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욕구는 크게 두 가지인데 바로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랑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욕구임 


근데 오토는 이 두 가지를 채우지 못하고 어린시절을 보냈음 


병약했던 오토는 집안에서 골칫거리 취급이었고 어떤 기대도 받지 못함 당연히 칭찬도 받지 못했음 


오토의 가족 모두가 왜 오토가 비행기를 만들고 그걸 날리는데 집착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한 번도 생각 못함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얼마 없지만 오토가 별 언급 없는 걸 보면 오토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단 걸 짐작할 수 있고


아버지는 대놓고 오토가 기억회고에서 자기한테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적 얼마 없었다고 묘사함 


이런 상황에서 오토가 뭘 만드는 걸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비행기에 집착한 건 자길 속박하는 가족과 집의 담벼락을 벗어나고 싶어했다고 볼 수 있음


하지만 그 비행기도 늘 멀리 날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부숴지며 실패를 거듭하던 차에 카렌이 나타난 거임


카렌은 처음으로 오토에게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격려를 해줌, 그리고 자기한테도 비행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기대를 보임


가족이 주지 못한 것들을 카렌이 한 순간에 오토에게 전부 콕 집어준거임


이건 오토가 난생 처음 겪은 반응이고 이내 세상에도 자길 필요로 해주고 기대를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음


오토 입장에서 카렌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을 거임


보통 어린 애들은 부모님을 슈퍼맨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데 오토에겐 카렌이 바로 그런 존재였던 거지


문제는 보통의 애들은 점차 성장하면서 초인이라 생각했던 대상도 결국 자기랑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는데 오토는 그걸 깨닫지 못함


오토가 어른이 되도 카렌은 여전히 자신에게 영웅이고 신적인 존재로 비춰졌다는 점에서 프란시스의 죽음으로 통곡하는 어린 카렌을 보고 슬픔에 공감하긴 했지만 거기서 카렌도 의지할 곳이 필요한 인간이라는 걸 제대로 깨닫지 못한 거임 오히려 카렌도 죽을지 모른단 공포만 생겼지 


자연편을 보면 오토의 사고는 내가 카렌을 지탱해주자가 아니라 그저 카렌이 자길 필요로 한다, 카렌에게 도움이 되야한다, 더 노력해야한다 이런 생각만이 계속 자리잡고 있음


정작 카렌의 인품을 보면 오토가 자기한테 도움이 못된다고 버릴 애도 아니고 오토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리도 없음


하지만 오토는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게 인격에 영향을 미쳐서 저런 상태로 자란거임


오토가 옆에서 봐온 가족은 가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내팽개치는 그런 이익만 좇는 족속들이었으니깐 그렇게 생각하는거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을 이해할 줄 모르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을 받은 적이 없으니 사랑하는 법을 모름


그냥 자상하고 다정하게만 대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카렌의 약점을 자기가 뒤에서 보완해주면 그걸로 될 거라 생각했음


결국 당시의 오토는 카렌이 자기한테 정신적인 지지와 이해를 바란다는 걸 알지 못했고, 뒤늦게 자신의 그런 실수가 결과적으로 카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걸 안 뒤에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였음


지금의 오토는 남의 심리를 이해하고 사랑이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만 그걸 이용하는 소시오패스가 되서 오히려 전보다 더 뒤틀린거나 다름없음


오토가 안티엔트로피에서 자신은 카렌이란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라고 한 것도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몰랐던 자신의 어리숙한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함 


요약하자면 


1.어린시절 가족의 이해와 사랑,기대가 결여된 상태로 자람


2.카렌이 그걸 채워줬지만 위의 문제점으로 상대를 신적인 존재처럼 생각함


3.자신이든 타인이든 어떻게 사랑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계속 어긋났음 


4.뒤늦게 자기 잘못을 깨달았지만 카렌이 죽고 결국 수단방법 안가리는 소시오패스가 됨 


왜 어린시절 가정환경이 그렇게 중요한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