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스, 헤스퍼 모두 실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인데 우리의 후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알아들으며 스토리를 진행함


태양-지구-행성의 상대적 위치.(출처: 장헌영/이상성/천문학회)


이 단어들의 배경을 알기 위해선 금성의 특징을 알아야 하는데,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지구에서 볼 땐 금성이 새벽과 저녁에만 보인다고 생각하면 됨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주 옛날에는 새벽에 뜨는 금성과 저녁에 뜨는 금성이 서로 다른 별이라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에서 새벽에 뜨는 금성과 저녁에 뜨는 금성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음


예를 들어 순우리말로는 새벽에 뜨는 금성을 가리켜 샛별, 저녁에 뜨는 금성을 가리켜 개가 배고파지는 저녁시간에 애달프게 바라보는 별이라는 의미로 개밥바라기, 아니면 의미 그대로 저녁별 등으로 부름


또 고대 그리스어로는

새벽에 뜨는 금성을 φωσφόρος(포스포로스)로 불렀는데, 이는 빛(포스)을 가져오는 것(포로스)이라는 뜻임 

저녁에 뜨는 금성은 저녁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뜻의 Ἑωσφόρος(휴스포로스)나 서쪽의 뜻을 담은 ἕσπερος(헤스페로스) 등으로 부름

이 단어들이 라틴어를 통해 서양에 널리 퍼지면서 포스포루스, 헤스페루스, 베스퍼, 헤스페르 등의 형태로 나타남


비타가 말하는 폴로스와 헤스퍼라는 마을 이름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고, 후카는 그걸 눈치챈 장면인 거임



이어서 동양 한자권에서는 매우 비슷한 뜻풀이로 새벽의 금성을 열 계 자에 밝을 명 자를 써서 빛을 가져온다는 계명성(啓明星)으로, 저녁의 금성을 서쪽 하늘에서 오래 머문다는 장경성(長庚星) 등으로 부름


그러니까 사실 미호요가 의도한 건 이 장면에서 폴로스와 헤스퍼가 새벽의 금성과 저녁의 금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걸 눈치채라고 후카의 입을 빌려서 설명한 건데 문제는 이게 현대 한국에선 성경 정도가 아니면 쓸 일이 없는 사어이기 때문에 알아듣기 쉬우라고 해주는 설명조차 알아듣기 힘듦,,,


개인적으로는 샛별과 저녁별 정도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이것도 썩 자연스러운 대화 같지는 않고 그냥 좀 아쉬움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포스포로스, 헤스페로스 모두 절대적으로 금성보다 바깥에 있는 행성의 관점에서 금성을 관찰한 모습을 어원으로 하여 만들어진 말인데 이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의 배경은 금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 마을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금성의 관점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암시하며 강조하고 있는 장면인 듯


아님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