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남소추 P 아니노."
"마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마유의 모습에 P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갑자기 왜 저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나한테 말걸지 말라 이기야. 내게 강제로 코르셋을 끼워 명예자지로 만들 생각인거 모를거라고 생각했노."
"...마, 마유? 그게 대체 무슨..."
P의 물음에 마유는 두 눈을 날카롭게 뜨며 P를 노려보았다.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건 여자를 남자의 애완동물로 본다는 여혐사상이 가득한 짓 아니노? 성차별주의자 P는 번식탈락이 답이다 이기야."
"마, 마유......."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라 이기야. 6.9cm 소추소심 일남충아."
마유는 그렇게 말하며 붉은 리본이 묶인 새끼손가락을 세워보였다.
"함몰갈잦 커엽노 이기."
피보다도 선명한 붉은 리본이 마유와 P의 사이를 메웠다.
"운명의 붉은 끈은 나와 페미니즘을 이어주는 끈이었노 이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마구 내뱉은 마유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까지는 에브리데이가 드림이었다 이기야."
P는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꿈이기를 바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카에데 “P씨는 트위터 해 봊나 요?”
“예?”
마유와의 설전에 지친 탓일까, 카에데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린 P는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되물었다.
“P씨는 트위터 해봤나요?”
“아아, 트위터 말이죠.”
P는 페미니즘 전사로 다시 태어난 마유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해본 적도 없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군요.”
“어머, 꽤나 유익하다구요? 게다가 유행이기도 하구요. 굳이 하시지 않는 이유라도 있나요? 설마.......”
카에데는 뭔가 의심 간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지만 진이 빠진 P는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뇨, 그냥 일을 하는 것만으로 바빠서 말이죠.”
“아아, 그런 이유인가요. 잠시 착각해 보력 네요.”
“네?”
또다시 카에데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잠시 착각해버렸다구요.”
P는 무기력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하신건가요?”
“아뇨,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구요.”
카에데는 말을 돌리듯 갑자기 P를 칭찬했다.
“P씨는 참 젠틀 한남 자 같아요.”
“네?”
우연의 일치일까? 또다시 카에데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참 젠틀한 남자 같다구요.”
“하하, 감사합니다.”
P는 그렇게 답하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느덧 시각은 열 두시. 신데렐라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듯 그 또한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슬슬 사무실을 비우도록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입고 사무실문을 향하는 P. 그의 등 뒤로 카에데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잠깐, 갓치 가요 P씨.”
“네?”
오늘 자신은 도대체 몇 번이나 카에데에게 이 한 글자짜리 질문을 하는 것일까, 라고 P는 속으로만 한탄했다.
“같이 가자구요, P씨.”
“물론이죠.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어머, 고마워요.”
“요즘 워낙 흉흉한 일이 많으니까 말이죠. 지난번 스토커 사건도 그렇고.”
정말이지, 어딜 가든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다.
“그러게요. 참 이상한 자들.......자들이네요.”
“네?”
“참 이상한 자들이라구요.”
“하하, 그렇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이상한 자들로부터 자신이 마음 깊이 동경하는 카에데씨만은 지켜내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P였다.




"이건 파오차이네요"
"뭐라구?"

짱깨와의 올림픽 경기가 끝난 직후 -이 건넨 말이었다.

"파워 차이 때문에 진 것 같다구요"
"아아 확실히 마지막에는 힘이 조금 부족했지"

#은 중국 선수의 승리를 알리는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던 -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도 조금 아깝지 않았어?"
"네 한푸 때문에 아쉬웠어요"
"응?"

또 다시 -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한 발 차이로 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구요."
"맞아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을 바라보았지만 허기를 달래기 위한 야식을 준비하는 #은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적당히 얼버무렸다.

"가오리빵쯔로 되겠어요?"
"뭐?"
"그런 빵쪼가리로 되겠냐구요."
"아... 이제 곧 잘 시간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
#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작은 빵조각을 먹으며 채널을 돌렸다.

-님은 역시 소국이 맞네요"
"어어?"

우연의 일치일까? 또다시 -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내일 아침은 소고기국을 끓여드린다구요. 오늘은 빨리 주무세요."
"아, 응... 그래야지... 고마워"

-의 말을 따라 먼저 자리를 뜨는 #의 뒤에서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그녀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보다보면 그냥 웃김 해병문학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