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글쟁이라 그쪽 부분엔 나름 조예가 있는 지나가던 함장임.

덕분에 이번 스토리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는데, 지금 주변 사람들이 죄다 스토리 이해 안 된다고 설명해달라는 거 보고 심각함을 크게 깨달았음.


글제목이 뭔 소리냐면 말 그대로 스토리 가지고 소비자에게 정신적 노동을 부과하면 안 된다는 거임.

이게 뭐 고유명사니 지들만 아는 설정이니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님.

예를 들어 무협 장르만 하더라도 지들만 알아먹는 설정에 뭔 뜻인지도 모를 한자가 넘쳐나잖아.

하지만 모든 독자가 그걸 완전히 이해하면서 읽지는 않음.


상업성을 추구하는 이상 뭔가 조금이라도 지들끼리의 영역처럼 보이는 건 “몰라도 읽을 수 있다” 정도로 만들어야 함.

그건 스토리텔링 기본 중의 기본임.

우리가 뭐 양자역학적 미시세계의 관찰에 대한 의미를 이해해서 카렌을 부활 시키려는 오토의 계획을 이해했나? 아니지.

낙원만 하더라도 진아니 욱광이니 번성이니 별의별 고유명사 남발해도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잖아.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딱 그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거임.


그런데 붕괴는 지금 그게 안 됨.

설정에서 쓰인 고유명사를 알아가는 것도 어려운 수준인데, 그 단어의 뜻을 알아도 스토리 이해를 못함.

다들 뭐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가 안 되니까 그냥 맥락만 이해하는 수준.


심지어 인게임 캐릭터들 끼리의 대화도 매번 3~6단계의 과정을 거치고 있음.


A : 우리는 수미개자의 공명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 거야.

B : 수미개자의 공명을 거친다는 게 무슨 뜻이지?

C : 그건 내가 설명하지. 전기를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거야.

B : (전기를 만든다는 건 칼붕이 정도의 파이어펀치가 필요하다는 거구나. 영웅...)


이딴식이 한두번이 아니라 진짜 매번.

그나마 이건 간단한 경우고 이데아나 그물 얘기 나오면 대화의 과정이 5~6단계까지도 뜀.

지들도 이걸 쉽게 설명하는 법을 모르는 거임.

그래서 스토리도 그걸 길게 설명하느라 내용이 기승승승승승승ㅈ결 이러는 거.

지금 스토리도 쉽게 풀면 충분히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를 모르겠음.


원신에서 층암-수메르 이어지는 연타석 보곤 농담삼아 "이나즈마 스토리 ㅈ박고 붕괴 스토리팀 죄다 빼간 거 아니냐?"는 얘기 한 적이 있는데 이정도면 그게 진짜인가 싶다.

그 와중에 과금량은 매워 뒤지겠고.

넥슨겜 접고 새로운 인생겜으로 정착한 게 미호요 게임들인데 자꾸 이러면 사람 불안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