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던 건 아니었다


성적에 맞춰갔던 대학을 휴학하고 집에 박혀있길 한 달


엄마의 등쌀에 못이겨 알바자리를 찾아보게 된거였다


그렇게 알바천국 어플을 깔고 주변 알바를 한번 스캔해봤다


물론 보람이나 시급따윈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언젠가 친구가 말해줬던 썰을 기억하며 스키장, 패스트푸드점, 카페 같은 것들을 찾아봤다


여름이라 스키장은 당연히 안되고, 패스트푸드점도 그닥, 카페가 그 나마 나아보였지만


새로고침을 하는 순간 1분전에 올라온 공고가 딱 뜨는게 아니겠는가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 알바였다


단번에 이거다 싶어서 곧 바로 담당자한테 문자를 쐈다


그러자 다음날 아침일찍 답변이 왔고, 면접과 합격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다음날 출근을 하자마자 나는 조용히 쾌재를 울렸다


오후 타임 알바 중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남자 알바가 나 혼자 뿐이었다


그렇게 알바들과 인사를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하나같이 예쁜사람 밖에 없더라


그런데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오전타임 남자알바들이 하는 얘길 언뜻 들어보니, 최근 뜨는 걸그룹 누구를 닮았다는데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던중 우연치않게 계기가 찾아왔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30분정도 지각을 해버린것이다


허겁지겁 회사에 도착해서 주임에게 혼나고 있는데


그 여자도 지각을 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 오는게 아니겠는가


개미핥기를 닮은 여자주임은 잘 걸렸다 싶었는지 대학 똥군기 저리가라 그 여자를 영혼까지 털어댔다


결국 나와 여자는 지각의 대가로 퇴근이 한시간 늦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애매한 저녁시간대에 여자와 나, 단 둘이 퇴근을 하게 되었다


"30분 늦은걸로 한 시간 연장시키더니 자기는 10분 일찍 가는거 봤어요?"


주임을 씹으면서 운을 떼니 여자쪽에서도 곧장 반응이 왔다


"기분도 그런데 밥이나 같이 먹을래요? 매운거면 좋겠는데."


상상이상으로 적극적인 반응에 나는 얼떨떨해하며 주변 식당을 읊었다


마라, 떡볶이, 매운갈비


"그런거 말고요."

"....라면 잘하는데 있긴한데."


그제야 여자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로 가죠"


라면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자는 익숙한 곳이라는듯 주문을 넣었다


"라면, 청양고추 가득해서 두 개 주세요"


매운거라면 질색이었지만, 주문을 되될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땀을 뻘뻘흘리면서 라면을 삼켰고, 여자는 그런 나를 재밌게 바라보며 웃었다


"사장님 여기 불 나겠어요. 맥주 두 잔만 주세요"

"맥주 두 잔!"


원래는 내 쪽에서 은근슬쩍 술을 시키려고 했는데...


여자는 다 알고있다는듯이 나를 흘겨보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오늘의 지각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라면 한 그릇을 가득 비운 우리가 향한곳은, 영화관 뒤편에 있는 한 모텔


매운 라면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나는 냉장고로 손을 뻗었지만


여자는 내 손에 깍지를 밀어넣으며 입술과 몸을 밀착 해왔다


그렇게 기세에 밀려나며 침대로 다이빙


충동적이면서도 다분히 계획적인 상황에 우리 둘은 오래된 연인처럼 웃어보였다


그렇게 격정적인 1차전이 끝나고


여자는 반쯤 벗겨진 옷을 내팽겨치며 욕실로 들어가더니


"양치 안하면 조금 따가울거 같아서"


뜨거운 여자의 혀가 거기에 닿을때마다 나는 부활하는 예수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서로의 지친몸을 끌어안은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나는 그녀의 귓볼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일 어디 놀러갈까"

"내일? 아, 오늘인가. 둘 다 휴일이지"


마침 둘 다 휴일이라니, 계속되는 우연에 나는 데이트 코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 돼"


단호한 거절


오늘의 행복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까 싶어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왜?"

"중요한 일이 있거든"


중요한일? 도대체 중요한 일이 뭐지?


내 의문에 여자는 뒤를 돌아보며 이어 말했다









"오늘 오후 4시, 창공시 시영 방송국이 있거든"


8월 11일 오후 4시
창공시 시영 방송국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