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ㅎㅇ

나부 때 폐사하고 2.1에 복귀해서 페나코니 스토리에 대가리 깨진 사람임.

오늘은 내가 따로 설정공부 없이 메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무리없었던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소개하려 함.

사실 시간만 되고 본인의 취향에만 맞으면 시뮬레이션 우주나 아카이브에 있는 내용을 보면서 설정에 대해 공부하고 스토리를 보면 되겠지만..

솔찍히.. 귀찮자나..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스토리를 보면서 운명의 길에 대한 묘사 또는 어떤 운명의 길에 속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통해서 운명의 길이 어떤 사상인지 이해하려 했음.

가령 스토리에서 나오는 화합에 대해 묘사되는 바는 "약자를 도와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가족" 이런 모습이라

현실에 있는 개념인 박애주의, 즉 인류애랑 엮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음.


로빈으로 예시를 들어보면

로빈은 화합 운명의 길을 걷는 캐릭터니까 타인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돕는 선택을 하겠구나(기계론적 설명)

또는 로빈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이유는 화합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겠구나(목적론적 설명)

이런 식으로 캐릭터가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음.


물론 이런 해석이 가능할려면 플레이블에서 명시된 운명의 길(카프카 : 공허 등)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본인이 어떤 운명의 길을 걷는지 명확하게 나와있을 때 가능하긴 함.

따라서 명확하게 본인이 어떤 운명의 길에 속한 사람인지 언급했거나 추론되는 경우가 아니면 적용하기 어려움.

하지만 아직 운명의 길이 나오지 않은 캐릭터가 나올 때 행동하는 걸 보면서 

"얘는 어떤 운명의 길이겠는데?" 추론하는 것도 나름 스토리를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함.


그런데 또 재밌는 건 같은 운명의 길이라고 무조건 사상이 똑같지 않다는 것임.

예를 들어서 스파클이랑 삼포는 둘다 가면의 우인으로 환락 운명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나는 환락이 삼포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말투를 하는 것과 스파클이 아무 의미도 없는 장난을 하는 걸 보면서

얘네는 현실의 쾌락주의 아닐까? 생각했음. 즉, 쾌락이면 다 좋다,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쾌락이다. 등

근데 동행임무 마지막을 보면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음.

삼포가 스파클이 추구하는 환락은 본인이 생각하는 환락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러면 얘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생각하다가 현실의 쾌락주의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게 기억이 났음.

일반적인 통념으로 쾌락은 감각적이거나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쾌락은 정신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라 주장했음. 그와 반대로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쾌락을 지양했음.

그 외에도 어떤 쾌락도 배제하여야 한다는 금욕주의나

쾌락을 통해서 다른 목적을 이룬다면 쾌락은 좋은 것이다라고 주장한 사상이 있던 걸로 아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남 ㅎ..

스파클의 지금까지 행보는 일반적인 통념의 쾌락주의로 어느 정도 설명되는 것 같고

삼포는 깐죽거리는 거 보면 실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진지한 모습도 종종 보이는 것 같아서 아직 어떤 쾌락주의인지 모르겠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예정된 야릴로 대재앙에서 에피쿠로스와 같은 쾌락을 지향해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함.


마지막으로 공허,

공허는 시뮬레이션 우주를 할 때 처음봐서 귀여운 슬라임? 우주 생명체? 이정도로만 알고 있었음.(한번 시뮬 실패하고 나서는 이 새끼 블랙홀인가 싶기도 했음)

애초에 아케론 출시 전까지는 시뮬에서 볼 때 말고는 볼 일 없으니까 대충 그정도로만 생각해도 문제없었음.

(솔직히 나처럼 슬라임인 줄 알은 사람있다. 그치?)


근데 이후에 아케론이 출시한 공허 운명의 길이라는 게 밝혀졌고 

아케론 대사 "공허는 모든 게 무의미하지"나 단항과 부트힐의 대화에서 "공허의 사도는 존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존재하지?"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면서 공허는 사람한테 관심없고 의미를 두지 않는구나 그러면 공허는 허무주의랑 비슷한건가? 라고 생각했음

즉, 사람은 언젠가 죽을테니까 모든 게 의미없다는 사상인가 추론했음.

근데 아케론이 허무주의라 하기에는 아케론이 굳이 개척자를 도와주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음.

사람도 포함해서 모든 게 의미없다는 사상인데 사람을 왜 돕겠음.

그렇다고 허무주의를 실현하려고 모든 사람에게 의미없다는 걸 전하려하나? 또는 다 썰어버리나?

라는 생각도 아케론이 뭔가 숨기고 있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음.

왜냐하면 티어난과 같이 공허에 빠진 이들을 위해 꽃 한송이를 바쳐줄 만큼 인간에 대한 연민도 있으니까


그래서 아케론에 대한 이해는 포기하고(ㅎ..) 스토리를 밀다가 2.2 거의 끝날 때에서야 힌트를 얻었음.

아케론과 개척자의 대화에서 아케론은 개척자에게 "함께있는 모든 이가 무로 돌아가더라도 너는 이 여행을 나설거야?"라고 물었음.

개척자는 이에 주저없이 개척해나갈 것이라 대답하는데 이 말을 듣고 아케론은 기뻐했음.

즉, 개척자의 그 대답이 아케론이 바랬던 대답이었던 것임.

아케론의 질문에서 말하는 무는 공허 즉, 현실에서의 죽음과 같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아케론은 사람이 공허(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 개척자와 같이 개척을 하면서 감정을 느끼고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 대답하고 개척자가 꿈에서 깰 수 있을 것이라 응원함. 

즉 아케론의 사상은 실존주의와 맞닿아 있음.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의 유명한 명언이 "실존(인간)이 본질(삶의 의미)보다 앞선다"가 실존주의를 가장 이해하기 쉬운 말인 것 같음.

즉, 인간은 삶의 의미를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행동하면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임.

개척자의 대답은 이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아케론이 기뻐한 게 아닐까 생각함.


+) 그 밖에도 예술인 것 같은데 현실에서 무엇이 예술인지에 대한 정의는 정말로 다양한 만큼 

"만약 '미'에 대해서 삼포와 스파클의 관계처럼 아젠티와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나온다면 둘이 뭐가 '미'인지를 두고 말씨름하지않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음.


댓글로 내가 놓친 부분이나 본인이 느낀 바를 적어주면 나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음. 읽어줘서 감사함.