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영웅들의 할로윈은 평범하지 않다


"응? 그 호박 모자는 뭐지?"


방문을 열고 나온 케빈이 그리세오가 손에 들고 있던 호박 모자를 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그리세오는 호박 모자를 쓴 채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돈 뒤에 대답했다.


"할로윈이니까, 엘리시아가 준비해줬어. 케빈 것도 있어."


그리세오가 탁상 위에 놓여진 모자들을 가리켰다. 케빈의 시야에 큼지막한 호박 모자들이 들어왔다.


"....이걸 쓰라는 건가?"


케빈이 모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엘리시아가 준비했다고 했으니 뭔가 장난을 치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안을 살펴봤지만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모자 뒤편에 작게 '케빈'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보니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게 맞는 듯했다.


"응, 그거야."


그리세오가 눈을 반짝였다. 마치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모자를 쓴 걸 보고 싶다는 듯이 그를 맹렬하게 쳐다봤다.


"......"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케빈이 속으로 숨을 삼키며 옆으로 눈을 돌렸다. 그 곳에는 다른 호박 모자 하나가 더 올려져 있었다.


"이 모자는 누구 거지?"


말을 돌릴 겸 케빈이 그리세오에게 물었다. 그리세오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코스마 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기에서 계속 혼자 중얼거리면서 쓰기를 고민하고 있어."


소파 위에서 코스마가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표정이 심각한 게 굉장히 심도 깊은 고민을 하는 것만 같았다.


"코스마?"


케빈이 말을 걸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걸 쓰는 건 아무리 그래도...아니 그리세오도 아무렇지 않게 썼는데 나만 그러는 것도..."


아무래도 호박 모자를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어 고민하는 듯했다. 하긴 그런가...


평범한 호박 모자는 맞지만 자신이 쓰면 굉장히 부끄러울 것만 같았다. 그런 입장에선 그도 똑같은 기분이었다.


"응!"


그리세오가 다시 케빈을 쳐다봤다. 부담스런 시선을 견뎌내며 케빈이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 같이 모이면 그 때 쓰도록 하지."


"...응."


그리세오는 잠시 침울해했지만 곧바로 표정을 폈다. 호박 모자를 다시 쓴 그녀는 코스마에게 다가갔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군.'


어쩌면 할로윈이라는 행사 때문에 더 들뜬 걸지도 모른다. 최근 다들 얼굴 보기도 바쁜 날이었으니 이런 날이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띠링.


갑작스레 울린 알림음에 휴대전화를 꺼낸 케빈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인가. 무슨 일이지?" 


'케빈, 혹시 지금 집에 있나요? 짐이 좀 많아지는 바람에 사람이 좀 필요해서요. 가능한 한 빨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를 포함한 몇 명이 몇 시간 전쯤 집을 나섰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 안 돌아온 거였나..


'지금 출발할게.'


답장을 보낸 케빈은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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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다들 돌아왔구나? 케빈도 안 보인다 싶었는데 같이 있었네?"


수 일행과 함께 돌아온 케빈을 엘리시아가 반갑게 맞았다.


 "네. 제가 부탁했어요. 엘리시아가 부탁한 것까지 사다 보니 양이 좀 많아져서요."


"후훗. 그 정도는 괜찮잖아? 모처럼 칼파스가 의욕을 내기로 했는데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그러겠어?"


"칼파스가?"


처음 듣는 소리에 케빈이 질문했다.


"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요리는 칼파스가 담당하기로 했어요."


"별일이군. 칼파스가 스스로 그런 얘기를 할 줄이야."


그의 성격상 이런 일에 자원할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의아함을 느낀 그에게 사쿠라가 귀띰했다.


"실은...엘리시아가 칼파스의 사진집을 방송에 소개하겠다는 말을 했다네."


"....."


"그래서 아마 모종의 거래를 했을 거라고...그렇게 추측하고 있다만 칼파스가 그렇다면 우리들도 도우라는 말을 해서 말이지..."


상황을 파악한 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저희들도 도울 예정이었지만요. 사쿠라? 먼저 준비하고 있어주시겠어요?"


"알겠네."


가득찬 장바구니들을 정리하며 사쿠라가 주방으로 향했다. 수는 다시 바깥으로 향하더니 택배상자들을 들고 돌아왔다.


"그건 뭐지? 누가 주문한 건가?"


"글쎄요. ...하나는 빌브이, 다른 하나는 뫼비우스 앞으로 온 거군요."


심상치 않은 두 수신자의 이름이 나오자 수와 케빈이 흠칫했다.


뫼비우스는 그렇다 쳐도 빌브이의 이름이 나온 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우연찮게 굳어있던 둘을 발견한 빌브이가 다가왔다.


"응? 뭐야 그건? 앗, 내 거구나?"


빌브이가 상자를 낚아채더니 탁자 위에 놓은 채 뜯기 시작했다. 둘은 그런 빌브이를 쳐다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포장을 뜯고 나온 물건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전기톱이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전기톱이었다.


우우웅.


거친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전기톱은 지금 당장 뭔가를 썰어버리고 싶단 것마냥 요동쳤다.


 "후후후!"


전기톱을 보며 웃는 빌브이를 본 두 사람은 섬뜩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빌브이? 그건 뭔가요?"


"아 이거? 좀 잘리지 않는 게 있어서 주문했어."


뭘 자른다는 거지? 도통 좋은 예감이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럼 난 잠시 실례! 이따 파티 때 보자구!"


그 말만 남기고 빌브이는 자리를 떴다.


"...우리는 하던 일을 마저 할까요."


"...그럴까."


둘은 방금 일을 못 본 일로 넘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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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소설 끄적이는 게 취미라 쓰긴 했는데 필력이 역시 부족한듯

2편 쓰고 싶긴 한데 머릿속에 들어있는 스토리 다 꺼내려면 머리 터질것같아서 적당히 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