었지, 하지만...

          그때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위험한 느낌과 공포감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거였지.


메이: 위험, 공포... 이 두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네.


레이븐그럴 수도... 그래도 그 당시에 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운이 좋았다고, 영웅의 [선물]을 거절해서 다행이라고, 만약 그 선을 넘었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건 내가 아니겠지.


메이: ......

      (붕괴수로 힘을 회복한다... 그럼 힘을 어느 정도까지 회복한 거지?)





· 케빈에 관해 2


에덴: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주존]이라 불렀어.

       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을 때부터 그가 요르문간드의 리더인 줄 알았어.


레이븐난 그 이야기가 더 궁금해.

          그를 양자의 바다에 가둘 수 있는 건 영웅밖에 없지 않아?


에덴: 미안, 나의 친구. 아무리 영웅이라도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가. 

       아마 엘리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너도 알잖아, 그녀가 아니라는 걸.

       그건 케빈이 원한 거일 수도 있어. 처음부터 성흔 계획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말이 되지 않아?


레이븐...그래도 그때 했던 일이 성흔 계획과 무관하다는 걸 설명하기는 어려워.

          자칼이 알려준 게 전부 사실이라면, 주존이 카스라나를 자칭했던 경험은... 

          여러 가지 신의 기적으로 각색되어 요르문간드의 신앙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

          뭐,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


에덴: 케빈... 선구자들, 그들은 너무 많은 걸 겼었어. 더 이상 우리의 시대가 아니지만, 난 그들을 축복해 주고 싶어.

       그러고 보니, 나의 친구,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레이븐똑같아.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하려고 왔어.


에덴: 너도 참 보기 드문 사람이야. 후계자에게 이 술도 다 허상일 텐데.

       술맛도 느껴지고, 행복한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것도 똑같아. 하지만 그들은... 이것마저도 의식의 속임수라고 생각하겠지.


레이븐그게 뭐가 나쁘지? 과거의 낙원 기술을 연구할 수 없는 게 아쉽네... 의식 속의 술집, 좋은 사업 아이템인데 , 안 그래?

          대다수의 사람들은 너 같지 않아. 그들이 술을 마시는 건 술을 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하기 위해서야.--- 

          진짜 술인지 아닌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지.

          게다가 난 술을 마시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더 기대되거든. 자, 한잔할까?


에덴: 건배, 나의 친구.


레이븐......

         (카스라나...)





· 뫼비우스에 관해 1


레이븐여, 우리 바쁘신 라이덴 메이 아니신가?

           뭐야, 드디어 직장 예절을 배웠구나? 설마 인생 선배가 혼자 외로울까 봐 보러 온 거야?


메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레이븐메이, 빈말이라도 그렇다 해주면 어디 덧나? 말해봐, 무슨 일이야?


메이:  현실에서 뫼비우스를 본 적 없다고 했지. 근데 단순히 [본 적이 없다]라는 말에 포함된 상황이 너무 많아.

        몇 달 전에 요르문간드 멤버들이 [케빈을 본 적 없다]라고 한 것처럼, 뫼비우스도 비슷한 상황인 게 아닐까.


레이븐흐응, 그래서?


메이: ...레이븐, 요르문간드의 데이터베이스에 뫼비우스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없는 거야?


레이븐사망 기록? 있을 리가. 말했잖아, 요르문간드에서 영웅과 신은 큰 차이가 없다고.

          그들을 언급한 모든 기록들은 오컬트 문헌처럼 쓰여있어.

          처음부터 그것들의 역할은 상대방에게 영우을 이해시키려는 게 아닌, 영웅을 향한 존경을 주입시키기 위해서니까.


메이: ...예를 들면?


레이븐음, 어디 보자... 아, 사쿠라를 예로 들어줄게.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녀가 영웅이라는 기록 외에는 찾을 수 있는게 이런 것밖에 없었어---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자, 신이 주조한 양날검을 들어 배신의 길에서 잃어벌니 시대의 운명을 심판하니, 빛 속에 존재하는...]

          음... 나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었어.


메이: ......


레이븐영웅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기록만 가지고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왜... 뫼비우스의 행방이 궁금한 거야?


메이: 난 그냥 그녀가 살아남은 영웅 중 한 명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레이븐그건...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너와 뫼비우스가 자주 얽히는 건 원하지 않지만... 이런 일은 당자가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지 않겠어?

          아, 잠깐만...

          그레이 서펜트가 뫼비우스에 관한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생존한 영웅을 찾아 요르문간드 주존의 자리에 앉힐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어. 

          제일 먼저 고려한 사람은 케빈이 아니라 뫼비우스였고.

          하지만... 결과는 너도 봤다시피, 주존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뫼비우스가 생존자 중 한 명이 아니었다면 그레이 서펜트의 성격 상 처음부터 고려하지도 않았을 거야.





· 뫼비우스에 관해 2


메이: 나도 다른 영웅들에게 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


레이븐어? 에덴이랑 사쿠라 말고 내 이야기를 한 영웅이 또 있다고?


메이: 그래, 네가 했던 일이 인상 깊었나 봐.


레이븐이봐, 그렇게 놀랄 것도 없잖아? 나 같은 사람을 처음 본 것도 아니고.


메이: 영웅들의 반응을 봤을 때... 시련을 통과했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영웅의 선물을 거절한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았어.


레이븐......


메이: 네가 항상 신중한 건 잘 알고 있어. 근데 그렇게 단호하게 도망갈 정도면... 레이븐, 그때 도대체 뭘 본 거야?


레이븐[도망]? 정확하게 표현해줄래? 예를 들면... [후퇴]라든지.


메이: 원한다면.

       그래서 [후퇴]하기 전에 도대체 뭘 본 거야?


레이븐음... 솔직히 아무것도 못 봤어.

          보통 불길함을 느낀 순간이 후퇴하는 데 있어 최고의 타이밍이거든.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을 때는... 이미 늦은 뒤지.

 

메이: 그 불길함을 아무 이유없이 느꼈을 리가 없잖아? 넌... 진짜 새가 아니니까.


레이븐그건 모르지. <그림 동화> 본 적 있지? 나도 그 동화 속에 나오는 미래를 예측하는 [까마귀]일 수도 있잖아?


메이: ......


레이븐알았어, 농담은 그만하고.

          그런 불길한 예감을 느낀 이유는... [위화감] 때문이야.


메이: 위화감?


레이븐그래. 선물을 주기로 한 게 바로 뫼비우스였거든. 너도 알다시피 그녀와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꺼려지잖아?

           그런... [특수한 상황]에는 더더욱 피하고 싶었어.


메이: 특수한 상황?


레이븐그래,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는 [무한]의 시련을 완료했다면 축하해줬거든.

          그러고는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역으로 데려갔지... 푸릇푸릇한 이상한 곳으로 말이야.

          나한테는 마지막 세례를 진행할 거라고 했어, 하지만 그 구역을 들어가는 순간 난 [위화감]을 느꼈지.


메이: 예를 들면...?


레이븐예를 들면... 그곳은 [전쟁터]같았어. 이건 내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그 부분에서 조금 민감하거든.

          뭔가 이상했잖아. 금제를 푸는데... 왜 전쟁터에서 하는 거지?


메이: 그때 과거의 낙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낸 거야?


레이븐아니, 가는 길에 뫼비우스에게서 알아냈어.

          너도 내가 금제를 푸는 것에 대한 입장을 알고 있잖아... 그때는 어떻게 빠져나갈지 생각했어.


메이: 쉽지 않았을 텐데.


레이븐맞아, 난 그녀가 이미 거절에 익숙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예고 없이 태도를 바꾸는 거야.

          심지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뭔가를 느꼈는지... 정말 위험한 녀석이라니까.

          거짓말이 아니라 눈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그 순간 그녀가 사라졌어.


메이: ...사라져?


레이븐그래, 눈 깜짝할 사이에, 분명히 방금까지 거기 서 있었는데... 음...


메이: 응? 왜 그래?


레이븐아... 아니야, 그냥 갑자기 무슨 단어로 그 이상한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그림자라고 하기에는 실체가 있고, 검은색 액체라고 하기에는 날카로웠어.

          생명이 있는 것처럼 천천히 계속 꿈틀거렸지... 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모두 사실이야.


메이: 생명이 있는 그림자... 지금은? 뭔지 알아냈어?


레이븐물론 못 알아냈지. 그때나 지금이나 그걸 보면 무조건 후퇴해아 한다는 입장이야.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최대한 멀리.

          정말 힘든 전투였어... 그만 얘기하자. 그래도 다행이야, 운이 좋았어. 나빴으면... 지금 네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은 이 모습이 아니었을 거야.


메이: 나였으면... 그곳에 남아 관찰을 했을 거야.


레이븐휴, 그러니까 항상 위험에 빠지는 거야, 라이덴 메이.






   

후편 :  https://arca.live/b/hk3rd/42004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