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로……최초의 「빌브이」, 그녀의 자아군요.



……「사기꾼」.



너무 평범해서……실망스러워?



전혀 안 놀란 것 같네.



그러니까……「사고분할」이란 건……



그건 사실이야……단지 그런 능력을 가지기 전에 이미 「또 다른 사람」으로 쉽게 변할 수 있었다면, 지금이랑 큰 차이도 없겠지?



……「악인」은 훨씬 전부터 모든 사고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건 그녀의 또 다른 거짓말이자……너의 「거짓말」이려나?



뭐라고 말하지. 그녀는 분명 「자아」와 함께 내부의 모든 구역을 소멸시켰어.



하지만 「자아」가 「자아」란 이름의 구역 안에 꼭 있어야 하는 규정은 없잖아? 거기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거든. 내 사소한 습관으로 여겨줘……



거미에게 8개의 「다리」가 있더라도 그건 꼭 「몸통」에서 자라나야 하지. 안 그래?



다만 아쉽게도……다리가 없으면 몸통도 걷질 못 해. 그래서 이런 식으로 널 만날 수 밖에 없어.



미안……진심으로 사과하면, 받아줄래?



……당신을 믿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할 자격은 없지만……날 믿어줬으면 좋겠어.



확실히 당신은 「악인」의 손에서 저를 구해줬어요.



결국 「내」 생각이니까. 아주 작은 위장 역시 매우 간단하지.



하지만 「그것」에게 발견되지 않으려면……힘을 좀 써야만 해. 적어도 그 부분에선 빌브이가 완전히 이겼다고 확신시켜야 했어.



그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넌 틀림없는 강적이니까. 마지막에 의지와 힘 두 가지 의미에서 널 이겼으니 그녀는 몇 시간 동안은 신바람이 났을 거야.



그럼 「그것」은……틀림없는 침식의 율자겠군요.



응. 그것이 어떻게 왕세낙토로 오게 됐는진……넌 이미 알고 있지?



……네.



자책하지 마.



설령 네가 없어도 그것은 결국 이곳을 찾아냈겠지――만약 그런 식이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처참했을 거야.



관점을 바꿔서 만약 네가 그 「만남」 직후 낙토에 들어오지 않았다면……아마 「현실」은 이미 혼돈이었을 거야.



……후, 너도 나처럼 「실수」를 엄청 신경 쓰는 유형이구나.



너에 비하면, 「그것」을 이렇게까지 성장시킨 일은 분명 「내」가 더 책임을 져야해.



최초에……전문가가 그것을 발견했고 그로 인해 첫 번째 피해자도 되었지.



나도……그 때가 되서야 깼어.



당신은 정말로 5만 년을 잔 건가요?



그게 다가 아니야. 살아있을 때도 나는 항상 이런 상태였으니까.



물론 똑같이 「뒷문」을 남겼고――사고 구역에서 절반 넘게 「소실」이 발생할 경우 내키지 않더라도 나 역시 깨어나야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건 오직……


 


내가 정말로 죽을 것 같을 때 뿐이니까.



깨어난다고 반드시 전황을 뒤집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남아 있는 모두하고 좋게 이별해야 하잖아?




악인을 파기시켜 침식의 진행을 중단한 것도……당신의 결정인가요?



아니. 그 때 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못 했어. 결정을 내린 사람은 「지휘관」이야.



아, 미안. 습관처럼 불렀네. 네 지식 속에선……엔지니어인 그녀?――서로 익숙할 것 같은데.



그녀라면……제일 처음 본 그 「빌브이」요?



맞아. 내가 처음으로 분할한 사고 영역에서 나왔어. 솔직히……그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 나누는 걸 잘 못 했거든.



공작 관련 지식 말고도 아주 많은 주관과 감성적인 인지가 섞여서 그녀는 나와 아주 닮았지.



너무 닮아서……사고 분할 권한을 그녀에게 건넨 건가요?



그래. 나도……자신만 믿는 시기가 있었거든.



이게 그녀를 지휘관이라고 부르는 이유야――게다가 그녀는 과정에서 어떠한 실수를 내지 않거든.



이번을……빼고.



당신은 그녀가 「악인」 희생을 선택할 걸 예측 못 했나요?



 말로는 어렵지만……지금 내가 하는 모든 시도는 의외로 「계략을 역이용하는 것」에 근거하고 있어.



그치만 이 의외가 없다면……「빌브이」는 그 때 바로 퇴장했어.



아니면……그 상황에서 지휘관은 그 구역이 「배신」을 선택해――자신의 특수 능력에 의지해서 침식의 율자와 친구가 되고 다른 모든 구역을 없애는 걸 본 걸지도.



그래도 이런다면……「나」는 거꾸로 살아남아서 아무도 모르는 어둠 속에 남게 돼.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한 건가?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자신」이네.

 


다만……난 거의 모든 데이터를 잃었고 수시로 침식의 율자의 감시 아래에 있어.



감시를 피하고 너와 이야기하는 게 가능한 건 여기 밖에 없어……다행이 그녀도 네가 한 바퀴 돌길 바라고 있어.



절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죠.



그렇네……



그럼……케빈, 파르도, 그리고 뫼비우스는요……?



그들의 희생에 아무 가치가 없는 것 같잖아요.



응, 그렇지. 아무 가치가 없지……



그러니까……일어나서도 안 돼.



무슨 뜻이에요……?



왕세낙토의 「최강자」와 「주인」은 침식의 율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타깃이야……그리고 그녀는 감쪽같이 그것을 도와 일을 끝낼 수 있어――이것 역시 아주 쉽게 떠오를 거야.



어떻게 해야 할까? 케빈의 경우, 그녀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그녀의 「케빈 박멸 버튼」을 써서 그가 중요한 기습병이 되길 바라.



그녀의 진심이 속이는 거라도 하는 말은 사실이니까. 전문가의 자필, 뒷문도 확실히 존재해. 그러니까……그녀가 그 문을 닫으려고 한다면 못 닫게 하면 돼.



필리스도 마찬가지야. 그녀가 사라질 때, 침식의 율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그 빌브이도 어쨌든 천재니, 틀림없이 모든 기억체에게 쓸 수 있도록 「케빈 박멸 버튼」을 개조했겠지?



그렇다면……그녀는 지금 케빈과 같은 곳에 있어. 케빈을 해방할 때, 필리스도 같이 데려올 수 있을 거야.



뫼비우스는……진작에 그녀의 거짓말을 파악했겠지.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메이의 표정을 슬며시 보았다.



그건 뫼비우스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밝히고 싶어 하는 권력을 그녀에게 줄 거야.



너라면 바로 답을 알 수 있겠지.




그……엘리시아는요?



엘리시아는……



나도 믿고 싶지 않아……하지만 율자가……그녀의 데이터를 확실하게 전부 삭제한 것 같네……



그 빌브이는 사람들이 케빈이 「부활」할 가능성을 찾는 걸 바라지 않기에 타자기를 부수고 「케빈은 죽었다」란 파일을 위조했지.



하지만 엘리시아가 사라진 밤엔……「절대객관」적인 타자기도 파괴되지 않았어. 그래서……




원인은……미안해, 내가 깨어나기 전의 일이라.



아마 우리를 공중분해 시켜서 영웅 사이에 충돌을 일으킨다……틀림없이 율자의 목표 중 하나야.



……이상으로, 사건의 전모는 알았겠지.



이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2개」 뿐이야.



첫 번째는, 빌브이에게 이겨서 널 나의 뇌리 속에서 해방시키는 건데……



분명 힘든 싸움이 되겠지. 그녀는 「빌브이」의 절반에 가까운 사고……다시 말해 절반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쩌면……너, 나, 그리고 침식의 율자는 결국 그녀에게 처리될지도? 그녀는 이런 계획을 꾸몄을 게 분명해.



2번째는……더 어렵겠지. 네가 침식의 율자에게 이기고 되도록……모든 사람에게 「최고」인 결말을 달성해야 해.



되도록……최고인……?



응.



……내가 오래 전에 엘리시아에게 한 「약속」이라고 생각해줘.



미안하지만, 네가 이뤄줘야해. 그래도 그녀는 분명 신경쓰지 않겠지. 자세한 건……첫 번째 일이 끝낸 뒤에 다시 말할게. 정말로 해낼 수 있다면……



그래서,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거야?




맨날 불타는 그 남자를 좋아하진……않지만……그가 한 말이 맞네요.



「내가 그걸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까 전력을 다해서 내가 부담할 것이다.」



……가요.



고마워.



뭐랄까……당신과 「빌브이」는 주는 인상은 전혀 다르네요.



미안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엄청 「조용하지」?



그럴지도.



하하, 모든 빌브이는 「천재」니까……



난 그저……



그만두자……출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